눈 내리는 카페 스노잉에서...
오랜만에 찾아온 연남동 길.
이탈리아에서 온 로렌조와 커피 한잔을 하기 위해 길가에 주차하고
무작정 좁은 골목 안으로 안으로 걸어가 보았다.
벽 전체는 화이트 훼일(White Whale) 벽화가 그려져 있고,
입구에는 빈 액자를 통해 의자 위에 놓인, 다 타들어간 연탄에 꽂힌 장미가 보인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담하고 그레이한 실내 공간에서 우리를 맞이해주는 카페 주인장은
건장하지만 따뜻한 미소가 진심인 것 같다.
오늘은 그냥 아메리카노보다는
건장한 이 남자의 따뜻함으로 인해, 뭔가 이곳의 시그니쳐 메뉴를 마셔보고 싶다는 충동이 느껴진다.
나는 시그니쳐 메뉴인 스노잉(Snowing) 커피를 주문하고, 로렌조는 언제나처럼 에스프레소를 주문한다.
와인잔처럼 생긴 유리잔에,
차가운 콜드 브루(Cold Brew) 커피가 담겨있고,
직접 만든 밀크 폼(Milk Foam)을 조심스럽게 부어주며, 마시는 법을 미소 가득한 표정으로 정성을 다해 설명해준다.
이 남자의 커피에 대한 사랑도 중요하지만, 손님 하나하나와 소통하기 위해
언제나 직접 만든 밀크폼을 따라주는 그 정성은, 커피는 차갑지만 마음은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달콤한 밀크 폼을 지나 혀끝이 쌉싸름한 커피를 만날 때,
그 순간은 이곳을 또 오게 하는 또 하나의 매력인 것 같다.
눈 내리는 창가를 바라보며 로렌조와 커피같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따뜻함과 차가움이 만나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새로운 커피를 만들어내듯,
우리의 사랑도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사람들마다 따뜻함을 느끼는 온도도, 추위를 느끼는 온도도 모두 다 다르다.
어떤 이는 30도에 따뜻함을 느끼고, 어떤 이는 40도에 따뜻함을 느낀다.
30도의 여자와 40도의 남자가 만난다면,
여자는 남자의 작은 표현에도 사랑이라고 느끼지만, 남자는 더욱더 강력한 것들에 사랑이라고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이 하나가 되어 35도가 된다면, 여자는 너무나 뜨거운 사랑이라고 느끼지만, 남자는 아직 그것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둘이 헤어지고, 40도의 남자는 더 강한 표현을 해주는 50도의 여자를 만난다.
둘이 하나가 되어, 45도가 되면, 남자는 충분한 사랑을 느끼지만, 50도의 여자는 그 사랑을 느끼기 어렵다.
이렇게 사랑의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고, 크기도 형태도 모두 다르다.
온도를 낮추고 높이고의 문제가 아니라, 서로의 온도를 그대로 인정하고 어떤 표현이든 형태든
그 사람 그대로의 모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사랑이란 표현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너와 나.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우리는 차별없이 사랑을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눈 내리는 카페 스노잉에서
또 한 번 사랑의 온도를 느껴본다.
by Dani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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