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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Oct 17. 2021

[ 커피 한잔 할까? ]

쌉싸름하게 달콤하게

아침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쨍하고 눈부신 햇살이 창을 넘어 들어올 때는,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초콜릿이 생각이 난다.

집 앞 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Espresso)와 마주하자니 처음 브라질로 비행했던 날이 기억난다.


브라질 상파울루 과룰류스(GRU, Guarulhos-SP) 공항에 도착했을 때, 나를 기다리고 있던 조반니(Giovanni)를 만나 작은 카페에 들렀었다.

어떤 커피를 마시겠냐고 해서 무의식적으로, 아메리카노(Americano)라고 말했다.

그는 미안하지만, 아메리카노는 메뉴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에스프레소(Espresso)를 추천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와 나의 인연은 시작이 된 것 같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달콤한 초콜릿(Chocolate), 그리고 탄산수 한잔.

이런 조합은 왜일까?

조반니는 커피에 초콜릿을 넣고 천천히 녹아내리는 동안 기다린다.

쌉싸름한 커피와 달콤한 초콜릿의 만남, 그리고 입안을 상쾌하게 하는 탄산수.

작은 에스프레소 잔을 앞에 두고, 즐거운 마음으로 대화하며 가끔 커피잔을 기울였다.

커피의 쓴맛과 풍미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녹아서 스며든 초콜릿의 달콤함이 느껴지고, 또 입안을 탄산수로 개운하게 리셋하는 과정과 대화는, 마치 우리의 인생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천천히 에스프레소는 내 삶 속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서울로 돌아와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조반니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가 부탁한 일을 잘 마무리하고, 한국으로 잠깐 오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흔쾌히 그가 오기를 청했고, 그 또한 즐겁게 한국행 비행을 시작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는

한국의 다양한 문화와 새로운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상파울루 과룰류스 공항에서의 커피가 이렇게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게 하지 않았을까라는 말을 꺼냈다.

언제나 긍정적인 마인드로 상대의 장점을 잘 찾아주는 조반니와의 대화는 즐겁기도 하지만, 지속될수록 감사와 배려가 몸에 배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오랜만에 "커피 같은 커피 한잔할까요?"라는 말에 조반니는 환한 미소로 답을 했다.

가끔 들리던 '빈브라더스(Bean Brothers) 합정'은

이탈리아나 브라질만큼 독창성(Originality)을 가진건 아니지만, 한국적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쌉싸름한 에스프레소와 각설탕, 탄산수, 그리고 플랫화이트(Flat White)로 구성된 메뉴를 주문했다.

조반니는 완벽하다는 표정과 브라질리언(Brazilian) 특유의 오버 액션인 양손 엄지 척으로 답해주었다.


무의식적으로 흘러가듯 마셨던 아메리카노, 그리고 삶과 우리를 얘기하게 했던 에스프레소.

- Bean Brothers -



커피 한잔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어쩌면,

나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너의 마음을 듣고 싶어.

그런 의미가 아닐까?


쌉싸름함도 달콤함도 조화롭게 만들어준 에스프레소.

그리고 가끔은 혼란스러움을 리셋시켜주는 탄산수.

복잡하고 아픈 마음도, 꼭 나누고 싶은 행복한 마음도. 

가끔은 커피 한잔으로 리셋하고 또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가면 어떨까?


지치고 힘들 때 말해보자.

너에게, 나에게.

언제든지.


"우리, 커피 한잔 할까?"









by Daniel

인스타그램 @a.spoon.of.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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