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niel Jan 29. 2022

[ 제주를 걷다 ]

살아가는 과정 그 자체로...

항상 차로 여행 목적지를 가는 방식을 선택하던 나는,

이번 제주 여행에서 백패커로의 시간, 느림의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다.


제주 올레길 19코스.

조천에서부터 김녕까지 19.4KM 구간이다.

조천 만세동산을 시작으로 신흥리 백사장, 함덕해수욕장, 너븐숭이 4.3 기념관, 동복리 마을운동장, 김녕 농로, 김녕 서포구까지가 전체 구간이다. 소요시간은 6~7시간으로 예상되며 난이도는 보통 수준이라고 한다.

오늘의 도전 코스는 시작점인 조천 만세동산에서부터 함덕 해수욕장까지로 결정했다.


먼저, 함덕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택시로 15분 정도 이동해서 시작점인 조천 만세동산에 도착했다.

가벼운 복장과 간단한 짐을 메고서 출발해본다. 비록 19코스의 절반을 걷는 일이지만, 각오는 제주 올레길 전 코스를 돌만한 상태이다.


신흥리 백사장 코스의 경우,

왼쪽은 지평선과 맞닿은듯한 푸른 바다가 펼쳐져있고, 오른쪽은 하늘과 맞닿을듯한 갈대숲이 펼쳐져있다. 어느 쪽에 눈을 두더라도 너무나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을듯한 코스인 것 같다.

바닷가에서 소라를 줍는 사람들, 길가에서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 그리고 에너지 넘치게 걷고 있는 사람들.

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뻔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하고, 또 가끔은 행복한 풍경과 사람들로 미소 짓기도 한다.


노을이 질 무렵, 함덕해수욕장 코스에 도착했다.

함덕리의 서우봉은 바다와 오름이 함께 어우러진 참 아름다운 풍경이다.

붉게 물든 바다와 하늘, 바다와 맞닿아있는 서우봉 그리고 행복한 사람들의 모습.


문득, 몇 해 전 요세미티 공원을 지날 때 길가에서 기도하던 2명의 백패커가 생각난다.

그들은 10일째, 백패킹을 즐기는 브라질리언이었다.

노을이 드리울 때마다, 신에게 이런 축복된 삶에 대한 감사를 보내고 있었다.

무엇이 그렇게 감사하냐는 말에 그들은,

사람이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감사이며, 이런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감사라고 했다.

그들에겐 지나온, 그리고 살아갈 모든 순간이 감사라고 했었다.


어떤 무엇인가에 우리는 실패라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또 그것으로 인해 좌절하고 한탄하기도 한다. 그런 과정이 결국은 결과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실패라는 문을 하나씩 하나씩 열다보면, 언젠가 성공이란 문이 열릴 수 있는 것이다.

실패했다고 멈춰버린다면 지금까지의 모든것이 낭비가 되지만,

계속해서 그 문을 열어간다면, 우리는 원하는 그곳에 결국은 도착하게 될 것이다.


오늘의 마지막 도착지인 서우봉에 도착하였다.

잔잔한 바다가 붉은빛으로 점점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지금까지 과정보다는 결과에만 집중하던 나의 삶이었지만,

과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한 것인지 또 한 번 느껴본다.


오랜만에 걸어본 제주의 올레길.

그것은 과정을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발걸음이 모여서 만들어진 길이라는 것을 또 한 번 느껴본다.








by Daniel

인스타그램 @a.spoon.of.smile

작가의 이전글 [ 삶의 방향성 ]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