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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niel Jan 23. 2022

[ 삶의 방향성 ]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과 빈민가 사람들

햇살이 좋은 일요일.

오늘은 함께 일하는 죠반니와 가까운 근교로 드라이브를 가기로 했다.

커피를 좋아하는 우리는 바다와 커피를 즐길 수 있는 산토스(Santos)행을 선택했다.


산토스(Santos)는 브라질 남부 상파울루(São Paulo) 주에 속해있는 항구도시이다. 상파울루(São Paulo) 주의 물류는 대부분 산토스를 통해 수출입이 이루어지고 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커피 수출항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축구황제라고 불리는 펠레를 배출한 산토스 FC의 연고지로도 유명하다.


상파울루(São Paulo) 도심에서 산토스 커피박물관(Museo de Café)까지는 약 80KM의 거리이며, 소요시간은 약 2시간 정도이다. 우리는 쭉 뻗어있는 BR-050 도로를 따라 산토스로 향했다.


산토스로 가는 동안, BR-050 도로 주변에 밀집된 빈민가를 지나게 된다.

그들은 전기도 수도도 모두 불법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거주 중인 토지의 경우에도 불법 점유라고 한다.

왜 그들은 그곳에 살게 되었을까?


현재(2021년 기준) 브라질의 최저임금은 1,100 BRL(헤알.약 200 USD)이다.

인구는 215백만 명으로 세계 6위, 국토는 8.5백만㎢로 세계 5위, 국가별 명목 GDP(국내총생산, Gross Domestic Product)는 1.5조 USD로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이다. 또한 인구의 85%는 도시에 밀집되어있다. 그런데 왜 도시와 도시 사이의 고속도로 주변에, 그런 불법 토지 점유와 빈민가가 생기는 것일까?


브라질의 교육제도는 1단계와 2단계로 분류된다.

1단계는 9년 의무교육으로 6-14세의 연령층을 대상으로, 초등교육(Ensino Fundamental)으로 불리며, 한국의 초중학교에 해당한다. 1단계 교육은 의무 교육으로 공립학교는 무상으로 다니고, 사립학교의 경우 유상이다.

2단계는 15-18세를 대상으로 한 중등교육(Ensino Medio)으로 한국의 고등학교에 해당한다.  2단계 중등학교는 운영 주체에 따라 주립, 사립, 시립, 연방으로 나뉘며, 특수목적 학교인 기술학교 (Escolas Tecnicas)와 교사 양성학교도 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교 (Faculdade, Universidade)는 국립, 주립, 사립으로 구분되며, 사립학교가 질적으로 우세한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에 비해, 대학교의 경우에는 공립학교의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

1단계 의무 무상교육의 질은 다소 낮고, 교육에 대한 열의도 낮아, 학업을 포기하거나 대학을 진학하더라도 국립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1단계 과정을 사립 학교를 다닌 경우는 대체로 국립대학에 입학할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빈부 격차가 심하고 물가는 높은 국가이다.

1단계 의무교육만을 이수한 경우, 대부분은 최저 임금의 대상자가 된다. 사립 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최저 임금의 5~10배, 국립대학을 졸업한 경우는 최저 임금의 30배 이상의 임금을 받는다.


결국, 그들은 도심에서 살 수 없어 불법 점유의 삶을 선택하고, 도심의 노동력을 제공한다. 따라서, 정부는 암묵적인 불법 점유에 대해 슬며시 눈을 감아준다. 또한, 이들은 훔치거나 빼앗는 것에 대해서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 보니, 어느덧 산토스에 도착했다.

넓은 해변과 백사장에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커피로도 유명하지만, 브라질 체육부장관을 지낸 축구황제 펠레(Pelé)의 연고지로도 유명하다.

모래밭에서도 축구공을 자유롭게 다루는 아이들이 참 많다.

모래밭에서 축구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더니, 이들에게는 '축구는 삶의 최고 목표이고, 즐거움'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자신들이 처해진 환경과 삶의 단계를 초월하고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난의 세습이 이뤄지는 환경에서 부자가 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축구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펠레(Pelé).

브라질 축구 선수 출신으로, 공식적으로 브라질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다. 세계 축구계에 이바지한 공을 대중에게 인정받아 '축구황제(The King of Football)'라고 불린다.

왜 그들은 펠레에게 열광하고 존경할까?

축구를 매개체로 인생을 즐기고, 세계 최고의 수준의 실력과 국가의 위상을 높인 사람이다.

그러니, 이들에게 펠레(Pelé)는 영웅이고 우상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환경이 돕지 않아서, 출신이 완벽하지 않아서, '우리에게 길이 없다'고 하는 빈민가 사람들과 가난하지만 자신의 열정과 행복을 위해 무엇인가에 혼을 담는 산토스의 아이들.


누구나 행복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또한 누구나 행복할 권리나 이유도 있다.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거나 불행하다 생각하는 이유가 타인에게 있다면, 생각의 방향성과 관점을 바꿔보면 어떨까? 내가 행복한지를 묻는 말에, 나를 바라보지 않고 왜 타인을 바라보고 있는가?


행복은 나로부터 시작해서, 나를 바라보고 나에게 물어야 한다.

나에 대한 자존감이 없다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하는 자존심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때문이다. 

나를 믿고, 나를 격려하고 힘나게 하지 않는다면, 나 스스로가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운동장도 변변치 않아 모래밭에서 뛰는 아이들의 표정은 세상 행복해 보인다.

그들이 가진 축구공 하나는, 그들에게 미래이며 행복의 이유인 것이다.


누구나 행복할 수 있는데, 스스로에게 불행을 선물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일깨워준 아이들에게 감사하며, 산토스 해변을 걸어본다.







by Daniel

인스타그램 @a.spoon.of.smile

카카오음    @daniel.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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