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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이 Mar 05. 2024

고등학생 D 이야기, 두 번째

그 당시에 할머니 할아버지와(가끔 기어들어오는 기생충들)과 살고 있던 나는 처음 경험해 보는 일들과 친구 관계에 너무 들뜨고 철이 없었다.


기초 수급자라서 지급된 건지 정확한 복지 명목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중국집에서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쿠폰 같은 걸 나라에서 지급해 줬었었는데


철없던 나는 친구들을 자주 집에 데려와 중국 음식을 시켜주며 주제도 모르고 신이 나있었고 복지 금액은 늘 그렇듯 그리 크지 않기 때문에 금세 지급 금액을 초과한 지 오래였다.


그러나 중국집 사장은 별 말없이 계속 주문을 받았고,

누적된 금액은 그 당시 할아버지가 막노동을 하거나 폐지를 주워서 버신 돈으로 내기에는 너무나 컸던 돈이었음에도 별 말없이 초과 금액을 내주고 계셨다는 걸 뒤늦게 알았다.


그 후엔 친구들을 집에 데려오는 걸 자제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자신감으로 그런 폐가에 가까운 집에 애들을 데려온 건지 모르겠다.


보통 B벌레와 개미는 함께 출몰하지 않는다던데, 이 집은 두 벌레가 사이좋게 공존하며 하루가 멀다 하고 출몰하곤 했었다. 자다가도 얼굴로 지나가는 건 기본에 청소 한번 하면 B들의 잔해가 거짓 하나 없이 최소 15마리는 됐을 터다..


아무튼 그런 집에 사는 것도 초대하는 것도 멈추고 내가 친구 집으로 가서 노는 시간들이 늘어나며 시간이 지나 슬슬 고3 졸업을 앞두며 술을 배우게 되었고, 와중에 이성들과 술자리에서 노는 걸 좋아하는 친구와 가까워지게 되었다.


소위 음주가무를 접하는 계기가 되었고 그렇게 내 학창 시절은 또다시 공부, 대학, 비전으로부터 멀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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