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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 Mar 17. 2024

30대 D 이야기, 두 번째

새로운 이직처에서 근무를 이어간 지 1년 몇 개월이 넘어갔을 때 쯔음,

법제화와 연관된 비즈니스 모델이다 보니 기사 하나, 정치인/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술렁이던 시기였다.


어느 날, 걷다가 발목이 꺾였고, 말 그대로 J자로 꺾여버려서 인대 파열과 골절이라는 부상을 얻었다.


깁스를 하고 수술할지 말지를 고민하며 재택근무를 이어가던 와중,

결국 비즈니스 모델을 지속할 수 없는 환경이라는 사유로 우리 팀과 다른 팀. 총 두 팀이 모두 퇴사를 앞두게 되었다.


사실 예상했던 일이기 때문에 그만두게 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C레벨들은 여태 1년 넘게 근무하면서 항상 허슬이 필요하다고 우리를 부추기고 푸시했던 때와는 180도 다른 태도로 너무나 천편일률적이고 일괄적으로 근 10명이 되는 직원들을 빨리 치워버리고자 하는 그 태도와 과정에서, 스타트업에 대한 많은 배움과 상처를 얻었다. 그리고 결심도.


하지만 나는 나에게 찾아온 어떤 재앙이나 불운 속에서도 한 낱 실 같은 희망이라도 찾아나가는 편이기 때문에 그 들의 태도와는 별개로, 벌어진 상황들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근무 기간이 애매해서 아쉽기는 했지만 자의로 퇴사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산업군에 대한 근무 니즈가 있었기 때문에 터닝 포인트로 생각할 수 있었지만 사실 이 시기는 정말 취업이 너무나 힘든 시기였다는 것을 퇴사 통보받고 한 달이 지난 후에 알았다.


아직도 인대가 파열된 상태인 발목을 붙잡고 수차례 면접을 보러 다녔으나, 결과는 늘 꽝.

사유는 핏이 안 맞는다는 이유 하나.


CX커뮤니티를 보니 딱히 나만 이런 사유로 탈락하는 것은 아니었고,

여기저기서 경력자들의 곡소리 아닌 곡소리가 들려오는 걸 보아하니 지금은 이직의 때가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래도 더 노력해 보고자 비오는 날도 태풍이 치는 날도 면접을 보러 갔었더랬다.


그러나, 구직사이트에 올라온 회사들 중 내가 가고자 하는 산업군인 회사들 대부분 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고배를 마시는 것을 반복하며 더 이상 넣을 곳도 없었고, 자신에 대한 자신감도 상실하게 되어 더 넣고 싶지가 않았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내가 또 언제 이렇게 편히 쉴 수 있을까, 처음 받는 실업급여로 안심하며 쉬어보자는 생각으로 더 이상 구직 활동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3개월을 발목 치료 겸 휴식 시간을 가졌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쉬지 않고 달려온 내 삶에서 가장 맘 편히 쉬어본 3개월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부담이 0%는 아니었다.

실업급여를 타기 위해서는 구직 활동을 해야 하고, 어떤 회사라도 서류를 넣었어야 했는데,


최대로 기준을 하향시키고선 그나마 재택근무라는

장점하나로 나름 자신 있게 넣은 곳에서 떨어짐으로써,


경력직인 내 입장에서는, "아 이제는 이런 포지션을 뽑는 곳에서까지 내가 떨어질 수 있구나. 나는 정말 여태껏 뭘 해왔던 걸까"하는 마음으로 아찔해지는 경험을 통해 자존감이 박살 나는 경험을 한번 더 겪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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