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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냥 Mar 13. 2024

Side story : D의 어떤 날

평범한 사람이 같은 일을 겪었을 때의 반응이 궁금한 하루


난 오피스텔에 거주 중이다.

집에 도착하면 밤 9시가 가까워져 있다.


1년 전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이후 최근 이상한 일이 생긴다.


퇴근 후 내가 혼자 올라갈 때만 갑자기 치지직 거리면서 전등이며 버튼이며 모두 꺼져 어두컴컴해졌다가 밝아진다.

그 후 내가 눌렀던 층은 꺼져있고 다른 층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타려고 눌러놓은 층으로 올라가거나 멈춰버린다.


오늘도 겪었으니 벌써 다섯 번째.


내가 누른 버튼이 꺼져서 15층까지 올라갔던 적이 있는데

15층에서 어떤 분이 타니 그땐 그런 현상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


진짜 어이가 없다.

이런 확률을 뚫는 능력이라면 로또에서 발휘하는 게 어떠냐고 혼자 투덜대보지만 엘리베이터 공포증이 생길 지경이다.


원래도 빛하나 없는 어두운 곳에 못 있고, 폐소공포증은 기본인 사람인데 계단으로 올라갈 층은 아니니 어쩔 수 없이 오늘도 오후 9시에 엘리베이터를 탔다.


너무 무서워서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는데

심각한 불안장애가 찾아와서 심장이 미친 듯이 뛰고

두려움에 삼켜진 느낌에 어서 내리고 싶을 뿐이었다.


다섯 번.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은 숫자인데

나 혼자 탈 때만 이러는 것도 무섭고

어둠 속 밀폐된 곳에 1초라도 혼자인 건 더 무섭다.

거의 맞기 직전 순간으로 플래시백 되는 정도의 강도로 떨리는데, 이걸 이 정도로 두려워하는 나 자신이 희한하다.

이래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인건가..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경험을 겪게 되면 그러려니 하는 걸까?

나처럼은 아니지만 조금은 무섭게 느낄까?

안 그래도 작은 자극조차 과민하게 느끼는 인간인데 점점 무섭고 두려운 게 늘어나는 것이 참으로 착잡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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