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바른생활 어린이였나요?

by 단팥빵

"야! 정영웅!


오늘도 어김없이 복식호흡으로 사자후를 토해내고 만다. 엊그제는 수업 중에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도록 계속 떠들어서, 그제는 복도를 운동장처럼 전속력으로 내달려서, 어제는 친구를 밀치고 욕을 해서, 오늘은 난간 위에 올라타서 놀고 있어서.


아이들은 학교와 학급 규칙을 가지각색으로 위반한다. 눈물 쏙 빼고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한 것도 잠시, 이윽고 또 같은 잘못을 반복한다. 주로 에너지가 매우 넘치고, 지나치게 활동적이고 목소리가 큰 아이들(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높은 확률로 염색을 한 남학생)이 귀에 때려 박는 잔소리의 단골손님이다. 오늘도 익숙한 얼굴의 아이들에게 익숙하게 질문한다.


“선생님이 너희를 왜 혼낼까요?”

“위험한 행동을 해서요.”

“위험한 행동을 하면 왜 안 되는데?”

“다칠 수 있으니까요.”

“다치면 누구 책임?”

“제 책임이요.”


잔뜩 풀 죽은 어깨를 움츠린 채로 손을 다소곳이 모으고는 세뇌라도 된 듯 술술 대답한다.


“그런데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


이 대목에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도 질리도록 똑같은 레퍼토리다. 난 아직도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했을 때 지도하는 것이 어렵다. 큰 목소리를 이용해서 즉각적인 중재와 통제는 할 수 있고, 쌍꺼풀 없는 눈을 매섭게 떠서 위협적인 표정을 할 수는 있으나 그 이후에는 도저히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 아이들이 과연 내 지도를 통해 잘못을 깨달았을지, 속으로 나를 씹고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정당한 지도임에도 불구하고 혹시 아동학대로 신고당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종종 든다.


그렇다면 나의 학창시절은 과연 모범적이었나? 가만히 떠올려 보면 나는 불량한 학생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아주 모범적인 학생도 아니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으로 선생님 말씀을 잘 듣고 공부도 곧잘 하던 성실한 어린이였으나, 책상에 부딪혀 손가락뼈를 다치고 계단에서 굴러서 다리에 깁스한 전적이 있었다. 중학생 때도 다소 소심한 편이었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비속어도 배우고 친구들과 우르르 소란스럽게 무리 지어 다니기도 하였다. 대망의 고등학생 때는 광기가 절정에 달했는데,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면서 잠자던 성격이 봉인 해제라도 된 듯 고삐가 풀렸다. 친구들은 나를 유쾌하지만 불 같은 친구로 기억했다. 별 이유 없이 나를 싫어하고 차별 발언을 일삼으시던 선생님께 따박따박 말대꾸하기도 하고, 쌈닭처럼 친구들과 다투기도 하였으며, 자습 시간에 땡땡이치고 무한리필 고깃집에 간다거나 노래방에 갔다가 선생님께 잡혀 오기도 했었다.


돌아보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었을 법한 재미있는 추억들이지만 교사의 눈으로 바라본 과거의 나는 문제아까지는 아니어도 성실하고 모범적인 학생도 아니었을 것 같다. 할 건 다 하긴 하지만 놀기도 열심히 노는 아이였지 않을까 싶다. 선생님께 혼이 나고 풀이 죽은 것도 잠시, 또 그 행동을 반복하기도 했다. 이랬던 내가 과연 아이들을 혼낼 자격이 있나?


어쨌든 지금의 나는 교사로서의 직업의식을 가지고 아이들을 보다 긍정적인 길로 인도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하기 위해 노력한다.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니까. 과거의 내 행동들은 오히려 아이들의 이상하고 파격적인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도 해서 다른 선생님들이 미치고 팔짝 뛰겠다는 금쪽이들을 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고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지도하게 된다. 오늘도 망아지처럼 복도를 질주하고 계단을 네 칸씩 뛰어넘으며 오랑우탄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아이들을 지도한 뒤, 하해와 같은 마음으로 아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 얘들아. 그럴 수도 있….


“선생님, 임또또가 저 어깨빵하고 갔어요!”

“임또또, 이리 오세요!”


그럴 수 있긴 뭐가 있어! 과거는 과거고, 지금은 지금이니까 나는 교사로서 어김없이 너를 바른 길로 인도해야겠다!






*글에 등장하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교사라고 모든 규칙을 다 지키고, 항상 뚝딱뚝딱 잘 해내는 완벽한 사람은 당연히 아닙니다.

교사도 사람이니까요.

물론 아이들 앞에서는 모범이 되기 위해 노력하지만, 종종 실수하기도 합니다.

그럴 땐 실수해도 괜찮다는 걸 알려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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