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실망의 상관관계

기대와 실망은 정비례한다.

by 단팥빵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것 같아.”


우리 학교는 올해 처음 발령받은 신규 교사가 나 포함 둘이다. 우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사석에서 모임을 갖는데, 그 자리에서 동기인 정우가 한 말이다. 정우는 철저히 현실을 고려해 떠밀리듯 교단에 선 나와 달리, 교사 집안에서 자란 데다 아이들을 너무 좋아해서 교단에 서게 된 케이스이다. 아이들을 볼 때면, 정우는 눈으로 양봉장을 차린다. 그만큼 꿀이 뚝뚝 떨어진다는 소리다. 내가 학교와 아이들에 대한 비판적인 말을 쏟아낼 때마다 정우는 이해가 안 된다는 눈빛으로 본인은 항상 교직에 매우 만족하며,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것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가 저런 말을 하게 되었을까?


정우는 3월 초부터 반 아이들과 사랑에 빠졌다. 그래서 아주 잘해주었다. 아이들을 그다지 제재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정우네 반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학교를 뛰어다녔다. 정우네 반 아이들은 듬뿍 사랑받음으로 인해서 사랑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되었다. 정우가 충격을 받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는 선생님이 정우 한 사람만 있는 게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정우에게는 반 아이들밖에 없는데, 아이들에게는 너무 많은 스승이 있었다. 전담 선생님, 작년 담임 선생님, 학원 선생님, 태권도 관장님까지. 정우는 섭섭함을 느꼈다. 사랑을 준 만큼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정우와 정반대 성향인 나는 3월 초부터 아이들과 거리를 뒀다. 아이들이 다가오면 선생님 바쁘니까 저리 가서 놀라며 철벽을 쳤고, 선을 넘거나 너무 스스럼없이 대하면 예의를 갖추라고 주의를 주었다. 아이들에게 웃어주다가도 지도해야 할 상황에서는 냉정하게 대했다. 아이들이 가끔 귀엽긴 했지만, 사랑할 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학기 초까지는 관심과 애정을 열심히 주었는데 아이들이 거부하거나 알아주지 않을 때 실망했다. 하지만 몇 번 반복되자 ‘준 건 잊어버려야지. 받은 사람은 달라고 한 적도 없는데, 뭐.’라고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게 되었다.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별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랬더니 실망할 일도 없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놀랄 일이 많아졌다. 아이들은 나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주고, 때로는 감동을 주고, 넘치도록 애정을 주었다. 기대하지 않으니 실망할 일도 없었다.


우리 둘 중 누가 정답이라거나 더 낫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성향은 다 다르기 때문이다. 정우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아이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라포를 끈끈하게 형성하며,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같은 성향의 사람들은 아이들과 유대관계와 라포를 형성하는 데 비교적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들과 적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 문득 궁금해진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 것 같은가? 혹은 제3의 성향일 수도 있겠다.


실은 무엇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열악하고 익숙지 않은 상황에서도 잘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정우와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30년 차 동학년 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이고, 좋을 때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2년 차인 지금도 아이들을 대하는 건 쉽지 않아요. 여전히 아이들에게 실망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그래도 아직까지는 놀라는 일이 더 많은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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