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차 초등교사의 하이퍼 리얼리즘 교단일기
‘지금 하지 않으면 어른이 되었을 때 후회할 것 같은 일’.
매주 금요일마다 돌아오는 주제 글쓰기의 이번 글감이었다. 4학년 아이들에게 어렵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겨우 내어 준 주제였다. 나는 종종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고는 한다.
첫째, 놀이공원에서 키를 재는 것이다. 어른이 되면 놀이기구를 탈 때 '130cm 이상 탑승 가능'이라는 문구와 상관이 없으니 아쉬울 것 같기 때문이다. 지금은 키를 잴 때마다 설레고, 진짜 몇 cm 차이로 못 타면 어떡하지? 하고 떨리는데 어른이 되면 그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다.
아, 나는 종종 아이들을 과소평가하고는 한다. 나는 꽃님이의 말처럼 더 이상 놀이기구를 타기 전 키를 재지 않는다. 다시 느낄 수 없는 설렘과 긴장감이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지만, 막상 실행으로 옮긴 것은 손에 꼽는다. 교단 일기를 꾸준히 써야겠다는 마음도 여러 번 먹었으나 번번이 수포로 돌아갔다. 교단에 선 지 겨우 1년 차이지만, 더 이상 교생 실습수업 직전의 쉬는 시간과 같은 설렘과 긴장을 느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자꾸 과소평가하게 된다. (학교에는 이미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나는 놀이기구 앞에서 휴대전화만 뒤적이며 차례를 기다리는 어른이 되어버린 것이다.
최근 수영을 배우기 시작했다. 출석률은 제일 높은데 항상 유아 풀에서 벗어나지를 못한다. 강사는 부진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잔소리를 들어도, 이해받지 못해도 수영장에 가는 발걸음은 즐겁다. 수영장에 들어서서 특유의 냄새를 들이마시는 순간, 첫 수업을 하기 직전의 교생실습생처럼 설레고 긴장된다. 더디지만 성장하는 나를 보는 것은 가슴 뛰는 일이다.
글을 쓰는 행위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잘하지 못하더라도,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도 꾸준히 기록하다 보면 교단에 서는 일이 놀이기구 탑승 전 키를 재는 꽃님이처럼, 수영장 물에 들어가기 전의 나처럼 다시 설레는 날이 오겠지.
지금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일을 비로소 시작하려 한다.
*글에 등장하는 모든 학생들의 이름은 가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나날들은 상상처럼 낭만적이지 않다.
어린이를 주제로 한 에세이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생각만 해도 웃음이 절로 지어지지만, 직업인으로서 마주하는 어린이들은... 조금 다르다.
소망과는 다르게 천방지축 어리둥절 빙글빙글 돌아가는 교실에서 벌어지는 사건 사고를 유쾌하게, 때로는 진중하게 기록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