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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편선 Jan 02. 2019

독일인이 아닌 사람이 독일인인 척 하고 만든 앨범이다.

Das Nubik의 6트랙 앨범 [Katalog]


* 한국의 일렉트로닉 뮤지션 Das Nubik의 6트랙 짜리 앨범 [Katalog]에 대한 소개를 부탁받아 쓴 글이다.


카탈로그(catalog)를 굳이 독일식으로 표기하면 'katalog'다. 이는 이 앨범의 제목이다. 이것은 올바른 표기법이다. 'Nubik'은 독일식 이름 같지만, 엉터리 이름이다. 여기에 독일식 정관사를 덧붙이면 'Das Nubik'이 된다. 이는 이 앨범을 만든 아티스트의 이름이다. 물론 정관사가 붙건 말건 엉터리인 탓에, 이것은 이상하거나 바보 같은 이름이다. 독일인이 아니고 독어가 모어도 아닌 사람이 독일인인 척 하고 만든 앨범이다. 즉, 흉내를 낸 것이다. 수록된 음악도 흉내 일색이다. 이 앨범에서 새롭고 혁신적인 시도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어떤 시대에, 어떤 곳들에서 집중적으로 만들어지고 유통되었던 풍의 음악들이 수록되어 있다. 대중음악사에 관심이 있는 이라면 노이!(Neu!)나 클라우스 노미(Klaus Nomi) 같은 이름을, 혹은 크라우트 록(Krautrock) 같은 장르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빠른 결론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을 것이다. 그래서 [Katalog]가 구리다는 거요, 좋다는 거요, 파쿠리라는 거요, 레전드라는 거요, 뭐요. 그건 미안하지만 본인이 듣고 판단할 문제다. 다만 나는 이 음악들을 들으면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 운영되었던 아마추어들의 음원 공유 웹사이트 밀림닷컴이 떠올랐다. 수많은 쓰레기 음원들부터 비주얼 록 밴드 네미시스의 히트곡 "베르사이유의 장미"까지 두서없이 평등하게 올라가 있던, 지금의 사운드 클라우드와 비슷하지만 훨씬 구식인 웹사이트다. 밀림닷컴에서 수익을 기대할 바보는 없었던 까닭에, 대부분의 아마추어 유저는 그저 놀이의 목적으로 음원을 올리곤 했다. 혼자 노는 것도 재미있지만, 음원을 올리고 피드백을 받으며 같이 노는 것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Katalog]를 왜 만들었는지 나는 모르고, 물어볼 생각도 없다. 다만 그때 별 생각없이 놀던 시절의 감정이 떠올랐다. 그리고 놀고 싶어졌다. 노는 데는 흉내내기건 장르건 뭐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단편선 (음악가)


https://dasnubik.bandcam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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