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죽던 해] Track 1. ~ 5.
* 신인가수 천용성의 [김일성이 죽던 해]를 작업하면서 프로듀서로서 한 역할을 정리한 글이다. 분량조절에 실패해 총 4회차로 나누어 올린다.
- 1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3)
1. 시작
2. 트레이닝
3. 어레인지 / 세션 / 피처링
4. 자금 확보
5. 컨셉
6. 레코딩 / 믹싱
- 2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4)
7. [김일성이 죽던 해]
a) Track 1. ― 상처
b) Track 2. ― 김일성이 죽던 해
c) Track 3. ― 대설주의보
d) Track 4. ― 동물원
e) Track 5. ― 순한글
- 3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5)
f) Track 6. ― 난 이해할 수 없었네(feat. 곽푸른하늘)
g) Track 7. ― 전역을 앞두고(feat. 도마)
h) Track 8. ― 사기꾼
i) Track 9. ― 딴 생각
j) Track 10. ― 나무(feat. 비단종)
k) Track 11. ― 울면서 빌었지
- 4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6)
8. 쇼케이스 / 뮤직비디오
9. 텀블벅 / 리워드
10. 마스터링
11. 발매 / 프로모션
12. 끝
나는 준비 단계에서 ‘어떤 (음악적) 공간 내지는 풍경을 그릴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믿는 사람이다. 좁은 방부터 탁 트인 대지까지를 그려보고 거기에 어떤 요소들이 있는지를 자유롭게 상상해보는 것이다.
이를테면, 하얗고 네모난 방이야, 20평 쯤 되겠지, 한쪽 벽면이 모두 유리창이고 그 창을 통해 햇빛이 밝게 들어와, 미니멀한 취향의 사람이 사는 곳이야, 소파와 화분이 있어, 낮은 앉은뱅이 테이블도 있고, 바닥에는 러그가 하나 있어, 여기서 노래를 시작하는 거야, 햇빛이 얼굴 한 쪽만을 비추고 있어,
…라는 식으로.
더하자면, 나는 믹싱에 앞서 레코딩 단계에서 이미 음악의 거의 모든 부분이 구현되어 있어야 한다 믿는 사람이다. 레코딩에서 거의 모든 것이 제시되어 있으면 믹싱에선 정리정돈을 잘 하고, 음악의 컨셉을 보다 명확하게 하는 몇 가지 요소들을 추가하는 정도로 작업을 수월하게 끝낼 수 있다. 반대로 레코딩을 아무렇게나 하고 나중에 믹싱으로 승부를 보려면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해도 원하는 대로 구현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애초에 재료가 별로이니 아무리 조리를 잘 하고 소스를 갖다부어도 원하는 맛이 안 나는 것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 다르긴 하다. 어쿠스틱 위주의 음악에선 이렇게 가야하지만 전자음악은 또 완전히 다르다.
이하의 모든 트랙은 이런 종류의 고민으로부터 작업의 방향을 결정짓고 이를 구현하는 과정을 거쳤다.
a) Track 1. ― 상처
용성은 음반을 제작하는 와중 오소영 씨나 윤영배 씨의 음악에 대한 존경을 종종 표했다. 이는 옛 하나뮤직이란 이름으로 묶여있던 일종의 음악 공동체 전반에 대한 경외심이기도 할 것이다. “상처”는 그런 경외심이 듬뿍 담긴, ‘순도 1,000% 퓨어 인디 포크’라는 표어를 내세운 음반으로서는 아이러닉하게 단 하나만 수록되어 있는 정통 포크 트랙이다.
(여기서 ‘정통’이라는 것은 아메리칸 포크와 브리티시 포크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마치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 여러 변용을 거쳐 정착된 한국식 포크의 정전canon을 따르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식 포크는 대부분 차분하고 단정한, 심플한 공간을 지향한다. 아티스트의 목소리와 한 땀 한 땀 연주하는 기타 사운드에 청자를 몰입시키기 위해서다. 이는 훌륭한 연기와 연주를 전제로 한다. 혹은 무드를 전제로 한다.
언급했듯 용성은 전형적인 포크 뮤지션이 아니다. 목소리와 기타로 모든 것을 전달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한 가수도 연주자도 아니다. 그래서 색채감을 강하게 주기로 했다. 약간은 좁은 공간감에 로파이한 질감으로 풀어내고자 했다.
더블링이 사운드의 핵심이었다. (더블링이란 같은 노래를 똑같이 두 세 번 불러 이를 작은 볼륨으로 입히는 과정을 뜻한다. 주로 노래에 특정한 색감을 불어넣기 위해 활용된다.) 메인 보컬을 녹음한 뒤, 몇 번을 읊조리듯이 부르게 했다. 일부러 불명확하게 만들고자 했다. ‘집에서 홀로 있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라 스마트폰에 스케치를 녹음해두듯’ 불러보라 했다. 해보니 잘 안 되서 스마트폰을 아예 입에 대고 불러보게 하니 원하는 소리가 들어왔다. 떨리는 발성, 불안한 음정, 모자른 호흡.
“상처”라는 곡은 잘 부를 필요가 없는 곡이다. 대신 슬프고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보듯 차분하게 부르는, 하지만 그럼에도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레코딩을 마치고 모니터를 하는데 무언가 애매했다. 공간감을 만들어줄 악기가 조금 더 필요했다. 건반악기, 현악기 등 여러 악기를 고민하다 찾은 해답은 목관악기, 오보에였다. 오보에는 목관악기 중에서도 특유의 목가적인 뉘앙스가 강한 악기다. ‘차분히 내려앉은 정경’을 그리고자 했다. 오보에 선율을 쓰고 성부를 하나 더 붙였다.
오보에는 이소림 님에게 부탁드렸다. 나는 2000년대 초반의 스웨터와 루시드폴 등의 음악을 통해 그의 연주를 종종 들었다. 내가 오랫동안 들어온 음악을 연주해온 이를 내가 제작하고 있는 음반에 초대한다는 것은 영광스럽고 한편으론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믹싱은 천학주가 담당했다. 일단은 별다른 디렉션을 주지 않았는데 거의 원하는 그대로 나왔다. 좁고 서늘한 사운드로 시작해 코러스가 풍성해지는 순간, 잠시 동안의 구원인 양 공간이 환하게 넓어져야 했다. 그 순간을 경박스럽지 않게, 담담하게 잘 만들어주었다.
b) Track 2. ― 김일성이 죽던 해
음반을 관통하는 정서가 ‘아이러니’라면 이 곡은 그 중에서도 이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는 곡이다. 곡의 제목과 곡조의 도치로부터 발생하는 기묘함도 그렇지만 작곡 자체도 듣기에 비해 일반적이진 않다. 화성이 약간씩 뒤틀려있기도 하고(완전히 다른 스타일이지만 이런 건 그리즐리 베어Grizzly Bear 등에서 많이 발견된다) 구조적으로도 목가적인 포크 / 컨츄리 스타일의 전반부와 “김일성이 죽던 해”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후반부가 양분되어 있다.
평평하게 녹음되어 있는 데모에 비해, 후반부에 보다 힘을 주고 싶었다. 홍키통키 스타일의 흥겨운 피아노에 “김일성이 죽던 해”라는 이상한 가사를 반복하고 있는데서 오는 아이러닉함을 강조하기 위해 후반부는 아예 블랙 가스펠 스타일로 풀어보고자 했다. 피아노의 움직임도 더욱 흥fever이 느껴져야 했다. 악어들의 유지완이 떠올랐다. 그는 스타일리쉬한 피아노맨이다.
가장 힘든 녹음 과정을 거친 곡이다. 재녹음의 연속이었다. 쓰리 핑거 주법의 기타 아르페지오가 쾌적하고 선명하게 앞으로 치고 나가야 했는데 복잡한 화성과 용성의 숙련도 부족으로 원하는 퀄리티로 녹음되지 않았다. 나 역시 쓰리 핑거 주법을 평생 쓸 일 없던 사람이라 용성보다 나은 점이 없었다. (쓰리 핑거 주법으로 빠르게 연주하는 것은 말이 쉽지 생각보다 무척 어려운 일이다.) 몇 번이나 실패하다가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을 보기로 했다. ‘우리가 함춘호가 아닌 것’을 아쉽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피아노는 원래 키보드의 전자 피아노로 연주하기로 했다. 약간 ‘날티’가 나면 이질적으로 들려 보다 아이러닉한 정서가 강조되지 않을까, 란 판단에서였다. 착오였다. 막상 받아보니 다른 악기들과 조화가 되질 않았다. 이질적이란 점에선 합격이었지만 음악으로서 좋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음악으로서 좋은 게 컨셉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믿는다.) 마침 천학주의 머쉬룸 레코딩 스튜디오에 업라이트 피아노가 한 대 있어서 유지완을 스튜디오로 불렀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연주한 기억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알 영창Young Chang의 업라이트다. 과하게 화려하지도, 지나치게 죽어있지도 않은 가볍고 쾌활한 음색이 마음에 들었다.
지완은 건반을 치는 느낌이 키보드 칠 때와는 다르다며 처음엔 애를 먹었으나 이내 적응했다. 후반부의 피아노 연주는 모두 즉흥연주다. ‘(피아노를 좋아하는) 어떤 학생이 코드 플로우에 맞춰 아무거나 치면서 노는 것처럼’이라는 디렉션을 주었다. 지완은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답게, 잘 놀아주었다.
기타와 피아노, 보컬 만으론 곡의 그루브가 잘 살지 않았다. 제작비 때문에 세션을 가능한 줄이려는 계획이었다. 내가 포크 기타로 베이스 기타를 흉내내 연주한 다음에 툴에서 한 옥타브를 낮춰보기도 하다가 ‘이럴 바에는 돈을 쓰자’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마침 얼마 전 베이시스트인 정수민 씨가 연주하는 공연을 보고 온 터였다. 수민 씨와 그의 콘트라베이스를 스튜디오로 모셔왔다. 척 하면 딱이었다. 아니, 내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베이스 라인을 제안해주셨다. 곡이 이제야 정리정돈이 되는 느낌이었다. 정수민 씨가 돌아가고 용성에게 말했다. 역시 사람은 재즈를 해야해.
믹싱은 천학주가 담당했다. 높은 퀄리티로 녹음되지 못한 쓰리 핑거 기타보다는 콘트라베이스를 더 부각시키고자 했다. 콘트라베이스의 ‘또잉 또잉’ 거리는 귀여운 미들톤이 강조된 믹스가 나왔다. 가스펠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후반부에는 박수clab을 넣었다. 3명이 녹음한 박수 소리를 12명 정도가 친 것처럼 만들었다. 반복되는 “김일성이 죽던 해”에도 기계로 만든 코러스들을 덧붙였다. 듣는 사람들에겐 감쪽 같을 것이다.
c) Track 3. ― 대설주의보
듣자마자 ‘이게 타이틀곡이네’라는 감이 왔다. 차우진 음악평론가가 해설지에서 쓴 ‘보편적인 팝송’이라는 표현에 가장 잘 들어맞는 곡이었다. 친구들에게 데모를 들려주니 어떤 친구들은 너무 좋은 곡이라 하고 어떤 친구들은 그저 그런 평범한 노래라는 답이 돌아왔다. 담담하고 차분한 전형적인 모던록이니 그저 그럴 수도 있다. 그저 그럴 수도 있는 노래를 너무 좋은 곡으로 만들어야 했다.
제작비 상승을 감안하더라도 이 노래는 반드시 밴드로 연주해야한다는 판단이었다. 원래는 여러 밴드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주자들을 픽업해 레코딩하고자 했는데, 연주자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계획이 바뀌었다. 한 밴드에서 함께 오래 활동했고 서로 스스럼 없이 친한 이들이 연주를 했으면 했다.
내 머릿 속에 떠오른 이름은 악어들이었다. 자신들끼리 오랜 친구들이라 허물 없는 사이였고 ‘예술로서의 음악’에 대해 조금은 과도할 정도의 진지함을 갖춘 이들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의 첫 정규 음반인 [물고기였으면]은 중용의 미를 갖춘 좋은 블루스 록 / 팝 음반이다. 중용에 대한 이해가 있는 친구들이니 이 곡을 연주하기에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다.
한 번의 합주를 하고 바로 녹음을 했다. 디렉션은 ‘평양냉면처럼 연주해라’였다. 평양냉면을 안 먹어본 사람은 어리둥절할 것이고 평양냉면을 좋아하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들을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악어들은 모두 평양냉면을 좋아했다.
드럼에 테이프를 덕지덕지 발라 통상적인 드럼보다 더욱 뮤트된 사운드로 만들었다. 개인적으론 2010년대 최고의 한국밴드라 생각하는 파라솔 같은 드럼 톤을 상상해보았다. 영훈에게는 최대한 살살 연주하라는 당부를 했다. 세게 쳐놓고 나중에 줄여야지 하면 원하는 느낌이 안 나온다. 터치가 다르기 때문이다. 준철과 지완의 녹음도 무리없이 끝났다.
기타는 오래 걸렸다. 연주의 퀄리티에는 문제가 없었는데 톤과 연주의 컨셉을 잡는데 애를 먹었다. 배킹 기타까지는 쉬웠는데 솔로에서 막혔다. 애릭 클랩톤Eric Clapton, 욜라 텡고Yo La Tengo 등 여러 스타일을 모사해 연주를 해보다 최종적으론 조지 벤슨George Beonson 풍으로 합의되었다. (물론 나는 조지 벤슨을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 그냥 그런가 보다 했다.) 녹음된 악기들을 밸런스만 간단히 맞추어 들어보았더니 이미 훌륭했다. 레코딩이 좋다는 것은 이미 곡에서 제시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해졌다는 뜻이다. 레코딩이 좋은데 믹스가 안 좋기는 더욱 힘들다. 이미 성공했다는 마음에 들떠버렸다.
믹싱은 천학주가 담당했다. 천학주에게 평양냉면 이야기를 했는지 안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아는 것은 천학주는 평양냉면 보다는 마라샹궈를 좋아한다는 사실 뿐이다. 하지만 상상하던 것과 거의 동일한, 완전한 평양냉면을 만들어 주었다. 믹스마저 너무 좋아서 한동안 천학주를 갓학주라고 불렀다. 이래서 척 하면 딱 하는 엔지니어를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
(간주가 끝난 직후 “오해야”라는 가사가 나온다. 나는 이 가사를 들을 때마다 괜히 《사랑과 전쟁》 같은 프로그램의 대사 같아서 혼자 너무 웃긴다.)
d) Track 4. ― 동물원
데모에서 이미 주요한 컨셉은 제시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이건 뭐 어떻게 해도 윤상 아닐까. 어짜피 윤상이라면 진짜 윤상 같이 잘 해야지. 데모가 [Part.1]과 [Part.2]의 윤상 스타일이라면 내가 만들고 싶은 건 [CLICHÈ] 쯤의 윤상 사운드였다. 마침 선수가 있다. 룸 306의 FIRST AID에게 바로 연락했다. 윤상처럼 해주세요. 아, 윤상요? 네, 윤상요. 좀 들어보고… 아, 윤상이네요. 네 윤상이에요. 네, 윤상 만들어드릴게요. 그리고 윤상이 되서 왔다. (이렇게 쓰니 마치 미용실에 간 것만 같다.)
이 음반에 수록된 비트는 모두 FIRST AID의 작품이다. 프로듀서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는 아티스트와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인지 무리수인지 판단해서 무리수일 경우 빠르게 적절한 전문가를 붙이는 것이다. FIRST AID는 적절한 전문가였고, 좋은 선택이었다.
그와는 오랜 친구지만 5년에 한 번 꼴로 비즈니스적으로 거래하는 사이기도 하다. 나의 개인 작업 중 2007년의 [스무살 도시의 밤] demo와 2012년 [백년]을 같이 믹싱했다. 기본적으로 머릿 속에 일렉트로닉을 포함해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들이 라이브러리처럼 차곡차곡 쌓여있는 사람이라 음악에 관해서라면 무슨 이야기라도 다 통한다. 자신의 스타일이 확고하니 색이 강하게 묻어나오는 게 좋다면 좋은 것이고 문제라면 문제일 수 있는데 그걸 문제로 생각할 거면 FIRST AID하고 작업을 왜 하지? 이다.
녹음은 순식간에 끝났고 편곡과 믹싱도 거의 건드릴 것 없이 한 방에 오케이 되었다. 간주가 너무 긴 것 아닌가, 라는 생각도 잠깐 했지만 이래야 이게 90년대지 하면서 이 또한 오케이.
e) Track 5. ― 순한글
데모를 받았을 때 가장 튀는 트랙이었다. 유로 디스코랄까. 밴드로 연주할 지 전자음악으로 작업할 지 고민하다가 제작비를 감안해 전자음악으로 확정지었다. 결과물을 받은 이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밴드로 연주했으면 아바Abba스러워졌을 것 같다.
역시 FIRST AID에게 맡겼다. 레퍼런스는 카일리 미노그Kylie Minogue의 “Can't Get Out of My Head”, 더욱 정확히는 뉴오더New Orger의 명곡과 매쉬업 된 “Can't Get Blue Monday out of My Head” 버젼이었다. 어둡고 느리지만 흥겨운 디스코로 주문했다. 비트도 FIRST AID가 통상 쓰는 방식인 샘플들을 슬라이스 하고 변조하는 방식보다는 드럼머신을 쓰면 좋겠다고 디렉션을 주었다.
보컬 녹음은 순식간에 끝났다. 차갑기보다는 어두운 도시남자 같은 톤이 나왔다.
demo와 가장 달라진 것은 베이스 라인이다. Verse와 Chorus를 넘나 들며 보다 동적으로 움직이는 베이스 라인이 FIRST AID의 제안으로 추가되면서 곡이 한결 윤택해졌다.
FIRST AID의 작업물을 들어보니 원래 연주해두었던 기타가 약간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다 정확하게 그루브를 살릴 수 있도록 리듬기타를 다시 연주했고, 한층 전자음악스러워졌다는 점을 감안해 잘라서 샘플처럼 쓸 수 있도록 만졌다. 역시 순식간에 녹음을 진행한 곡이다.
(3편에서에 께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