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이 죽던 해] Track 6. ~ 11.
* 신인가수 천용성의 [김일성이 죽던 해]를 작업하면서 프로듀서로서 한 역할을 정리한 글이다. 분량조절에 실패해 총 4회차로 나누어 올린다.
- 1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3)
1. 시작
2. 트레이닝
3. 어레인지 / 세션 / 피처링
4. 자금 확보
5. 컨셉
6. 레코딩 / 믹싱
- 2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4)
7. [김일성이 죽던 해]
a) Track 1. ― 상처
b) Track 2. ― 김일성이 죽던 해
c) Track 3. ― 대설주의보
d) Track 4. ― 동물원
e) Track 5. ― 순한글
- 3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5)
f) Track 6. ― 난 이해할 수 없었네(feat. 곽푸른하늘)
g) Track 7. ― 전역을 앞두고(feat. 도마)
h) Track 8. ― 사기꾼
i) Track 9. ― 딴 생각
j) Track 10. ― 나무(feat. 비단종)
k) Track 11. ― 울면서 빌었지
- 4회차 (https://brunch.co.kr/@danpyunsun/56)
8. 쇼케이스 / 뮤직비디오
9. 텀블벅 / 리워드
10. 마스터링
11. 발매 / 프로모션
12. 끝
f) Track 6. ― 난 이해할 수 없었네(feat. 곽푸른하늘)
유력한 타이틀곡 후보 중 하나였지만 최종적으론 경합에서 밀려 서브 타이틀로 낙점. 용성이 이전에 다른 이름으로, 다른 보컬리스트의 피처링을 통해 발표한 적이 있는 음원이다. 옛 음원을 들어보니 나름의 매력이 있었다. 명료하고 쨍한 느낌의 포크 발라드였다.
다시 부른다면 누가 좋을까. 나는 이 곡의 센치함을 극도로 증폭시키고 싶었다. 증폭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많은 것을 때려박는 방법이 있고, 반대로 최대한 비워서 오히려 집중하고 듣게 만드는 것이다. 후자를 택하기로 했다. 연기를 정말 잘 하는 보컬이 필요했다.
이건 곽푸른하늘이 불러야해. 곽푸른하늘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믿고 듣는 곽푸. 옛 밴드에서 “거인”이라는 음악을 같이 작업한 사이기도 했다.
푸른하늘이, 오후 6~7시 쯤 되어 약간 조도가 낮아진 자신의 방, 침대에 걸터앉아 혼자 조용히 불러보는 느낌이었으면 했다. 기타 연주까지 푸른하늘에게 부탁을 할까 생각을 했지만 결국은 내가 연주하기로 했다.
재즈 같은 건 잘 모르지만 하여간 재지하게 연주했다. 프리템포로 연주했는데, 여백을 많이 두면서 가고 싶었기 때문이다. 생각한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가만히, 가끔은 멈칫멈칫 하면서 연주했다.
기타 다음은 푸른하늘의 순서였다. 딱 두 번 불렀다. 디렉션을 정확히 이해하고, 정말 완벽하게 노래해주었다. (완벽하다는 표현이 조금 이상하긴 하다. 무슨 절창을 한 게 아니라서. 하지만 우리의 컨셉이 완벽하게 구현된 것은 사실이다.)
용성은 작업 과정을 틈틈이 사진과 비디오로 기록하고 있었다. 푸른하늘의 비디오를 남겨두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푸른하늘의 측면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눈 바로 아래 쪽을 잡아 눈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는 정도의 구도로 찍어두었다. 눈이 보였다 안 보였다 하면서 영상의 긴장감이 생겼으면 하는 소박한 아이디어였다. 나중에 영상을 확인해보니 그럴싸 했다. 이를 편집해 선공개곡의 뮤직비디오로 활용했다.
g) Track 7. ― 전역을 앞두고(feat. 도마)
당연히 군인 시절에 대한 노래다. 하지만 내겐 군인 시절보다는 20대에 안녕을 고하는 것과 같은 인상의 노래로 다가왔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가 함께 나오는 듀엣곡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군대에 관련된 노래를 여성이 불렀을 때 아이러닉 하겠다는 때문이었을 것이다.
몇몇 후보군들을 추렸고 용성과 상의를 해서 도마로 최종 결정했다. 용성은 도마가 부른 “초록빛 바다”의 목소리를 좋아했다. 나도 가장 좋아하는 도마의 노래다. 도마가 스튜디오로 왔을 때, 나는 여러 스타일의 목소리를 테스트 해보았다. 조금 더 건조하게, 조금 더 축축하게… 결국은 그냥 ‘도마스럽게’ 부르기로 했다. 도마가 도마로 부르니 도마 답고 좋아졌다. 도마는 도마일 때가 가장 좋다.
FIRST AID와 작업한 세 곡 중 가장 마지막 순서로 수록된 곡이다. 데모와 최종 결과물의 차이가 가장 큰 곡이기도 하다. 원래 데모는 평범한 보사노바 스타일이었다. (더욱 정확히는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 오석준의 “우리들이 함께 있는 밤” 류의 한국화 된 보사노바 스타일에 가까웠다.) 나는 보사노바스러움을 유지하되 조금 더 세련된 비트가 얹혀졌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이를테면 캐스커의 “고양이와 나” 같은. (레퍼런스를 찾다가 몇 번을 돌려 들었다. 정말 명곡이다.)
그렇게 디렉션을 주었는데 FIRST AID와 레퍼런스에 대한 이해에서 차이가 있던 탓인지, 무슨 장르로 설명되기 어려운 소프트한 신스팝을 만들어 왔다. 나는 반신반의 했다. 용성에게 들려주니 자신은 이 버젼도 마음에 든다 했다. 그렇다면 한 번 가보자, 결심을 했다. 몇 차례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치면서 조금씩 디테일을 수정했다. 작업된 것을 들으니 왠지 살짝 허전했다. 보사노바스러운 기타를 다시 녹음해 얹었다. 결과적으론 역시 무슨 장르로 설명되기 어려운 소프트한 신스팝에 보사노바를 얹은 무언가가 나왔다. 나는 아직도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신기하다. 거참, 어쩜 이리 만들지. 좋다는 얘기다.
h) Track 8. ― 사기꾼
이 곡은 “대설주의보”와 함께 [김일성이 죽던 해]의 프로듀서를 해보아야겠다는 직접적인 계기를 만들어준 곡이다. 흔히들 얘기하는 장르 같은 기준을 상당히 벗어난 곡이다. 뜯어보면 결국은 대중가요의 문법 속에 있는 곡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 곡의 화성과 구조, 컨셉에서 소위 ‘현대음악’스러운 문법으로 분류될 어떤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작 용성 자신은 집에서 그냥 피아노를 연주하며 마음가는 대로 쓴 곡이라 했다. 그 점이 재미있었다. 현대음악적인 요소를 더욱 부각시키기로 했다.
데모에선 화성과 구조, 선율만 제시되고 있고 리듬이 부재했다. 고요한 분위기와 부드럽게 이어서legato 길게 늘여 끄는 선율 탓인지 전반적으로 성가chant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가사와 뒤틀린 화성은 신과 자신에 대한 의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중세적 성가의 표피를 두르고 근대 또는 현대적인 주체에 대해 노래하는 곡이란 생각이 들었다.
성가는 대중음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화성학 같은 걸 떠나서라도, 성가의 표피를 두른 음악들은 현대에도 아주 많다. 응원가도 그 중 하나로, 응원가 자체를 아예 Chant로 부르기도 한다. 응원가의 선율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도록, 단순하게 짜여져있다. 또한 참여자들을 고양시키기 위해 큰 북을 활용해 정박마다 둥둥거리며 단순한 리듬을 삽입하는 게 일반적이다.
정박마다 치는 북소리를 연주로 환산해 삽입하면 어떨까 싶었다. “사기꾼”의 조성은 라장조이고 라장조의 으뜸음tonic은 D다.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화성의 흐름과는 관계없이 정박에 D를 연주하게 했다. 어차피 으뜸음이기 때문에 어떤 화성에도 (약간의 불협은 있을 지언정) 붙을 수 있다. 타악은 소리의 어택감이 강하지만 피아노는 그보다는 부드러운 터치를 가진 악기다. 곡의 미니멀한 인상이 보다 강해졌고 화성의 진행과는 관계없이 D가 계속 울리는 탓에 미묘하고 아이러닉한 긴장감이 곡 전반에 흐르게 되었다. 어디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곡으로 만들고 싶었다.
피아노의 레코딩은 동찬과 함께 했다. 일렉트로닉과 현대음악, 양자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뮤지션이다. 영창 업라이트로 연주된 “김일성이 죽던 해”를 제외하고, 이 음반의 후반부에 실린 피아노 소리는 모두 야마하 C5다. 야마하는 대부분 밝고 명료한, 세련된 질감의 소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사기꾼”에서는 어둡고 조금은 뭉특한 질감의 소리가 필요했다. 통상적으론 뚜껑을 활짝 열어두고 레코딩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는 가능한 조금만 열어둔 뒤, 마이크를 거의 현과 닿을 정도로 깊숙히 밀어넣었다. 정제되지 않은 배음들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곡의 본편이 끝난 이후에도 D가 약 1분 30초 가량 계속 연주된다. 곡의 아웃트로에 해당되는 이 부분에서 리듬을 크게 흐뜨러트려 파격을 주고자 했다. 드러머는 아니지만 직접 드럼을 연주했다. 통상적인 드럼 사운드가 필요했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튜디오의 홀 한 편에 드럼을 두고 홀 가운데에 한 대의 마이크 만을 놓아 모노로 레코딩을 진행했다. 후반 작업을 하려 보니 홀 이곳저곳에서 아무렇게나 반사된 이상한 울림들이 많이 잡혀 있었다. 이 또한 음악의 소스로 모두 활용했다.
i) Track 9. ― 딴 생각
편곡에 가장 애를 먹은 곡이다. 지금 음반에 수록된 버젼은 원곡을 반 정도 들어낸 곡이다. 원래는 2절까지 진행하고선 왈츠식의, 템포가 보다 빨라진 후렴부가 등장한 뒤, 다시 잦아들면서 끝나는 곡이다. 곡조가 왈츠식으로 변하는 부분이 마치 지브리 애니메이션에나 나올 법한 곡들과 비슷했다. 이에 착안, 현악 4중주 내지는 조그만 챔버 오케스트라가 곡을 받쳐 주는 편곡을 해보기로 했다. 다만 지브리스러움을 중화시키고, 보다 모던한 현악이었으면 했다.
내가 현악 파트까지 직접 편곡하기에는 오케스트레이션에 대한 공부가 안 되어 있고 경험도 부족했다. 이전 밴드에서도 현악 편곡을 함께 하곤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밴드 음악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편곡이었지, 오케스트레이션의 수준은 아니었다. 또한, 현악 세션을 직접 레코딩하기에는 예산이 (당연히) 부족했다. 결국 편곡을 도와주는 동시에 가상악기로 그럴 싸한 정도의 소리들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했다. 수소문을 해 사람을 구했다. 일단 신디사이저 등으로 내가 생각하는 편곡을 스케치를 한 뒤, 후반작업을 요청드렸다. 레이첼스Rachel’s의 [Music for Egon Schiele] 같은, 모던한 소규모 챔버를 상상했다.
작업 파일을 전송 받았다. 퀄리티에는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생각했던 룩과 차이가 있었다. 레이첼스 보다는, 오히려 더욱 지브리스러워진 것이다. 곡의 흐름이 왠지 자연스럽지 않게 들렸다. 그런데 계속 듣다보니 애초부터 설계를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계 도면이 틀려먹었으니 작업물 자체가 제대로 나올 리가 없던 것이다.
명백히 나의 실패였다.
“사기꾼”의 바로 뒤에 붙는 트랙이라는 점도 고민이 되었다. 느린 피아노곡이 두 곡이 붙어있고, 더군다나 앨범에서 가장 실험적인 스타일의 곡 뒤에 다시 느린 곡이 붙으니 듣는 사람 입장에선 지루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은 고민 끝에 지금의 버젼을 폐기처분하고 완전히 다시 만들기로 했다.
레퍼런스도 요한 요한슨Jóhann Jóhannsson 같은 류의 앰비언스가 강조된 음악으로 변경했다. 특히 초기작인 [Englabörn]에 수록된 “Odi Et Amo”의 변조된 성악 파트를 참조하기로 했다.
보컬을 이리저리 변조하던 중, 음정을 4도 올린 보컬을 얹었을 때 기묘한 느낌이 나는 것을 발견했다. 에프케이에이 트윅스FKA Twigs 같은 근래의 알앤비에서 간혹 활용되는 작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힙한 느낌보다는 류이치 사카모토Ryuichi Sakamoto의 “1000 Knives”의 인트로 같은 구식의 느낌을 주고자 했다.
후반부에는 일상적인 소리를 샘플로 넣기로 했다. 마침 다니는 직장 근처에 공장이 많아 점심시간 쯤에 회사 근처를 돌아다니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아이폰으로 현장음을 녹음했다.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쳐 완성된 버젼이 지금의 “딴 생각”이다. 좋은 선택을 한 것일까, 이보다 잘 할 수는 없었을까, 아예 빼는 것이 좋았을까. 음반이 나온 지금도 여전히 고민이 드는 곡이다. 그러나 내게는 이 앨범의 이 자리에 정확히 이 곡이 위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고, 그에 대해선 아무런 의심이 없다. 가끔씩 이 곡을 원래 구상했던 대로 제대로 된 현악 세션과 함께 연주해보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j) Track 10. ― 나무(feat. 비단종)
처음 내가 들은 데모는 목소리와 전자 피아노 소리 하나로만 만들어진, 윤영배스럽기도 하고 롤러코스터스럽기도 한 단순하고 조금 이상한 노래였다. 전체적으로 플랫했다. 이대로는 지루하니, 리듬을 살리는 방향으로 잡았다. 데모 자체도 조금 높은 음으로 녹음되어 있었는데, 중성적인 톤의 목소리로 녹음하면 결이 더 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성적인 톤으로 유명한 것은 아무래도 이규호 님인데,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보니 (물론 좋을 수 밖에 없겠지만) 왠지 조금은 플랫할 것 같았다. 너무 안전한 선택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새로 떠올린 보컬은 비단종이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이는 아니지만 실력이 정말 확실한 사람이다. 알앤비 / 소울을 다루는 사람으로선 특이하게도 민요적인 어프로치가 강한 작업을 선보이기도 했고, 지난 싱글인 “괴물”에선 챔버록 스타일의 곡을 선보이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그의 “전국체전”이라는 노래를 너무 좋아한다. 나른하고 기분 좋은 게으름이 묻어나는 곡이다. “나무”의 보컬로 그를 떠올린 것도, 그 곡 때문이다.
용성은 리드미컬한 기타를 쳐본 경험이 많지 않아 내가 기타를 연주하게 되었다. (불행히도 이 앨범에서 가장 많은 기타를 친 건 나다…) 말로 설명하긴 어렵지만, 템포를 여유롭게 따라가며 하나씩 ‘점’을 찍는 것처럼 연주하고자 했다.
비단종과의 커뮤니케이션은 마치 ‘e-편한 세상’ 같았다. 프로페셔널과 일하면 결국은 시간도 돈도 아끼고 몸과 마음의 건강까지 챙긴다는 얘기가 마음도 편하다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특유의 소울적인 색채를 살짝 내려놓고 부르긴 했지만 그렇다고 포크스럽게 부른 것도 아니다. 나는 이 희한한 질감이 좋다.
기타와 보컬로만 이루어진 곡이라 살짝 허한 감이 있었다. 마침 정수민 씨가 “김일성이 죽던 해”의 콘트라베이스를 녹음하기로 해서 수민 씨에게 이것까지 부탁해볼까, 말까… 하다가 제작비 문제도 있으니 부탁을 못 드린 채로 베이스 녹음날이 다가왔다. 그런데 수민 씨가 번개 같이 “김일성이 죽던 해”를 녹음하더니 혹시 다른 곡 녹음할 건 없을까요? 묻는 것이었다. 옳다구나 싶어 “나무”의 베이스 연주를 부탁드렸다. 베이스라인이 들어가니 곡이 확 사는 것이 느껴졌다. 비록 차분히 콘트라베이스 소리를 녹음받고 있었지만 마음 속으론 이미 축제중이었다. 수민 씨가 돌아간 뒤 용성에게 말했다. 진짜 베이스 녹음 안 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
덧 ― 포크 기타로 연주할까 일렉트릭 기타로 연주할까, 하다가 그냥 포크 기타로 연주했다. 왜냐하면 곡의 제목이 “나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좋은 선택이었다 생각한다. 가끔은 직관적인 선택이 좋을 때도 있는 법이다.
k) Track 11. ― 울면서 빌었지
이 곡은 임창정처럼 불러야 해요. 이 곡을 연주하거나 녹음할 일이 있을 때마다 용성에게 했던 얘기다. 물론 농담이고, 용성도 농담이란 것을 안다. 어느 정도 ‘뽕끼’가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음반에 실린 곡 중 스타일 상으론 가장 팝 발라드에 가깝다. 이 곡에서 만큼은 충분히 감정적으로 불렀으면 했다.
“울면서 빌었지”를 설계하는 데 있어선, 용성과 나의 의견이 달랐다. 나는 토비아스 제소 주니어Tobias Jesso Jr.의 “Without You” 풍의 인디 발라드 스타일이 되었으면 했다. 혹은 나의 올타임 페이보릿인 쉬앤힘She & Him의 “I Thought I Saw Your Face Today” 같은 곡을 떠올리기도 했다. 좌우지간 심플한 밴드 편성이 붙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용성은 이 곡이 그보다는 더 외롭고 바닥에 떨어진 것만 같은 곡이라고 주장했다. 그래서 피아노와 자신의 목소리로만 연주하길 원했다. 몇 번을 설왕설래 하다가 결국은 용성의 의견대로 가기로 했다. 앨범에 실린 모든 곡들 중 가장 데모와 흡사한 곡일 것이다.
야마하 C5로 연주하기 정말 좋은 곡 아닐까. 녹음을 하면서 좋다, 좋다를 연발했다. 인트로의 피아노 멜로디가 정말 예쁘다. 직관적으로 매력적인 곡이다. 용성의 노래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녹음되었다. 시간 날 때마다 코인노래방에 다닌 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이 곡을 내가 얘기한 방향대로 해보았다면 어땠을까 싶다. 아마 언젠가는 그리 해볼 기회가 있겠지. 그러나 앨범의 문을 닫는 곡으로서라면, 나는 지금의 이 버젼도 참 좋다.
(4편에서 께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