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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울 Jul 03. 2019

"능력이 없으면 시집이나 가"

이 무슨 개-풀 뜯어먹는 소리람

"능력이 없으면 시집이나 가"


누가 아직도 그런 구시대적 발상을 해?라고 되물어보지만 주위 친구들 중에도 취업도 힘든데 시집이나 갈까 하는 친구가 꼭 있다.

그를 탓하려는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이 사회를 탓하고 싶다. 이 사회는 똑같은 스펙으로도 취업하기 힘들게 만들었고 취업 대신 시집이라는 탈출구를 열어놓았다.


성차별 논제에서 항변하는 남자들이 하는 말이 있다.


"여자들은 능력 없으면 시집이나 가면 되지. 우리 남자들은 능력 없으면 굶어 죽는다고!"


난 여자들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능력 없으면 차라리 굶어 죽길 바란다. 남자에게 삶을 종속시켜 살아가는 대안 따위 삭제해주길 바란다. 이 사회는 여성에게 너무도 탐스러운 선택지를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고난을 극복해 발전하는 것보다 후퇴해 안락해 보이는 삶을 선택하도록 한다. 그런 식으로 여자들은 가부장제에 종속된다.




하지만 능력이 없을수록 결혼하지 말아야 한다.


왜? 우리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자본주의는 이윤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자본이 지배하는 경제체제다. 안타깝게도 모든 분야에 시장논리가 적용된다. 절대 그래서는 안될 교육, 복지마저도 이미 종속된 지 오래다.


시장논리는 갑과 을을 나눈다. 연애나 결혼도 마찬가지다. 연애할 땐 덜 사랑하는 사람이 갑이고 더 사랑하는 사람이 을이 된다. 결혼은 다르다.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갑, 돈을 받아 쓰는 사람이 을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가사노동의 임금 가치는 제로에 수렴한다. 인식이 바뀌었다고는 하나 사람들은 여전히 가정주부를 쉽게 폄하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대로 그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는 가정주부의 삶은 퍽퍽할 수밖에 없다.


엄마에게 반찬투정을 하고 빨래 안 해놨냐며 짜증을 내면서 엄마는 집에서 놀아서 좋겠다-라고 말한다. 남편이라고 다를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자식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며 화를 내고 평일 내내 일한 건 똑같은 데 돈 벌어오는 사람은 주말엔 쉬어야 한다며 큰소리 떵떵 친다.


여기서 끝이면 다행이지. 경제력이 없다는 건 경제력을 가진 누군가에게 종속돼 본인이 결정하는 삶을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살다 보면 결혼이라는 선택지가 정말 옳았던 걸까 반문하는 상황이 생기기 마련이다. 능력이 없어 경제적으로 남편에게 종속된 여자는 결혼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알아도 쉽게 탈출할 수 없다. 고난을 극복하기보다 후퇴하기를 선택했던 여자들은 똑같은 고난에 직면하게 되며 그 고난은 경쟁력 있던 젊은 시절보다 더 크고 버겁게 느껴질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우리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 종속되는 삶은 사람답지 못하다. 난 여자들이 자신의 이름을 지우고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로 살지 않길 바란다. 제 두 발로 꼿꼿하게 서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사람답게 살길 바란다. 여성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능력이 없는데 혼자 사는 게 가능할까요?


충분히 가능하다. 덜 쓰고 살면 된다. 더 모으고 살면 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양육비가 만만치 않게 깨진다. 월 500 버는 남자(결코 쉬운 일 아니다)가 외벌이로 아이 하나를 키우는 것보다 월 180 버는 여자가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다.


덜 쓰고 더 모아 자본에 투자하라. 아니면 배워서 본인의 능력치를 키워라.


이 부분은 나중에 더 자세히 다뤄보자.




"우리는 정말 사랑해서 결혼한 거예요"


축복한다. 난 사람들이 정말 사랑해서 그 사람 없이는 못 살겠어서 결혼하길 바란다.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능력이 없어서 라는 이유로 결정하지 않았으면 한다. 호르몬은 고작 3년짜리라고는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는 해당 사항 없는 것처럼 결혼하는 서로가 호르몬의 영향 없이 끝까지 해피엔딩이길 바란다.


결혼만은 시장논리를 벗어나 갑과 을 없이 구성원 모두가 동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인 생리적 욕구는 물론 안전해지려는 욕구, 사랑과 소속 욕구들이 동시에 충족되는 공간이 집이다. 집은 경직된 수직 관계 대신 따듯한 수평 관계여야 한다.


난 나와 같은 성을 가진 여자들이 진심으로 잘되길 바란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대한민국이 더 크게 성장해서 자본 파이가 커지길 바란다. 대한민국의 멈춘 성장률은 빛 보지 못한 여성 인재의 발굴에 달려있다. 시험만 봤다 하면 남성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내는 여자들이 취업에 실패하고 결혼 후엔 경력 단절되는 현실을 반전시킨다면 대한민국은 더 크게 발전할 수 있다. 둘째,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여자다.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는 동질감과 유대감을 가진다. 그들을 사랑하기에 그들이 오늘도 잘 먹길 내일도 잘 살길 바란다.   


비혼. 혼자 잘 먹고 잘 살기.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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