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5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 정수련의 단련일기
재택근무라는 것을 시작한 지 1년이 넘었고, 벌써 2021년도 1분기가 지나간다. 유난히 날짜 감각이 없던 2020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다 보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잘 모르겠다. 그나마 올해는 2주에 한 번 단련일기 마감이 있어서 달력을 챙겨 보고 있다. 3월 말이라고 하니, 새해 다짐은 잘 지켜지고 있나 자연스레 서로 묻게 된다. 혼자서는 새해 다짐 같은 거 안 세운 지 오래고, 작은 다짐을 하더라도 확인해주는 사람이 없으니 자연스레 희미해져 가기 마련이다. 혼자서는 무너지기 쉬운 나, 무너지는 것을 쉽게 내버려 두는 나인데 단련일기 친구들이 있어 확실히 올해는 다르다.
#근육 만들기
연습, 집중 : 3월이 된 현재 몸에 붙은 근육이 느껴지나요?
수련 : 아직은 아닙니다.
PT나 식단조절까지 하고 있지는 “않아서” 아직 갈 길은 먼 듯하다. 근육을 만들고 싶다고 외치고는 있지만 그렇게 적극적으로 알아보거나 시도를 하지는 않는다. 언제까지 근육을 만들자! 라고 목표를 잡아버리면 노력을 너무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달성하지 못했을 때 상심할 나 자신이 싫어서다. 조금씩 꾸준히 하다가 내가 모르는 사이 어느 수준에 도달했을 때가 더 뿌듯하고 이전으로 쉽게 돌아가지 않을 것 같다.
1월에 시작한 새벽 요가 수련은 아침 7시 무렵 '집중', '연습'과 줌 미팅을 틀어놓고 각자의 위치에서 원하는 방법대로 하고 싶은 만큼 요가를 하고 있다.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따라하기도 하고, 조용한 아침을 맞고 싶으면 생각나는 동작을 짧게 하기도 한다. 저녁에는 요가원에서 열리는 아쉬탕가, 하타, 인, 쉬바난다 수업 중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여 듣는다. 매일은 아니지만 내 몸의 컨디션에 따라서, 기분에 따라 요가를 하다 보니 몸이 조금씩 단단해지는 느낌이 든다. 비틀기를 하다 안 닿던 손과 손이 어느 날 갑자기 닿기 시작하면, ‘아, 조금 점프했구나.’ 싶어서 내적 웃음을 짓는다. 아마 근육 만들기는 눈에 확 보이지는 않을 것 같고, 올해 말까지 꾸준하게 요가를 하면서 근육이 붙는지를 확인해봐야 할 것 같다.
# 많이 읽고, 많이 쓰기
연습, 집중 : 요즘 얼마나 읽고, 쓰나요?
수련 : 한 달에 두 권 읽고, 두 번 씁니다.
독서 모임과 [단련일기] 글쓰기가 흔들리기 쉬운 나의 다짐을 놓치지 않도록 읽기와 쓰기를 붙잡아두고 있다. 정기적인 책읽기가 가능한 것은 2월부터 격주마다 합정, 망원 근처의 동네 책방을 방문해서 각 책방이 선정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북킹어바웃' 독서 모임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단계가 계속 2단계로 머물러 있어서 처음의 두 책방은 직접 방문하지 못하고 온라인으로 모임을 진행한 건 살짝 아쉬웠지만, 각 책방에서 취향을 담아 추천한 책을 읽고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난주 '작업책방 에서 같이 이야기해본 책은 “우리는 밤마다 수다를 떨었고, 나는 일기를 썼다.”라는 중국의 페미니스트가 2020년 초 우한 봉쇄가 있었을 때 매일 적었던 일기였다. 정확히 1년 전에 궈징 작가가 쓴 상황이 지금도 그다지 나아지지 않은 상태로 코로나에 관해 이야기를 하는 상황이... 마치 우리가 그 책 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많이 쓰기는 격주에 한 번씩 쓰고 있는 이 [단련일기]로 지속하고 있다. 단련일기 주제를 정하고, 일주일 동안 글을 쓰고 '연습', '집중'과 카페에서 만나거나 온라인으로 만나 중간 점검하고, 그 다음 일주일동안 글을 마무리한다.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면 다시 루틴이 시작된다. 작년에 코로나로 재택을 하면서 작업실에서 생겨난 재미난 일들이 많이 있어서 기록해보려고도 마음먹었었는데 1월 초까지 조금 써보다가 지금은 중단했다. 단련일기 쓰는 것이 웬만큼 단련되어 익숙해지면 다른 글도 써볼 수 있으려나, 의도적으로 만든 스케줄 덕분에 2주에 한 번 독서 모임과 2주에 한 번 [단련일기]로 읽기와 쓰기 수련은 열심히 하고 있다.
# 업사이클링
연습, 집중 : 무엇을 업사이클링했나요?
수련 : 냉동식품 택배에 같이 온 보냉백을 덧대 만든 도시락 가방과 안 입는 멜빵 치마 밑단을 꿰매 만든 가방이 있습니다.
세 가지 새해 다짐 중 제일 진행이 더딘 항목이 아닌가 싶다. 언젠가 쓰겠지 싶어서 안 입는데도 모아둔 옷이나 재료들을 어떻게든 다른 용도로 만들어 보려고 쌓아둔 건 많다. 하지만 지난 단련일기에서도 고백했듯이 쌓이는 속도를 만드는 속도가 따라가지 않는다. 1월까지는 재봉 공방을 다니던 때라 보냉백을 안감으로 넣어 도시락 가방도 만들었고, 멜빵 치마 가방도 뚝딱 만들었다. 출근할 때 도시락을 싸면 마땅히 넣어 다닐 곳이 없어 종이봉투에 넣어 다니다 ‘이젠 예쁜 가방에 들고 다녀야지’ 하고 만들었지만 11월 중순 이후 출근한 적이 없어 한 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슬픈 이야기... 그래도 멜빵 치마 가방은 크기도 넉넉하고 수납 공간이 많아 (원래 있던 앞, 뒷주머니들) 애용하고 있다.
올 봄엔 작업실을 시작하면서 중고로 산 재봉틀이 벌써 5년 차가 되어가서 큰마음을 먹고 새 재봉틀을 샀다. 재료 상자에 접혀있는 오래된 옷을 해체해서 눈 찜질용 팥 주머니도 만들고, 장바구니도 만들어보려고 한다. 뭘 만들어야지 생각하고 재봉틀 앞에 앉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지만 재택으로 시간 여유가 조금이라도 더 있을 때 부지런히 만들어봐야지. 거창한 것이 아니라도 일상 속에서 작은 업사이클링 포인트를 자주 찾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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