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8 어제 뭐 먹었어?
✣정수련의 단련일기
약속이 없는 주말 아침에는 느지막이 일어나 “뭘 먹을까” 생각한다. 주로 집에 있는 재료들로 간편식(토스트, 요구르트 등)을 먹는 편인데, 주중에 먹고 남은 야채들이 있을 때는 야채를 처리하기 위해 이런저런(파스타, 오믈렛, 야채볶음) 익숙한 요리를 해먹는다. 이번 토요일 아침에도 일어나 눈만 뜬 채로 뭉그적거리며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온 “템페 고추장볶음”을 보았다. 지난주에 야채랑 같이 볶아먹고 남은 템페가 아직 냉장고에 있는 게 떠올랐다. 참 그러고 보니 표고버섯 하나랑 가지 반 개도 남아있었지. 사진의 템페 고추장볶음은 볶음 고추장처럼 고추장과 템페만 넣은 양념 요리였지만 나는 남아있는 야채를 처리해야 했기에 야채도 넣고 만들어보기로 했다.
템페 구매는 이번이 두 번째다. 작년에 어느 카페에서 먹어본 템페 샌드위치가 맛있다 생각했었는데 그때는 마땅히 국내에서 살 수 있는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언제부턴가 피아프라는 곳에서 템페를 생산해 팔고 있어서 사 먹게 되었다. (가격도 하나에 5000원이라 부담스럽지 않다.) 인도네시아 콩 발효식품인 템페는 된장에 비해 콩알이 살아있고, 낫토처럼 미끄덩거리지 않는다. 처음에 요리했을 때 템페가 짜길래 양념이 되어있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 마르쉐 피아프 부스에 계신 관계자분께 물어보니 원래 짠 게 아니라 양념을 잘 흡수한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엔 고추장 양념과는 어떻게 어울릴지 궁금했다.
인스타그램 사진에 레시피는 따로 올라와 있지 않아 일반적인 고추장 양념장 레시피를 찾았다. 가지와 버섯, 템페를 잘게 잘라 기름에 볶다가 양념장을 넣고 볶으면 끝! 약간 뻑뻑해 보이길래 중간에 물도 조금 넣었다. 마지막으로 두메부추 남은 몇 줄기를 쫑쫑 썰어 뿌렸더니 꽤 그럴싸한 볶음요리가 완성되었다. 얼려둔 밥을 해동하고 양념장을 얹어 비벼 먹으니 고기가 들어간 고추장 양념보다 확실히 담백한 맛이다. 처음 한 것치곤 성공적이라 다음번 템페를 요리할 때도 또 해볼 것 같다. 양념장 만들면서 넣은 매실청 때문인지 살짝 단맛이 있었는데 다음번엔 단맛이 나지 않게 만들어보아야지.
(글에 레시피를 넣으려고 다시 고추장 양념 레시피를 보다가 깨달았다. 내가 검색 결과 페이지에서 ‘더보기’를 누르지 않아서 간장과 설탕을 넣는 것을 빠트렸다는 사실을... 설탕은 매실청으로 어느 정도 해결되었을 것 같은데 겉도는 단맛은 간장을 넣지 않아서였나보다. 여러분 요리하느라 바빠도 혹시 빼먹은 것은 없는지 전체 문서를 모두 살펴보기로 합시다.)
[템페 고추장 볶음밥]
* 재료 : 템페 ⅓, 가지 ½, 표고버섯 1
* 고추장 양념 재료 : 고추장, 매실청, 다진 마늘, 참기름, 후춧가루, 깨
* 고추장 양념 만들기 : 고추장 2 큰 술, 다진마늘 1 큰 술, 참기름 1 큰 술, 매실청 1 큰 술, 후춧가루 조금, 깨 조금 넣고 섞어둡니다. (다음에는 간장도 1 큰 술 넣기!)
* 템페 고추장볶음 만들기
템페, 가지, 표고버섯을 잘게 자릅니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야채를 볶습니다.
볶은 야채에 소금과 후추를 약간 둘러 살짝 간을 해줍니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으면 불을 줄이고 고추장 양념을 넣고 약불에서 볶습니다.
(너무 뻑뻑해 보이면 물을 50ml 정도 부어줍니다.)
밥 위에 양념을 올리면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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