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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상의 기록 Jan 31. 2024

버피를 싫어하는 자의 수요일

버피라는 번뇌

수요일이면 나는 버피라는 번뇌에 휩싸인다. 


1. 주중 킥복싱 운동 패턴은 원래 월, 수, 목. 하지만 이번주는 월요일 딸아이 생일, 화요일은 저녁 약속 때문에 이번주는 수, 목, 금 3일 내내 계속 가야 한다  특히 운동을 시작하는 오늘은 내가 싫어하는 버피!!  

버피라고 검색하면 "악마, 죽음, 지옥" 이런 단어들이 같이 뜬다.  

버피라는 운동을 하다 보면 인간다운 존엄성을 잃어버리게 만든다. 헐떡이는 숨소리, 천연 광천수처럼 솟아오르는 땀,  죄 많은 몸뚱이 안에 있는 나의 죄책감을 현실밖으로 끄집어내어 나의 초라한 존재를 다시 한번 각인하게 만든다. 장담컨대 간디도 버피 했으면 비폭력 신념은 철회하였을 듯 


2. 요즘 자주 듣는 노래는 아이유의 love wins all, 올해 인상 깊게 본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엄태화 감독이 연출했다는 뮤비를 유심히 보다 보니 아이유가 겪은 빡침의 코드들을 많이 숨겨놓았다 싶었다. (이 불편충들아 우리 아이유 좀 고만 괴롭혀라) 언젠가 우리 단이도 아이유를 좋아하게 되어서 아빠랑 손잡고 아이유 콘서트 갈날이 왔으면 좋겠다.  


3.  요즘 회사에서 무언가 새로 이름을 지을 일이 생기면 항상 내가 담당이 된다.  카피라이팅을 넘어 네이밍까지 이건 마케터(라고 쓰고 잡부라고 읽는..)의 어쩔 수 없는 숙명 같은 건가?  네이밍은 문신 같은 거라 한번 만들 때 정말 잘 지어야 하는데... 건물이름, 새로운 법인명, 신규 런칭하는 브랜드명, 더 나아가 사명변경까지.. 훗날 누군가 "누가 이렇게 이름 지었어??"라고 하면 절대 못 찾게 숨어버려야지..   


4. 월요일 이마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몰슨 캐나디언 맥주"가 칭따오, 블랑이랑 교차판매로 8개 만원에 득템. 라거계열 맥주를 좋아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왜 이 맥주를 잘 안 사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나는 가볍게 마시기 좋아서 나의 공식적인 치팅데이인 금요일마다 함께 하는 약간 욕망의 소확행 같은 존재랄까? 아무튼 어제저녁 약속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마트에 주차를 하고, 3시간의 주차료 때문에 무언가를 사야 했는데.. 왜 이 맥주를 더 사야 한다는 생각을 못했을까?... 결국 욕망의 소확행은 기억해내지 못하고 작은 사과 만원 어치와 새로 나온 감귤 마멀레이드 프렌치파이만 한 박스 사고 주차료도 5천 원이나 내고야 말았다. 2월 1일까지 행사인데.. 더 사러 가고 싶은데 아마도 또 사면 유부남 아저씨는 집에서 쫓겨나겠지? 사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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