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선택 속에 사는 나에게
두려워하지 말지어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에 들어가고, 연애도 하고,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다 알아서 되는 줄 알았다. TV에서 다들 그러는 것 같았고, 그럴듯한 재미난 일들도 생기는듯 보였다. 동아리의 멋진 선배 오빠와 연애하는 그런 설레는 일이라든가, 삐까뻔적한 회사에 입사해서 커리어 우먼이 된다든가. 그러나 인생이 그렇게 호락호락 하다면 '인생'이란 말이 붙을 리 없다는 것을 서서히 알아갔다. 그렇다고 격동기의 삶을 산 건 아니었지만, 기대한 대로 펼쳐지지 않았던 적도 많았다.
변화를 좋아하지 않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에는 도전이나 매달리는 일은 선호하지 않았다. 순조롭다면 순조롭게 흘러간 시간이었다. 적당히 도전했고, 적당히 체념했다. 인생이 이렇게 지속적으로 선택을 자주 요구할 줄은 몰랐고, 이 길과 저 길 중 어떤 길이 더 나은지도 확신할 수 없었지만 더 나은 선택은 하고 싶었기에 전전긍긍했다. 그래서 변화는 내게 압박이었고, 안주가 더 편한 방식이었다. 그렇지만 정체된 나를 일부 멸시했고, 그럼에도 잘 하고 있다는 칭찬으로 위로를 하며 살아왔다.
어느 누구든 매일, 매 순간 선택 앞에 놓여있다. '지금이 최선이야?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 거야? 그걸 먹는 게 맞는 거야?' 인생길의 본질을 후비는 날카로운 질문들부터 자잘한 질문들까지, 선택할 것과 선택한 것에 대한 물음으로 가득 찬다. 두 개를 다 가져갈 수 없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지만, 두 개를 적당히 취하고 싶은 마음에 갈팡질팡 한다.
나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공연히 건드려서 걱정을 불러 일으키기 보다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가는 편을 좋아했다. 변화의 기류에 쉽게 휩쓸리는 것 또한 좋을 것도 나쁠 것 없듯, 이게 성향에 맞다면 나쁜 태도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좋아한다. 훗날 누군가의 성공을 부러워 할 때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사람은 했고 나는 안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는 일이란 선택을 하는 일이다. 이 길과 저 길의 선택, 수용할 것인가 불응할 것인가 선택... 나는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리 겁을 내지 말자!
변화를 무서워하거나 선택 상황을 외면한다고 스스로를 미워하고 싶진 않다. 본성이 그러하다면 일부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다만, 선택한 결과가 두려워서라면 그러지 말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선택을 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게 내 판단에서 비롯되었다면 존중할 일이다. 나는 강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믿음으로 나아갈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