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하 Apr 09. 2021

불렛저널을 쓰고 세 달이 지났다

분기 점검을 해보자면


2021년에 들어설 때 불렛저널을 읽고, 1월부터 불렛저널을 써왔다. 그 책이 의도하는 계획의 체계화와 견고한 실행력은 미흡하지만 (이실직고) 그래도 간단한 3개월 간의 불렛저널기를 작성해 볼까 한다.    





유용하게 잘 쓰고 있는 기록들과 아직 실행하지 못하는 것을 나누어서 살펴보기로 한다.

우선, 잘 하고 있는 것부터 보기로.





1. habit tracker     


* 짧은 체크와 기록이지만 쌓이면 나를 드러내는 의미 있는 기록이 된다.

* 행동과 기분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볼 수 있다.


습관이 자리 잡으려면 약 3개월, 혹은 100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다만 3개월을 착실히 했더라도 내 몸에 착붙하지 않으면 언제든 도망가는 것이 올바른 습관인 것 같다. 내 몸에 도움이 되지 않는 습관들, 예를 들어 게으름, 무절제한 식단, 의미 없이 죽이는 시간들 등은 너무나도 쉽게 나를 잠식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만큼의 갑갑한 기운도 스미기 때문에, 우리는 다시 좋은 습관을 지니기 위해 노력한다.     


매일은 쉽게 흘러간다. 나의 행동도 역시 해가 뜨고 짐과 동시에 빠르게 잊혀진다.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 그저께 일어난 일을 적어보라고 하는데, 정말 뚜렷하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과거는 어디론가 멀리 훠얼리. 과거가 쌓여 나에게 뭔가를 건네주는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지나간 시간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현재와 미래를 위한 가르침일 것이다. ‘내가 한 행동과 결과를 보았으니, 앞으로 어떻게 하겠니?’ 과거가 우리에게 주는 건 결과값이다. 그걸 어떻게 쓰느냐는 또 스스로에게 달린 셈.     


habit trcker는 매일을 점검하고, 한 주와 한 달을 한 번에 보게 해주는 유용한 기록이다. 세로축은 날짜, 가로축은 매일 한 일상적인 행동(혹은 의도적인 행동)의 타이틀을 적는다. 내가 기록하고 있는 것은 운동/커피/명상/과자 폭식/몸무게/영양제/잠든 시간과 일어난 시간/기분의 상태 정도다.      


1월에 꽤 했던 운동은 2월 들어 한 자리 수가 되었고, 3월에는 간신히 월말에 두 번 채운 게 고작이었다. 역시 새해의 가열찬 다짐과 움직임은 시간이 흐르면 게으름의 덫에 걸리게 되는 듯도 싶다. 잠깐 변명을 하자면 3월에 개인적으로 일이 생겨서 어쩌다 보니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변명은 또 변명일 뿐이니까 4월에는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요새 과자를 너무 많이 먹는 바람에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무게가 불어나는 것은 순식 간이므로) 4월에는 벌써 다섯 번의 운동을 했다. 여섯 번반 채워도 두 자리 수가 된다. 꺄릇!      


커피는 당 줄이기에 일환으로 바닐라 라떼보다는 라떼나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로 했는데, 출근할 때 도통 당 없는 커피를 들고 갈 수가 없는 것이다. 당을 너무 많이 먹는 나로서, 바닐라 라떼를 매일 먹는 것은 고치고 싶기도 한데 어떤 방법이 있을까?     


- 주 2회 바닐라 라떼 마시기 프로젝트 or 일주일 정도 바닐라 라떼 끊기 프로젝트

- 아침 식사 거리로서 바나나, 두유, 계란 등을 준비하고 라떼나 아메리카노 마시기

- 바닐라 라떼는 마시되, 오후에 간식 줄이기      


유튜브를 보면서 무의미하게 늦게 자는 것을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자정에는 자보자고 생각하고 수면 시간을 기록해 보았다.


매일의 기분도 점검해 본다. 하루의 감정을 일괄적이고 평균적으로 퉁칠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기분이 어떤지 보는 것은 의미 있는 기록 같다. 1월과 2월에 나는 몹시 불안했다. 기회가 도처에 널려 있을 법한 나이가 지나고, 얼굴 곳곳에 세월의 흐름이 담기고, 결정적으로 내 나이라고 하는 숫자도 제법 적지 않았으므로. 그래서 많이 처졌던 1~2월이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선이 마이너스까지는 아니지만 바닥을 헤매었다. 그러다 3월에는 조금 기운을 차렸고 4월에는 편안하고 안정된 기분으로 시작하고 있다.



2. 소비의 기록


가계부를 제대로 써본 적이 없고 핸드폰 요금, 보험료, 의류비나 간식비에 한 달에 어느 정도를 쓰는지 염두하지 않았다. 내가 쓰면 얼마나 쓰겠니 싶어 괘념치 않았는데, 불렛저널을 계기로 monthly 형태에 카테고리별로 소비 내용과 금액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주식으로 돈을 벌 생각은 하지만 나가는 돈에는 둔감한 것이 사실인데, 생각보다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는 부분을 관리하는 것이 더 이득일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4월은 현명한 소비와 의미 없는 지출을 줄일 수 있도록



올 상반기 내 소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 건 차 관련 세금, 주유, 수리비 등이었다. 그 다음은 매일 마시는 커피, 자주 가는 슈퍼에서 사는 초코송이나 콘초 같은 과자류.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적은 돈이라도 소중히 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들고 나가는 돈에 관심을 기울이고, 푼돈이더라도 잘 쓰고 있는 것인지 점검하고 집중한다는 데 기록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다만 2, 3월 결산을 아직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아직 반성도 반영도 하지 않고 있는 셈.



3. 책의 기록


불렛저널 뒤쪽에 월별 읽은 책의 제목, 저자, 출판사, 읽은 기간, 한줄평 정도를 기록하고 있다. 책을 읽다가 중요 구절(거의 필사에 가깝긴 하지만)도 빼곡히 적어 내려간다. 소박하게 2021년의 목표 수치를 40권으로 잡았다.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는 독서가가 되어 보기로 한다. 한 권의 책을 휘리릭 읽는 일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읽으면서 충만하고 읽고 나서도 오래 기억에 남으며 나와 들여 맞거나 나를 흔들거나 하는 면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모든 책이 나와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읽다가 중도 하차하는 책들이 있어도 괜찮으며, 빠르게 대략의 내용을 느끼며 읽고 작별을 하는 책들이어도 괜찮다.



책의 중요 구절을 메모하는 일은 즐겁다.



2021년 현재 읽은 책은 13권이다. 소설이 4권, 에세이류가 2권, 경제 관련 서적이 1권, 과학 관련 책이 2권, 마인드를 달래고 평온하게 하는 책이 3권, 체계적인 계획과 실행의 중요성 같은 굳이 카테고리를 넣자면 자기계발류가 1권(불렛저널)이다. 원래 매달 경제 서적을 한 권 읽기로 했는데, 이건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다만 상반기에 읽은 책들이 다 거의 마음에 드는 책들이라 나름 알찬 독서 생활을 한다고 생각하는 중이다. (어떤 책은 너무 감동을 받아서 눈물이 또르르... 어떤 책은 현재 4월의 모토가 될 만한 마음가짐을 안겨주기도 했다. 어째서 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3개월 동안 13권이면 올해 40권 달성은 이룰 것으로 예상되나, 한 번 안 읽기 시작하면 또 놓아버리는 건 한 순간이라 독서 생활도 잘 관리해 보기로 한다.





이제는 아쉬운 부분을 보기로 하자.

불렛저널에서는 인덱스와 퓨처로그, 계획하거나 생각했던 일의 체계적 정리를 강조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걸 나는 아직 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1. 인덱스(Index)


인덱스라고 하면, 색인이라고 해서 모든 쪽에 페이지 수를 넣어놓고, 해당 키워드에 관련된 것 옆에 페이지 수를 기록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주제에 대한 나의 모든 기록을 한데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를 들어, '제주도 여행'이라는 키워드에 관련된 것들의 쪽수를 적어 넣으면 분산된 것도 통합적으로 관리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슈도 없어서 할 만한 게 없다. 일단 뭘 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듯하다.



2. 퓨처로그와 실행


내가 짧게는 이번 주, 길게는 5년 후에 이루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것 등을 생각해 보고 구체적 실행 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실제 우리는 정리되지 않은 많은 생각들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도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지금 해야할 일-나중에 해야할 일을 정리하여 순차적인 일처리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불렛저널에서는 기호를 많이 쓰는데, 기호의 활용이 아직 정리가 안 되어 혼재돼 있다. 할 일/하고 싶은 일/한 일/생각 등 각각에 해당하는 내게 맞는 기호를 정하고 기록하는 일이 필요하다.




이러한 체계적인 기록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하고 보니 의미가 있어서 앞으로 좀더 잘 써봐야지 다짐을 하게 된다. 조각난 메모들은 의미를 만들기가 어렵지만, 그것들이 모이고 정리되어 체계화되면 어떠한 지점이나 시사하는 바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엉망인지, 얼마나 잘 지내고 있는지 메타인지 능력을 높일 수 있달까.


그러므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불렛저널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입니다. 아마도 조금은 더 자신을  관리할  있는 하나의 장치가 됩니다. 아직은 저도 알아가는 입장입니다만.

매거진의 이전글 부정적인 뉴스 TURN OFF!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