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반이나 걸린 초보운전자
후우... 일단은 말이죠, 숨부터 고르고 시작해야 할 것 같아요. 차를 갖고 출퇴근을 한 게 오늘이 두 번째입니다. 물론 퇴근길이 밀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오늘, 정말 힘들었어요. 차 안에서 헛웃음과 혼잣말로 지리하고 긴장된 시간을 보냈네요.
저는 서울에 살고 직장도 서울 끄트머리에 있어요. 지하철로 한 시간 남짓 걸리지만, 앉아서도 갈 수 있어서 괜찮습니다. (자가용은 아주 적당하지 않은 출퇴근 방법이구요.)
오늘 차를 가져간 건, 별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40% 추위 40% 운전 연습 20% 정도의 결정이었죠. 출근길은 일찍 나와서 그리 밀리진 않았어요. 퇴근길은, 밀리긴 하겠지만 견딜 정도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어요.
퇴근의 여정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속도감 있게 짧은 서술어로 교체해 봅니다.
퇴근 시작. 회사 주차장은 공간이 협소해서 내 옆뒤로 차가 빼곡히 둘러싸여 있다. 뒤차가 안 빠지면 갇혀있는 신세가 된다. 경비 아저씨가 빼주었지만 이미 20여분 지체가 됐다.
출발. 큰 도로 빠져 나가는 것부터 밀린다. 심상치 않은 조짐. 가방에 있는 단백질바를 뜯어 우걱우걱 먹는다. 배를 든든히 하고 집중력을 발휘할 시간. 전에 잘못 든 길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잘 찾아가 본다. ‘성공이군! 이런, 다른 데서 길을 잘못 들었다.’ 한강 다리 아래로 빨간 불빛의 차들이 빼곡하다.
‘아... 내가 무슨 일을 한 거야! 안락하고 빠른 지하철을 두고 내가 무슨... 객기를 부린 거야!’
좌회전 신호를 타기 위해 왼쪽 도로로 붙었더니, 아니야, 거긴 유턴도로였고, 다시 오른쪽 도로로 슬며시 머리를 밀어본다. ‘부디 나를 끼어주세요!’ 커다란 흰색 SUV는 고맙게도 나를 이해해줬고, 나는 비상 깜박이를 한 번 딸각한다. 몇 번 하는 걸까. 운전 에티켓을 좀더 익혀야 겠다.
밀림과 빨간불로 브레이크를 밟고 밟고 또 밟으며 집으로 가본다. 길을 잘 못 드니 새로운 길로 가는데, 아니.... 여긴 어디인가! 그러다가 또 길을 잘못 든다.
‘유턴을 했는데 자꾸 유턴을 하라고 하는 거얌? 내가 한 건 유턴이 아닌 게야? 응? 내비야, 말 좀 해봐!’
아무래도 오늘 안으로 집에 못 갈 것 같다. 날은 캄캄하고 길에 차는 많고 차선 바꾸기도 쉽지 않고 내가 가는 차선이 맞는 길인지도 모르겠고... 으허엉
그 일대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 집 근처에 다다를 무렵. 네비 속 도로는 빨갛고, 그 안의 여성은 말한다.
‘이 구간은 삼십 분 정체됩니다.’
‘네비야, 뭐라구? 삼십 분 내가 잘못 들은 거지?’
집이 코앞인데 차를 두고 털레털레 가고 싶었다. 서울의 퇴근길은 뭐다? 무조건 지하철입니다. (반차 내는 날이나 끌고 오려므나)
우리 동네는 차로 가긴 너무 힘들다. 그래서 돌아가긴 하지만 조금 수월한 다른 길을 이용하곤 한다. 오늘은 또 늦어지니 그냥 올라가기로 한다. 이제는 될 대로 되라의 심정이다.
역시 우리 동네는 험난하다. 사람들과 오토바이, 오가는 차들.. 신중을 기한 운전이 시작됐다. 역시 헛웃음이 나오는 지점. 다행히 앞뒤로 차가 물리는 형국은 아니어서 집앞까지 무사귀환했다.
Thank GOD!
오른쪽 발등은 브레이크를 섬세하게 눌러대는 통에 삐걱거리고, 당췌 왜 렌즈를 꼈는지 눈도 뻑뻑하다. 홈트 하나 하고 하루를 마무리하려 했는데 아무래도 몸 이곳저곳이 쑤시므로 패스한다.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면, 어디로 가서 얼마나 일찍 도착했을까 생각한다. 그러나 이미 다른 길을 갔고, 어찌 되었든 목적지에 도착했다. 스윗 홈 스윗. 마치 인생 같잖아. 길을 잘못 들더라도 다른 길은 있고 어쨌든 내가 생각한 목적지는 갈 수 있다는 것 아닐까.
험난한 평일 서울 퇴근길 운전이 끝났어요. 전 이불 속에 있습니다. 무탈하게 왔으니 다행이고, 난도 높은 운전 연습을 했으니 배운 게 있겠지요.
하여간, 출퇴근은 지하철이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