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를 믿지 말아야 한다
말 그래로 충돌이 일어났다. 그간 짧은 운전 실력으로 다 할 수 있는 양 젠체 했던 시간들은 안녕, 운전대 잡기가 두렵다.
사고를 또 내면 어떡하지.
내가 밟는 것이 브레이크인가 악셀인가!
아파트 지상 주차장에서 서행을 하다 벌어진 일이어서 크게 다친 곳은 없었다는 게 천만 다행이고, 많은 반성을 하게 해주었다. 무튼 사고는 일어났고 현재는 보험 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날은 그야말로 운전하기 악천후였다. 저녁 8시와 9시 사이였고, 비와 진눈깨비 눈이 내리는 쌀쌀하고 어두운 날씨였다. 비가 오면 도면이 미끄럽고 길이 반사된다는 말들은, 제법 운전을 한다고 착각했던 내게 크게 다가오지 않은 말이었다. 안일했고 부족했고 매우 안전불감증스러운 생각이었다.
언니네를 방문하고, 내일 가라는 언니의 말에도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렸다.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빼고 올라와 지상 주차장을 가던 중, 좌회전 지점에서 오는 차와 부딪혀 버렸다. 그 차는 내 차를 보고 멈췄으나, 이미 그 차도 꽤 앞까지 들어섰다. 난 갑자기 등장한 차에 놀라 악셀을 살짝 밟았고, 상대 차의 범퍼는 나갔다. 나는 당황해서 죄송하다는 말을 하며 공포에 사로 잡혔고, 상대 운전자는 사건 현장을 사진으로 침착하게 찍었다. 나는 침통한 심정으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굉장히 교묘하게도 두 차의 진입이 맞불리면서 벌어진 사고였다. 어둡고 빼곡히 주차된 차량들 사이에서 서로의 차를 알아보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다만 내가 브레이크를 밟지 못한 것은 과실이나 그 차도 전방을 주시하지 못한 것도 과실이다. 신호등이 있는 도로가 아니므로 한쪽의 일방적 과실은 아닌 상황인데,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
나는 내 보험사를 믿었다.
그러나 보험사는 나를 위해 적극 싸워주지 않았고, 상대의 주장을 읊어대는 앵무새 정도인양 굴었다. 나를 위한 것이 아닌 본인 회사의 실손 금액을 줄이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할 뿐이었다. 애초에 고객을 위해 잘 해줄 거라 기대했던 건 나의 순진한 생각이었을까. 상대측에서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며 나한테 선택을 하라고 한다. 스스로가 발로 뛰어야 한다면, 보험사는 무얼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지?
결국 자기 몫을 챙기기 위해서 스스로 움직여야 하는 것이 진리라는 사실만 뚜렷해진다. 내가 발품 팔고 의견 듣고 유리한 쪽을 파악하고 찾아야 한다. 결국, 불리한 형태 즉 과실을 많이 떠앉으면 그건 보험 회사의 손실이 아닌 내 손실이므로.
그저 그냥 가만히 있고 싶었는데, 가마니가 되어버리는 이 씁쓸함. 사고는 정말, 예기치 않게 일어나고 앞으로의 운전은 매우 조심해야 한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되었다. 경종이겠지.
밤운전, 비와 눈길 운전, 사각지대 등 매우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한다. 차는 정말이지 편리하지만 조심해야 하는 문명의 이기이며, 더불어 비행기보다도 사고율이 높으므로 비행기를 타면서 흔들림을 걱정하지는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