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를 구해주었다
작년 12월 초, 스스로 엄지 옆을 뜯어내 굳은 살이 생기고 상처가 나는 일을 적은 바 있다. 꽤 심플한 글감이었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건조한 손톱과 거스러미에 관해 이런저런 소회를 적었다.
그 내용은 대략 아래와 같다.
손톱 주변이 건조해서 거스러미가 잘 생긴다. 사시사철 삐죽 솟은 가시는 옷의 겉감까지도 뜯을 기세다. 거슬려서 기어이 뜯어버리고 만다.
특히나 엄지 손톱 옆 살은 더 파고들어 긁는 습관이 있는 모양이다. 습관이라고까지 생각 안 했는데 새 살이 돋아날 틈없이 뜯어 내어 굳은 살까지 배겨있다. 엄지 옆을 검지로 긁거나 다른 쪽 손 엄지와 검지를 사용해 뜯고 있다. 계속 뜯으면 손이 미워지는데 자꾸 그 언저리를 만지면서 손에 잡히기만 하면 기어이 그런다. 지금도 두 개의 엄지는 상처가 나있다.
이 정도까지는 그저 현황을 나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거스러미가 좀 심한 편인 것 같고, 그러다 보니 특히나 엄지 옆은 더 많이 뜯어낸다는 정도. 어렴풋이 ‘습관이라고까지 생각 안 했’다는 말 속에서 뭔가 사태를 감지하는 말이 등장한다.
단순히 거슬려서였다면 이렇게 오랜 시간 내내 뜯어내진 않았을 거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어른인 데도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보통 어릴 때 그러다가도 성인이 되면 사라지곤 하는데, 그러지 않고 긴장을 하거나 집중할 때 더욱 그런 버릇이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런 이들을 볼 때면 안정감을 못 느껴서인 걸까 생각했는데, 왠지 그거 나에게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손톱을 물어 뜯지만 않을 뿐이지 손톱 옆의 있는 거스러미류를 어쨌든 뜯어내 버리니까 말이다. 나.. 그런거야? 무엇때문에 그러는 거야?
이제서야 문제 행동임을 인지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이렇게 뜯는 행동을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걸리적 거리니까 뜯는 것 뿐 별다른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손톱을 물어 뜯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내 마음을 살피며 생각 없이 뜯는 일을 경계하고 예쁜 손을 만들어 가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한 달이 흘렀고, 정말 신기하게도 나는 남들과 같은 엄지의 모습이 되었다. 손톱 귀퉁이에 살짝 건조함은 있지만 매끈하게 라운드 스퀘어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달랑달랑 거리는 거스러미를 뜯어내고 싶었지만, 쳐다보지 않고 시간을 보내니 내 손은 꽤 예뻐졌다. 그래서 자꾸 내 엄지를 보게 된다. 내 손을 자꾸 본다.
정리하자면, 나는 엄지를 뜯는다는 일로 글을 쓰다가 이게 적절하지 않은 습관임을 깨달은 것이다. 글쓰기가 깨달음을 넘어 치유의 길로 안내하다니, 도무지 글쓰기를 놓을 수가 없다.
내 엄지를 구해준 글쓰기다.
정말 글쓰기가 주는 좋은 점은 무수하다.
밤하늘의 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