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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8. 따뜻한 위로를 건넨 사람들

by 포크너
회사 김은주 매니저님의 위로 메시지


수술이 취소되고 이제 아빠(만 69세)는 외과에서 내과로 넘어갔다. 지난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추출되지 않았기에 항암 치료에 착수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조직검사를 해야만 한다. "어이구, 그 힘든 걸 또 해야 하나." 아빠와 엄마의 탄식에 내 마음도 무겁다. 조직검사는 내일로 잡혔다.


계속 지연되는 일정에 속이 타들어 갔다. 암세포가 지금도 속에서 계속 커지는 이미지가 그려졌다. 동네 병원의 첫 진료가 9월 25일쯤이라고 하니 한 달 넘게 항암은 시작도 못한 것이다. 은평성모병원만 기다리고 있는 부모님의 판단도, 수술을 잡았다가 취소하고 검사만 무수히 시키는 병원 일정에 짜증이 났다.


아내는 과거를 자꾸 원망하고 회상하면 환자에게 좋을 것 하나 없다고 따끔하게 충고했다. 지금 상황에서 최선을 찾으면 된다. 자식들에게 바로 알리지 않은 부모님의 판단으로 손해(?)를 본 날은 아무리 따져도 일주일이 넘지 않는다. 구구절절 옳은 말이다.


아내의 말에 수긍하면서 나는 과거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혹시 전전긍긍할 환자 본인인 아빠를 달래고자 전화를 걸었다. “대기하는 이 기간은 항암을 위해 몸을 회복하고 끌어올리는 시기로 생각하고, 무엇보다 이것저것 가리지 말고 많이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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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산책 삼아 병원까지 걸어갔다. 어제처럼 은평성모병원 3층 로비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아내는 아버님도 아버님이지만 간호하는 어머님도 걱정이라며 엄마 먹을 음식을 이것저것 챙겨왔다. 엄마도 최근 갑상선에 1cm 혹이 발견돼 은평성모병원에서 11월 14일에 진료받기로 했다. 여러모로 위기의 시절이다.


아빠는 어제오늘 복수를 1.8리터 뺐다고 한다. 병원 음식이 너무 달아서 파김치 같은 반찬들을 사서 먹는 중이다. 오늘은 우리에게 ‘작은게볶음’이라고 해야 하나, 게를 잘게 잘라 빨갛게 볶은 반찬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뭐든 잘 먹는 나와 엄마는 “입맛이 저리 예민하니 사는 게 힘들지.”라며 타박했다.


원래 일정대로면 내일이 수술 날이다. 이를 기억한 여름아이가 10만 원을 보내왔다. 경준, 후배 설, 푸우 등 상황을 아는 친구들이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 10년째 파킨슨병을 앓는 어머니를 모시는 김은주 매니저님은 내 얘기를 듣더니 울먹이며 기도하겠다고 위로했다.


"형, 제가 의학은 잘 모르지만 세상에는 치료가 어려운 병을 안고도 오래오래 잘 보내셔서 의사가 놀라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들었어요. 형 아버님께서도 그런 케이스가 되길 바랍니다."


설의 메시지에 큰 힘을 얻는다. 이들의 위로에 고마움을 느낀다.



2024. 10. 30.(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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