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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9. 두 번째 조직검사

by 포크너
신혼집 이사를 하루 앞두고 노트에 적은 당일 체크사항


아빠(만 69세)의 두 번째 조직검사 날이다. 오전 엄마에게 전화했다. "11시에 조직검사 한데서 2시간 금식했는데 오후로 미뤄졌데. 오후에 다시 또 금식해야 해.” 엄마의 목소리에는 일정 변경에 대한 짜증이 묻어있었다.


에휴, 마침 오늘은 회사 사무실 자리를 바꾸는 날이다. 오후에는 컴퓨터와 물건들을 옮기느라 진땀뺐다. 게다가 내일은 우리 부부가 결혼 5개월 만에 신혼집으로 이사 가는 날이다. 정신이 없다.


퇴근길, 그제야 아빠 생각이 났고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4시 좀 넘어서 조직검사를 시작했고, 금방 끝났다고 한다. 이번에는 암세포 체취에 실패할 가능성에 대비해 몸에 다른 바늘관도 꽂았다고 한다. 회복 중인 아빠의 전화 목소리를 특유의 모습대로 우렁찼다.


조직검사 결과는 화요일 오후에 나온다. 나흘 또 기다려야 한다. 계속 늦어지는 일정에 한숨이 나왔지만 어쩔 수 없다. 본격적인 치료를 앞두고 주어진 회복기라 여기며 긍정적으로 마음먹을 뿐이다.



2024. 10. 3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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