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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22. 처가 집들이

by 포크너
아내가 뚝딱 차린 집들이 음식


2024년 12월 7일 토요일, 처가 식구들을 모시고 신혼집 집들이를 했다. 지방에서 올라오시는 장인, 장모님은 점심 때 오셔서 하루 주무시고 가시고, 처형 식구들은 저녁에 들렀다.


아내는 2주 전 시댁 식구들 식사 때 차린 레시피를 기반으로 저녁상을 뚝딱 차렸다. 고등어무조림, 우삼겹볶음, 야채샐러드, 굴떡국 등등 다양한 음식으로 손님 대접을 했다.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장인어른은 소파에 앉아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신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투표가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되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장모님은 장인어른이 집에서 종일 저 뉴스만 보고 있다며, 나라 걱정하지 말고 집안 걱정이나 하라고 말하셨다.


처가 식구들은 저녁을 물리고 일체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한데 모여 밥을 먹었으면 당연히 과일이나 아이스크림 등 후식을 나눠 먹는 우리 집 분위기가 달랐다. 이런 문화가 있어 다들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나 보다.


이튿날 두 어른을 모시고 호수공원으로 갔다. 한 바퀴 돌면서 산책하려 했지만 날씨가 너무 춥다. 카페로 피신해 도넛에 뜨거운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장인어른은 아빠(만 69세)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올라오면서 병문안을 가려 했는데 서로 상황이 맞지 않아 뵙지 못했습니다. 내년 봄쯤 다시 서울에 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라면과 김밥으로 점심을 가볍게 먹고, 기차역으로 갔다. 두 분이 기차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우리 부부는 발길을 돌렸다.


곧장 본가로 차를 돌렸다. 엄마는 교회에 갔고, 아빠 혼자 텅 빈 집에 누워 있다. 며칠 전부터 무릎 뒤 오금이 아프다고 한다. 상태를 보니 붓기는 없지만 콕콕 통증이 심해 걸을 수 없다.


항암 부작용인가, 폐혈전의 영향인가, 아니면 뼈로 전이된 건가.


2시간쯤 머문 뒤 우리는 먼저 나왔다. 엄마는 1시간 후에 온다고 한다. 혼자 방 안에서 낑낑대며 어두침침한 일요일 저녁을 보낼 아빠의 모습이 생각났다.



2024. 12.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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