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와서 아내와 나는 침묵에 잠겼다. 둘 다 소파에 앉아 핸드폰만 부여잡고 담도암 정보를 검색했다.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5년 생존률 30%, 이마저도 아빠(만 69세)처럼 전이 상태에서는 1~3년이다.
밤 10시가 되자 아내는 잠들었다. 나는 소파에 누운 그 자세 그대로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네이버와 구글을 찾아보며 담도암이 뭔지,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익혔다.
네이버 환우 카페 <모두 함께하는 췌장도암 이야기>(https://cafe.naver.com/cholangiocarcinoma2)에 가입했다. 절박한 사람들의 글을 절박한 마음으로 읽으니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몰랐다. 아빠와 비슷한 사례들을 찾아 읽다 보니 댓글까지 샅샅이 읽게 됐다. 수술이냐 선(先)항암이냐, 일반 항암제냐 면역 항암제냐 등여러 치료 방향성에 대한 고민거리도 얻었다. 그러면서 완치, 호전, 극복, 실낱같은 희망이 보였다.
희망과 함께 동시에 절망도 느껴졌다. 가입인사와 '잘 해 보겠다. 힘냅시다.' 글을 남기는 회원들의 '작성한 글 보기' 버튼을 클릭하면 대개 이들의 최신글은 소천이나 소풍 같은 임종을 고하는 글이었다.
이거 큰일 났구나!
새벽 4시 눈 좀 붙이려 불 끄고 누웠지만, 심란한 마음에 도무지 잠들 수 없다. 다시 환우카페에 접속해 남들의 절규를 읽고 또 읽었다.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접속해선 '담도암', '담관암'으로 검색해 읽고 또 읽었다. 읽을수록 절망감이 팽배했다.
정말 큰일 났구나!
아침 6시, 아내가 일어났다.
"밤새 안 자더만."
아내의 말에 본능적으로 의연해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일정대로 밥 먹고 카페 가자."
아내가 끓는 물에 귀리를 타서 줬다. 숟가락을 쥐고 한술 넘기려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다. 아내 앞에서 울지 말아야지 다짐했는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솟구쳤다. 얼른 두 손으로 두 눈을 틀어막았다. “왜 그래, 울지마.” 아내가 나를 안으며 따라 울었다.
아내 품에 안겨 30초쯤 울고 난 뒤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고, 앞으로 잘 대처하면 돼. 밥 먹자."
우리는 말 없이 평소 주말 아침처럼 카페로 갔고, 나는 읽고 있던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를 마저 읽었다. 마음도 헛헛하고, 잠도 못 자 피곤한 탓에 뭘 읽었는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2024. 10.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