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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크너 Oct 22. 2024

2. 담도암이래

2024. 10. 19.(토) 저녁


5시, 본가에 들어섰다.

먼저 온 2살 조카 다은이에게 인사했다.

볼수록 귀여운 여자아이다.


"대체 뭔데?"

아빠에게 물었다.


"담도암 3기래. 간에 전이되었고."

아빠의 말에 일순 나, 와이프, 동생, 제수씨의 표정이 굳었다.


"왜 몇 주 전에 다리가 부었다고 했잖아. 병원 갔더니 검진 해보래서 초음파 찍었더니, 말기로 보이는 암이 있다며 큰 병원 가래서, 은평성모병원서 지난 주 입원해서 PET-CT 찍고, 조직검사 받고 했어. 다음 주 수요일에 수술 날짜 잡는데."


담도암이라니......


"수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데. 간에 70% 정도 전이되어 떼어내고 하는가봐. 대신 배 열어보고 복막에 전이되어 있으면 다시 닫아야지."


"이걸 왜 두 분이서만..."

"일하는데 무슨, 우리가 가면 되지."


"다음 일정은?"

"다음 주 수요일에 오전에 피검사 하고, 수술 날짜 잡기로 했어. 10월말이나 11월초로."


동네 식당에서 설렁탕에 수육을 먹었다.

아빠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그래도 말기 아니고 3기이면 다행인 건가."

아빠는 초연하게 답했다.

"뭐 전이됐으니 말기든 3기든..."


집에 돌아와 케이크를 놓고 생일파티를 했다.

다은이는 정말 쉴 새 없이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는 다은이와 노느라 웃고 떠들고 했다.

다은이는 할아버지에게도 안기고 뽀뽀한다.


다은이가 사무치게 고마웠다.

세월이 흘러도 이날 다은이에게 느낀 고마움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약사인 아내가 집에 와서 아내가 말했다.

"아까 약봉투에 진통제 보니깐 마약성이야. 왠만하면 처방 안 하는 독한 진통제. 아마 아버님 조직검사 후에 소화도 안 되고 아프신데 오늘 우리 오니깐 일부러 드신 것 같아."


수술이라, 간 절제라... 그러면 항암하고 다시 살면 되는 건가. 

12년 전 위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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