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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2. 심란한 생일파티

by 포크너
GettyImages

토요일 5시, 본가에 갔다. 10월이 생일인 나, 와이프, 제수씨의 합동 생일 파티 날이다. 먼저 와있는 2살 조카 다은이에게 인사했다. 볼수록 귀여운 통통한 여자아이다.


"병원에서 뭐라고 하는데?"

곧장 아빠에게 물었다.


"담도암 3기래. 간에 전이되었고."

아빠의 말에 나, 와이프, 동생, 제수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몇 주 전에 다리가 부었다고 했잖아. 동네병원에서 초음파를 찍었더니 말기로 보이는 암이 있다며 큰 병원 가래. 지난주 은평성모병원에 입원해서 펫시티(PET-CT) 찍고, 조직검사 받았어. 다음 주 수요일에 수술 날짜 잡는데."


담도암이라니......


아버지는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수술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데. 간에 70% 정도 전이된 걸 떼낸대. 대신 복막에 전이되어 있으면 다시 닫아야 하고."


"이걸 왜 두 분이서만..."

"다들 일하는데 뭘 알려. 우리 둘이 하면 되는걸."

"앞으로 일정은?"

"다음 주 수요일 오전에 피검사 하고, 수술 날짜 잡기로 했어. 10월 말이나 11월 초로."




동네 식당에서 설렁탕과 수육을 먹었다. 아빠는 소고기에 하얀 국물이 잘 넘어간다며 한 그릇을 비웠다. 이를 본 아내는 식당을 나가면서 두 그릇을 따로 포장 주문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을 아빠와 나란히 걸으며 물었다.

"그래도 말기 아니고 3기이면 다행인 건가."

아빠는 초연하게 답했다.

"뭐 이미 전이됐으니 말기든 3기든..."


집에 돌아와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생일파티 노래를 불렀다. 다은이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이리저리 분주히 움직인다. 우리는 다은이와 노느라 웃고 떠들었다. 다은이는 할아버지한테 안겨 얼굴에 뽀뽀했고, 아빠는 다은이에게 집중하며 연신 웃었다. 다은이가 사무치게 고마웠다. 세월이 흘러도 이날 다은이에게 느낀 고마움은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집에 오는 길 약사인 아내가 말했다.

"아까 진통제 약 봉투 보니 마약성이야. 웬만하면 처방 안 하는 독한 진통제. 아마 아버님 조직검사 받고 소화 안 되고 속도 안 좋으실 텐데 오늘 우리 와서 일부러 많이 드신 것 같다."


수술이라, 간 절제라... 그러면 항암 치료하고 다시 살면 되는 건가. 12년 전 위암처럼. 마음이 더없이 심란했다.



2024. 10. 19.(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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