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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4. 중앙대학교광명병원 외래 진료

by 포크너
광명중앙대병원으로 진료 보러 가는 길, 똑같은 자세로 지하철에 앉아 계신 부모님


월화, 넋 나간 사람이 되어 환우카페만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봤다. 잠도 오지 않고 하염없이 다른 사람들 글만 읽을 뿐이다. 그런데 가만 보니 카페에서는 ‘선항암’에 대해서 우호적으로 말한다.


현재 국내 대형병원의 의사들은 담도암 치료에 있어 항암 대신 수술부터 먼저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고 한다. 그래서 아빠(만 69세)가 찾은 은평성모병원 외과에서도 절제 수술부터 권했을 테다.


카페에서는 운영진 위주로 항암을 먼저 하는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3기 이후로 전이가 된 상태라면 무턱대고 수술할 게 아니라 항암 치료를 통해 암 크기를 줄이는 게 먼저라는 의견이다. 수술해서 암을 제거하면 당장은 좋지만,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암세포가 다시 자라나기에 결국 재발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항암부터 하면서 몸 전체에 쌓인 암세포를 줄여 놓고 수술해야 재발률을 낮추고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는 견해다.


나는 카페에 아빠의 상황을 올려서 회원들의 의견을 구했고, 선항암에 방점을 두고 치료하는 분당차병원과 중앙대광명병원 진료를 추천받았다.


분당차병원은 현재 의료파업 등의 이유로 초진이 불가했고, 집에서도 너무 멀어 배제했다. 알아보는 김에 메이저 병원(3차 상급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고 싶어 서울대병원에 문의했다. 상담원은 수술은 1~2달 후에나 가능하니 이미 은평성모병원에서 수술 날짜를 잡았다면 담당 교수님도 거기서 하라고 전할 거라며 지금 상황에선 외래 진료가 의미 없다고 말했다.


선항암에 열린 자세를 갖추고, 친절하다고 카페에서 명성이 자자한 중앙대광명병원 손희주 교수님 진료를 예약했다. 수술 날짜를 기다리는 상황에서 굳이 멀리 광명까지 가서 진료를 보느냐는 엄마와 아빠를 설득했다.


일생일대의 선택인데 중대병원에 가서 얘기라도 듣자. 수술하라고 하면 은평성모에서 수술하면 되고, 항암부터 하라고 하면 그때 가서 생각하자는 나의 말에 엄마도 고개를 끄덕였다. 중앙대광명병원에서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은평성모병원에서 예정된 수술을 하시겠지만, '최소한의 노력은 해보자'는 아들의 말을 들어주는 선택을 하신 것으로 보인다.


10월 24일 목요일, 나는 회사에 오전 반차를 냈다. 집에서 광명까지 가는 길은 지하철 3개를 갈아타야 하는 고된 일정이다. 처음 온 광명역의 규모는 상당히 컸다. 병원 로비에서 그동안의 진료 기록이 담긴 CD를 입력했다. 펫시티(PET-CT)를 포함한 9천 장을 전송하는 데 1시간 가까이 걸렸다.


부모님과 나는 손희주 교수님을 마주 앉았다. 내 나이 또래의 교수는 차트를 보자마자 "이거 수술 괜찮을까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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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손희주 교수와의 진료 내용 요약.


■ 차트 리뷰

- "이거 수술 괜찮을까요? 간 종양이 너무 큰데."

- 왼쪽 간이 많이 작아 수술 자체가 위험할 가능성이 있음

■ 선항암 권유

- "개인적으로 항암부터 한다고 생각"

- 진행된 상태로 보여 암세포를 조금 죽인 후 항암하는 게 나아 보임

■ 항암 절차

- 조직검사에 아무 것도 안 나와서 조직검사부터 다시 해야 함

- 약제에 따라 다르지만, 3주에 2번 정도 간격으로 통원 (대략 3개월)

- (수술 과정에서 등) 복막전이를 발견하면 무조건 항암

■ (이대로) 수술을 먼저 할 경우 위험요소

- 종양이 크기 때문에 암세포들이 가만히 안 있고 핏속을 뚫고 다녀 조기재발 우려

- 안정화 후 수술하는 게 이론적으로는 부합

■ 희귀 종양

- 간내담도 안에 물혹이 있으면서 그 주변에 암세포가 같이 있는 형태

- 종양은 큰데 물혹이 80% 정도 차지해 암세포 자체를 채취하기 어려움

- 일반적인 10cm 암 덩어리보다는 예후가 좋긴 하지만...

- '간내 물혹내 생겨난 악성 종양'이라 이론적으로 종양을 줄이고 수술하는 게 낫다고 판단

- 물혹 동반 암이라 조직검사를 2~3번 해서 안 나올 수 있고 그때 가서 (늦게) 수술해야 할 부담도 있음.

■ 간 기능 우려

- 종양이 커서 잔여 간 기능이 작다

- 떼면 된다고 간단하게 넘길 문제는 아님

- 수술로 70% 이상을 잘라야 하는데 남는 간이 별로 없어 간-부전 발생 가능.

- 간 자체가 나쁜 상태로 지내고 → 늘 안 좋은 컨디션으로 생활 → 생명과도 연관

■ 다학제(타과 협의) 권유

- 수술이냐, 조직검사 후 항암이냐 고민되는데,

- 혼자 결정하긴 어렵고, 여러 학과 의사들끼리 상의해 수술 여부를 봐야 함

■ 기타 코멘트

- 대장은 PET-CT 결과로 보면 이상 없음




진료를 마치고 나왔다. 엄마는 손희주 교수가 친절하고 상세하게 설명해 줘서 좋다고 말했다. 우리는 병원 의자에 앉아 다음 일정을 상의했다.


일단 예정대로 은평성모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기다리면서, 다음 주 화요일 엄마가 중앙대광명병원을 다시 찾아 다학제 소견을 듣기로 했다. 다학제에서도 수술하라고 하면 미련 없이 수술하고, 선항암을 권고하면 병원에서 퇴원하든 수술하든 그때 다시 생각하자고 했다.


진료가 끝나고 근처 쇼핑몰 식당가에서 추어탕을 먹었다. 조직검사 이후 입맛이 예민해진 아빠는 추어탕이 먹힌다며 이틀째 추어탕을 드셨다. 식사를 마치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부모님은 집으로, 나는 오후 근무를 위해 회사로 향했다.



2024. 10. 24.(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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