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하는데 엄마에게서 카톡이 왔다.
"중앙대광명병원에서 전화 옴. 다학제는 취소되고 화요일 외과로 환자와 진료 오라 함. 그럼 수술쪽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함. 이쪽에서 수술하겠다고 하니 알겠다 하며 외과진료 취소 처리."
엄마의 메시지는 전보처럼 간결했다.
"어제 진료 본 손희주 교수 쪽에서 수술 결론을 냈다는 거죠?"
"그래."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차분히 수술준비 해야지."
선항암의 방향성을 가진 교수도 은평성모병원처럼 수술 소견을 내서 차라리 다행이다. 만약 항암부터 해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으면 골치 아팠을 거다.
치료 방향성이 명확히 확정되어 차라리 홀가분하다. 아내의 생일을 맞아 동네 레스토랑으로 가는 발걸음이 가볍다. 결혼 5개월 만에 시아버지의 담도암이라는 중대사를 겪은 아내에게는 고맙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엽서를 건네는 내 손은 떨렸고, 엽서를 읽는 아내의 눈망울은 촉촉해졌다.
"이번 주 아버지의 발병을 겪으며 처음 느낀 무수한 감정들을 생각한다. 슬픔과 두려움에서 시작해 '완치할 수 있어. 잘해보자.'란 의지와 '남은 남들을 농도 깊게 보내자.'란 수긍의 두 갈래로 뻗어나간 감정의 흐름에서 자명하게 느낀 사실은 오늘 하루와 가족의 소중함이다.
너에게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동시에 느낀다. 인생의 시련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네가 옆에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 반면, 가장 행복할 시기에 슬픔을 나누게 되어 미안하기도 하다.
인생은 언제 어디서든 우리에게 기쁨과 슬픔을 보내겠지. 기쁜 일은 함께 웃고, 슬픈 일은 함께 노력한다면, 우리 부부에게 삶은 더없이 풍성한 선물이 될 거야.
우리가 함께하는 오늘이 그 자체로 선물임을 절감하며 편지를 쓴다.
사랑해. 그리고 생일 축하해."
2024. 10. 25.(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