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마지막 주말, 토~일 1박 2일 처가 식구들과 논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장인 장모님과 처형네 가족,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총 7명이다.
장모님과 처형은 아빠(만 69세)의 발병 소식을 듣고 이번 여행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냥 예정대로 가자고 말했다. 우리 가족 때문에 나머지 두 가족의 계획된 일정이 깨지는 게 싫었고, 나로서도 일상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형님이 예약한 논션 펜션에서 1박을 했다. 매운탕을 먹고, 탑정호 출렁다리를 건너고, 탁 트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앞마당에서 삼겹살과 소고기도 구워 먹었다.
이틀간 즐겁게 먹고 마셨다. 우리 집은 불구덩이를 걷는 중인데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건가란 마음이 자연스레 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진심으로 위로하고 조언해 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음에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마당에 장작불을 때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 시간을 가졌다. 올해 초 어머니를 잃은 형님이 조심스레 나의 마음 상태를 묻는다. 다 좋아질 거라며 환우 카페만 너무 들여다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맞다. 요새 아빠의 투병을 지켜보고 환우 카페에 접속하면서 나도 모르게 죽음을 받아들인 것 같다. 아직 희망을 놓을 때도 아니고, 상실의 슬픔에 허덕일 상황도 아니다.
결론, 자주 뵙고 최선을 다해 즐겁게 지내되, 만나지 않을 때는 아빠의 상황을 잊고 내 일에 몰두하자.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간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건넨 선물이다. 망각의 여신 레테를 따라 강을 건너리라. 걱정 근심은 저 타오르는 연기와 함께 다 날아가라.
2024. 10.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