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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담도암] 6. 처가 여행, 레테의 강을 건너자

by 포크너
논산 솔꽃정원펜션


10월 마지막 주말, 토~일 1박 2일 처가 식구들과 논산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장인 장모님과 처형네 가족, 그리고 우리 부부까지 총 7명이다.


장모님과 처형은 아빠(만 69세)의 발병 소식을 듣고 이번 여행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그냥 예정대로 가자고 말했다. 우리 가족 때문에 나머지 두 가족의 계획된 일정이 깨지는 게 싫었고, 나로서도 일상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형님이 예약한 논션 펜션에서 1박을 했다. 매운탕을 먹고, 탑정호 출렁다리를 건너고, 탁 트인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앞마당에서 삼겹살과 소고기도 구워 먹었다.


이틀간 즐겁게 먹고 마셨다. 우리 집은 불구덩이를 걷는 중인데 나는 여기서 뭐 하는 건가란 마음이 자연스레 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진심으로 위로하고 조언해 주는 새로운 가족이 생겼음에 감사하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THE LETHE RIVER by Maxence Ma


마당에 장작불을 때놓고 멍하니 바라보는 '불멍' 시간을 가졌다. 올해 초 어머니를 잃은 형님이 조심스레 나의 마음 상태를 묻는다. 다 좋아질 거라며 환우 카페만 너무 들여다보지 말라고 조언했다.


맞다. 요새 아빠의 투병을 지켜보고 환우 카페에 접속하면서 나도 모르게 죽음을 받아들인 것 같다. 아직 희망을 놓을 때도 아니고, 상실의 슬픔에 허덕일 상황도 아니다.


결론, 자주 뵙고 최선을 다해 즐겁게 지내되, 만나지 않을 때는 아빠의 상황을 잊고 내 일에 몰두하자. 그래야 지치지 않고 오래 간다.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건넨 선물이다. 망각의 여신 레테를 따라 강을 건너리라. 걱정 근심은 저 타오르는 연기와 함께 다 날아가라.



2024. 10.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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