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단테 Aug 25. 2023

피클, 김치 그리고 나무


어린 시절에 다녔던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는 언제나 피클이 곁들여 나왔다. 요즘같이 건강한 느낌의 다양한 채소로 만든 피클이 아니라 오이피클이었다. 새콤하면서 단맛이 났던 피클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느끼한 음식을 먹을 때는 꼭 한두 개씩 먹긴 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피클이 식탁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피클이 엄청나게 많은 설탕에 절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탈리아에서는 피클과 같이 먹지 않는다는 이야기들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 당시 그런 이야기에 나 역시 오이피클이 곁들여 나오면 ‘오리지널 같지 않아’라는 생각을 하면서 먹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하고 내가 변하면서인지 요즘은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김치를 찾는 손님에게 작은 접시에 김치를 담아주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많은 한국사람이 좋아하는 김치를 준비해 놓은 배려가 너무 고마운 것이다. 우리가 굳이 파스타를 먹을 때 이탈리아 사람들처럼 먹을 필요가 없는데 그게 고급스럽고 유럽적인 느낌이라는 이유로 너무 자신들의 취향에 야박하거나 허세를 부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과거의 내가 부끄럽기도 하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으면 나는 나 자신의 변화를 생각해 본다. 단순히 피클뿐만이 아니다. 20대에 선배들이 사회생활에서 대인관계를 위해서라면 술은 필수다라는 말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30대에는 지친 사회생활을 달래기 위해 혼자서 술을 마셨다. 그렇게 나는 알코올에 의존하며 살아왔다. 단주 생활을 시작하면서 대인관계는 자연스럽게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있고 지친 사회생활을 달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하고 글을 쓰고 운동을 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변한다. 특히 나 자신을 위해서 나 자신을 바꾸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었다. 


삶에는 기준도, 규칙도 없다. 그래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고 해서 옳고 그름을 따질 수도 없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 속에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한다. 알코올 중독에서  단 한 번에 극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다들 실패를 경험하고 상처를 받으며 성장해 간다. 큰 성장을 이루는 나무 중에 상처가 없는 나무는 없다. 그리고 나무의 그 상처를 믿고 새들은 맘 놓고 집을 짓고 꽃들은 밝게 마을을 이룬다던 시를 좋아한다. 당신의 상처들이 누군가에게는 안식처가 될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희망을 전달할 것이다. 두려워하지 말고 한 발씩 나아가 보자.



작가의 이전글 회복 보듬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