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꿩의 울음소리는 ‘꿩’
제주에서 노루만큼 자주 볼 수 있는 동물은 꿩으로 얘들은 정말 여기저기 산다. 어디서 자주 나오는지는 정확히 말해주기 어렵고 그냥 제주의 길을 걷다 보면 들판 어딘가에서 뭔가 무거운 것이 푸드덕하고 날아간다. 움직임이 있는 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꿩이다.
나는 꿩이 좀 웃기다고 생각되는 게 멀리 날지도 못하는데 소리만 시끄럽다. 둔탁한 게 팍 날아가서 자세히 보면 꿩이고 사람이 뛰어가는 것처럼 뛰기 때문에 어디서든 묵직하게 존재감이 크다. 풀숲으로 도망가면 목을 쑥 넣고 나름대로 잘 숨어 있는 데 사람의 눈으로 찾으면 어디 있는지 금방 알지만 사진을 찍으려 하면 풀 숲과 섞여버려 분간이 어렵다.
꿩은 예로부터 길조로 여겨져 정원에 날아들면 재물이 생기거나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생각되었다고 한다. 길을 걷다가 만날 때마다 큰 웃음을 줘서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길을 걷는 데 귤 밭에서
“꿩 꿔거 겅.”
하는 소리가 들렸다.
‘에이 설마 아니겠지? 설마 꿩의 울음소리가 <꿩 꿔거 겅> 이겠어?’
하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말 꿩이 울고 있었다.
‘얘 설마 울음소리가 꿩이라서 이름도 꿩인 거야?’
나는 재빨리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봤다.
‘뭐야 맞잖아? <꿩 울음소리가 꿩이라 이름도 꿩>인 게. 얘 진짜 뭐야?’
이후 H 언니와 아침 걷기에서 난 또 <꿩 꿔거 겅> 소리를 들었다.
“언니 저 소리 뭔지 알아요? 저게 꿩 울음소리예요.”
말하자마자 보란 듯이 꿩 두 마리가 귤 밭을 가로질러 호기롭게 조금 날아 옆 보리밭으로 들어가 숨었다.
언니가 말했다.
“난 쟤들 웃겨 죽겠어. 가만히 있으면 못 찾을 텐데. 저렇게 큰 소리를 내고 달려서 조금밖에 못 날아가니까 꼭 나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것 같잖아.”
“맞아요. 가만있으면 오히려 못 찾을 텐데 도망가다가 더 티나요. 가끔은 너무 우렁찬 소리에 멍하게 가다가 더 놀란다니까요. 아 언니 그거 알아요? 꿩은 한 방향으로만 다닌대요.”
“진짜야?”
“네. 그래서 잡기 쉽대요. 어떤 책에서 봤어요.”
꿩은 늘 같은 길만 다니고 뒷걸음질은 모른 채 오로지 직진만 한다.
어제 지났던 길을 오늘도 당연한 듯 지난다.
그러면 동네 아이들은 철사 두 가닥을 꿩이 지나는 길에 머리 높이쯤 걸어 놓고 기다린다.
반나절 정도 기다리면 열에 두세 번은 꿩이 걸린다.
- 『제주식탁』 양용진, 60p.
참고로 꿩은 기분에 따라 <꿩 꿔거 겅>하고 울기도 하고 <꿩~ 꿩~>하고 울기도 한다.
한라산 멍 때리는 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