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처서와 함께 하는 승마수업

by 김용희

"용희 씨, 우리 오늘 수업 있는 것 맞죠? 센터에 왔는데 아무도 없길래요."


"오늘 수업 맞아요. 저번 시간에 저도 일찍 갔었는데, 아무도 없었어요."


"그래요? 아무도 없길래 혹시 오늘 수업 없나 하고요... 혹시 말은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알아요?"


"아 그건..."


나는 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동지를 타라고 해서 동지를 준비하면 되는 데, 혜수 언니는 아직 배정받은 말이 없나 보다.


"말은 선생님께 한 번 전화해 보셔야 할 것 같아요..."


"용희 씨는 언제 와요?"


"저는 지금 도서관인데, 책만 잠깐 빌리고 빨리 갈게요."


수업 시간 30분 전 혜수 언니의 전화였다. 입문반일 때는 모두 수업 시간 30분 전에 와서 말을 준비하곤 했었는데, 초급반으로 진급하고 나서는 다들 좀 늦게 온다. 말에 익숙해진 것 같기도 하고, 말을 너무 빨리 준비시키면 오래 타야(?) 해서 힘들다는 말도 있었다. 나는 지난 시간에 30분 일찍 갔다가 혼자 기다렸던 경험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면 도착할 생각으로 오늘은 좀 늦게 가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마구간에 혼자 들어가 말을 끌고 나올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했고, 어차피 나는 동지를 타기로 해서 준비를 금방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도 조금 있었기 때문이었다.


1시 50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다가 생각보다 조금 늦어진 나는 헐레벌떡 마구간으로 들어갔다. 우리 반에서 제일 잘 타시는 분과 그다음으로 잘 타시는 분도 마구간으로 들어왔다.


"용희 쌤, 제가 무슨 말 타라고 했죠?"


"동지요."


"그럼, 용희 쌤은 동지 준비시키시고요."


나는 동지를 찾아 마방을 기웃거렸다. 이상하게도 동지 방은 문이 열려 있었고, 동지가 없었다.


"선생님. 동지가 없는데요?"


종종 우리 수업 전에 수업이 있는 경우에 동지가 마장에 나가 있는 경우도 있어서, 나는 전 수업에 동지가 나가 있나 보다 했다.


"동지 여기 있는데?"


수장대에 가보니, 김 반장님이 동지를 다 준비시켜 놓으셨다.


'오? 큰일이다."


나는 동지 빼고는 다른 말은 별로 타본 적이 없기도 하고, 다른 말을 준비시킨다는 것은 너무 눈앞이 깜깜하다.


"선생님, 동지는 김 반장님이 준비시켜 놓으셨어요. 저는 누굴 탈까요?"


"음... 그러면 소만이를 타세요."


소만이 방으로 가보니, 우리 반에서 두 번째로 잘 타시는 분이 소만이 방에 계셨다.


"오..."


'클랐다. 오늘... 이럴 줄 알았으면 30분 일찍 오는 건데...'


아, 내가 왜 답지 않게 여유를 부리면서, 늦게 왔는지 모르겠다. 책은 승마 끝나고 빌려도 되는데... 오늘 승마 수업은 벌써부터 망한 느낌이 든다.


"그럼, 용희 선생님은 처서 타세요."


"선생님... 혹시 처서는 물지 않나요?"


"처서는 준비할 때만 물어요."


"네?"


나는 소만이만 무는 줄 알았었는데, 순한 줄 알았던 처서도 무는 말이었다니... 말의 세계란... 엄청난 두려움이 몰려왔다. 하는 수 없이 준비를 다 마치신 김 반장님께 가서 처서를 마방에서 데리고 나올 때 옆에 있어 달라고 부탁드렸다. 이쯤 되니 한 번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이 많았지만, 막상 하려니 두려웠다. 다른 사람을 잘 도와주시는 김 반장님은 손수 마방 굴레를 벌려 처서를 넣어주려 하셨다.


"도와주지 마세요."


어느새 나타난 <덜커덩 선생님>이 마방 문 앞에서 말씀하셨다. 나 역시 이젠 혼자 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 옆에 누군가 있어 준다면 혼자 해보고 싶긴 했었다.


'사람이 옆에 있으면 할 수 있는데, 혼자서는 못 하겠는 이 마음은 뭘까? 의존심의 종류도 여러 가지가 있는 걸까?'


생각해 보니 나는 무슨 일을 할 때 사람들과 같이하는 걸 좋아한다. 도와달라고 하진 않지만, 누군가 곁에 있으면 일이 더 잘 된다. 옆에 누군가 있어 주면 안정감이 들기 때문인지 그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처음이라 자신이 없는 일이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


'누군가 옆에 있어 줬으면 하는 마음을 없애면 자립심을 더 기를 수 있는 걸까?'


나는 내 마음을 더 탐구해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처서를 되도록 빨리 준비시키기로 했다. 다음 시간에는 무조건 30분 일찍 와야겠다. 오늘은 내가 좀 안일했다.




처서는 생각보다 타기 어려운 말이었다.


"처서는 균형 잘 못 맞추면 잘 안 가요."


내가 잘 들은 건지는 모르겠지만 <덜커덩 선생님>이 밑에서 소리치신 것 같다. 아마 내가 들은 게 맞는다면 나는 오늘 처서를 타기는 글렀다. 내 몸은 균형이 안 맞기 때문이다. 말 위에 앉아 있는데, 신기하게도 처서의 목이 계속 왼쪽으로 돌아갔다. 아마 내 몸의 무게 중심이 왼쪽으로 쏠려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처서! 오늘 안 타실 거예요? 다시 입문반으로 회귀하신 거예요?"


아래쪽에서 <덜커덩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달려 보려 했지만, 처서가 계속 목을 털었다. 조금 달려 보려다가 멈추고 조금 달려보려다가 멈췄다. 말이 목을 계속 아래로 치니까 죽을 맛이었다.


"선생님, 처서가 목을 계속 아래로 당기는데요?"


"오늘은 어떻게든 달려보세요. 잠깐이라도. 말 목이 계속 당겨지니까 얘도 그러는 거예요. 어떻게든 달리면 괜찮아져요."


수업 30분쯤이 지났을까? 처서와 나는 서로 교감을 못 하고, 처서는 계속 목을 털고... 나는 어떻게 해야 얘가 달리는지를 몰라서 처서와 통신 불능 상태로 <덜커덩 선생님>께로 다가갔다.


"선생님, 도저히 안 되는데요?"


"아니, 달릴 수 있는 말이 있어요? 어떻게 해줘야 해?"


"음.. 동지요? 아마 동지로는 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니, 지난 시간에 보니까 동지로도 못 달리던데..."


나는 동지를 타고 잘 달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잘 달린 게 아니었나 보다. 나는 구보, 속보, 경속보. 뭐 그런 차이를 모르고, 내가 지금 말 위에서 어떻게 타고 있는지 그런 걸 잘 몰라서 선생님이 달린 게 아니라고 하시니 못 달렸나 보다 했다. 그래도 지금 타 본 말이 소만이랑 동지 정도이고, 소만이 보다는 동지가 나으니까 내 입장에선 어떤 말이 나은지 물으시면 동지라고 대답할 수밖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그나마 동지요."


결국 나는 다음 시간부터 동지를 다시 타기로 했다. 오늘 동지를 탔던 김 반장님이 내게 말씀하셨다.


"다음 주부터는 그럼 동지를 타는 거야? 지난번에 보니 동지로도 못 달리던데?"


"맞죠. 선생님도 그 말씀 하시던데... 원래 못 타지만 그나마 처서보단 동지가 나을지도요."


아... 왜 다른 건 다 되는 데 나는 승마만 안 될까? 다음 시간에는 좀 나아지려나. 승마를 잘하려면 뭘 어떻게 하면 되는 걸까? 진심 넘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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