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말을 50번 타보기로 했습니다.

by 김용희

9월에 시작한 가을 학기는 12월로 접어들며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제 이번 학기 수업도 4번 남았다. 하지만 수업은 다 끝나가는 데 나의 말 타는 실력은 왠지 퇴보한 느낌이다. 말에 대한 무서움은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만, 아직도 나는 말을 어떻게 하면 잘 타는 건지, 여러 운동 중에서 왜 승마만 유독 이렇게 어려운 건지 아직도 궁금증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여름에 연재 언니가 계절학기를 들었다고 하던데, 혹시 이번 겨울 방학에도 연재 언니는 계절학기를 듣는 걸까? 나는 혹시 연재 언니가 이번 겨울에 계절학기 들으면 나도 같이 들을까 생각하면서 연재 언니에게 연락해 보기로 했다.


"연재 언니, 혹시 이번 방학에도 계절학기 들으세요?"


"저는 프로그램 시간대 나오는 거 보고 결정하려고요."


"언니, 그럼 시간표는 혹시 언제쯤 나오는지 아세요? 겨울에 눈 오면 센터에 나오기 어렵지 않으려나요?"


"여름에도 비 때문에 보강은 많긴 했어요. 그런데 안 타면 또 너무 섭섭할 것 같아요. 시간표는 다음 달에 나오지 싶어요."


"아, 그렇죠. 저도 더 타보고 싶긴 한데, 겨울에 눈 때문에 센터 나오기 위험할 것도 같고... 승마가 좀 무섭긴 한데 이제 조금 나은 것도 같고... 어떻게 할지 모르겠는데 제가 나중에 또 언니한테 여쭤볼게요.


"사실 전부터 용희 씨를 볼 때마다 예전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말을 50번 정도 타시면 좀 편해져요. 초반에 저도 겁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기승 횟수가 늘면서 점차 나아지더라고요."


"오 진짜요? 50번이요? 저 몇 번인지 한 번 세봐야 할 것 같아요. 언니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연재 언니가 말한 50번이라는 횟수는 묘하게 내게 안도감을 주었다. 그냥 승마는 막연히 영원히 안 될 것 같은 마음이 있었었는데 일단 마음을 비우고 50번을 한 번 채워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간 내가 몇 번이나 탔지?'


한 학기 수업이 15주 이므로 두 학기를 탄다고 하면 30번의 기승 횟수가 나온다. 그리고 외승까지 하면 33번. 앞으로 대략 20번만 더 타면 과연 내게도 희망이 있는 걸까?


내게 대회를 나가거나 선수가 되려는 목적이 있는 건 아니지만,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는지 제대로 한 번 배우고 싶은 마음은 크다. 지금까지는 무작정 말을 타보긴 했지만, 어떻게 하면 말에게 신호를 잘 주고 잘 달릴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이번 학기 승마 수업을 시작하면서 꼭 배워보고 싶었던 스스로 자립하고 타인에 대한 의존심을 끊는 법은 아직 제대로 알아내지 못했다.




H 승마장에서 수업이 끝난 어느 오후 나는 이미정 선생님과 대화를 나누었다.


"선생님, 평보랑 속보의 차이를 아직도 모르겠어요. 아마 말에게 달리라는 신호를 주는 것 같은데 무엇이 다른 가요?"


"평보는 오른쪽 발뒤꿈치 왼쪽 발뒤꿈치 이렇게 교대로 중심점을 잡고 걷듯이 타는 것이고, 속보는 양쪽 발뒤꿈치를 동시에 디디면서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자세로 타는 거예요."


"저도 좀 잘 배우고 싶은데, 아직은 제가 어떻게 말에게 신호를 주는 건지 잘 모르거든요. 혹시 여기서도 강습이 가능한가요?"


"그럼요. 조금 기초를 배우고 타면 좋죠."


나는 이미정 선생님과 말씀을 나누다가 H 승마장에서 평일 오전 대에 강습을 끊으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수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음... 12월에 강습을 한 번 들어 볼까? 1월에는 아예 수업 못 들을 것 같은데?'


제주는 특이하게도 1월에 약 15일간 눈이 계속 오는 기간이 있다. 이때는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어디 돌아다닐 생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제설차도 많지 않고 차량 통행량도 많지 않아 눈이 녹지 않은 빙판 곳곳이 위험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혹시 제주도 서울과 같은 거로 생각해서 운전할 수 있다고 자칫 자만해서 돌아다니다가는 그늘진 곳에 쌓인 눈 때문에 순식간에 차가 옆으로 휙휙 돌아가기도 한다.


제주는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은 많지는 않고 눈이 많이 오더라도 해가 뜨면 금방 눈이 녹아 버리는 편이다. 그게 제주에 제설차가 많지 않은 이유이다. 하지만 해가 뜨는 날이라도 곳곳의 작은 골목길은 매우 위험할 수 있어서 주의해야 한다.


주택가가 밀집한 제주의 해안지역은 산간 지역보다 겨울철 온도가 평균 2도가량이 높고 그늘진 곳도 많지 않아 눈이 금방 녹는다. 그래서 눈이 오면 제주 전역이 문제가 된다기보단, 해발 300미터 이상의 산간 지대가 문제가 된다.


산간 지역은 특히 이 약 15일간씩 눈이 많이 내리는 기간이 무척 위험하다. 내 경험상 그 기간은 보통 1월 초의 15일 간이다. 이때는 눈이 지속해서 내리고 한라산 근처 도로가 통제되며, 이륜구동 승용차로는 한라산 쪽으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


그런 이유로 1월 승마 강습의 문제는 우리 센터도 H 승마장도 모두 해발 300미터 이상의 고지대에 위치한다는 데 있다.


"선생님, 저 1월에는 센터에 나올 자신은 없고, 12월에 평일 반 강습 한 번 신청해 볼게요."


"아, 그래요. 좋죠. 그러면 수요일 목요일 오전 9시에 오시면 됩니다."


그렇게 나는 눈 쌓인 겨울이 오기 전 H 승마장에서 강습을 한 번 받아보기로 했다. 과연 기승 횟수 50번을 채우면 의존심을 끊고 스스로 말을 달릴 수 있는 꿈과 같은 일이 일어날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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