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왼발을 앞으로 내딛고, 오른발을 지지하면서 걸어보았다. 그렇게 걸으니 왼쪽 골반이 사선 방향으로 나가는 느낌이 들었고, 항상 앞으로 먼저 나오던 오른쪽 어깨도 자연스럽게 뒤로 갔다.
'뭐야? 그런 거였어?'
나는 항상 오른 어깨와 목 부위에 통증이 있어서 컴퓨터 앞에 오랫동안 앉아 있는 작가의 숙명 같은 거로 생각하며 반쯤은 체념했었는데, 직업 때문이 아니라 잘못된 걸음걸이로 인한 비뚤어진 자세 때문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왼발로 걷는 걸음걸이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면 어깨 통증도 사라지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왼발을 내디디면서 우경속보하듯이 오른쪽으로 동네를 돌아보았다. 분명 익숙한 길인데도 뇌가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건지, 거리 풍경도 왠지 좀 새롭게 느껴졌다. 우뇌는 좌뇌보다 공간지각능력이 더 뛰어나서 왼쪽으로 돌 때가 편한 거라는 데, 이 정도로 어색할 거라면 당분간 좌뇌의 공간지각능력도 키울 겸 항상 왼발을 앞으로 하면서 동네를 오른방향으로 돌아야겠다. 몸의 왼쪽과 오른쪽을 균형 있게 쓰는 것이 승마도 잘 하게 되고,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데도 좋은 방법이라니 뭐 겸사겸사 여러모로 좋은 연습법이겠지 싶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아버지께 여쭈었다.
"아빠, 혹시 움직이면서 오른 다리로 걷다가 왼 다리로 바꿔 걸으실 수 있어요?"
"아, 그거. 할 수 있지."
"어떻게 하는 건데요?"
"응. 이렇게 오른발 오른발 하면서 걷다가 '걸음 바꿔 가!'라고 하면 한번 살짝 뛰고 왼발 왼발 이렇게 바꾸면 되는데?"
"그런 방법이 있었어요?"
나는 난생처음 보는 간단한 발 바꾸는 방법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빠, 어디서 배우셨어요? 그건 어떻게 하는 건데요? 저도 알려주세요."
"응, 이건 군대에서 제식훈련 할 때 배웠지. 근데 갑자기 왜...?"
"승마할 때 왼쪽으로 돌 때는 말의 오른 다리가 앞으로 나갈 때 제 오른 다리도 앞으로 나가고, 오른쪽으로 돌 때는 말 왼 다리가 앞으로 나갈 때 제 왼 다리도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요. 달리면서 발을 바꾸려니까 잘 안돼서요."
"응. 별로 어렵지 않아. 박자가 안 맞으면 두 번 뛰면 돼."
'찾았다. 희숙 선생님이 말씀하신 둘둘 하나가 무엇인지!'
반가운 마음에 나는 아버지께 '걸음 바꿔가'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내 몸은 리듬감이 없는 건지, 도무지 아버지의 걸음걸이와 박자를 맞추기가 어려웠다.
"아빠, 군대에서 걸음걸이를 옆 사람과 맞추잖아요. 근데 하다 보면 꼬일 것 같은데 못 맞추면 어떻게 돼요?"
"아, 만약 못 맞추면 교관이 말하지. 맞추라고."
'아... 만약 내가 군대 갔으면 이대로 고문관 당첨인가?'
"이런 것도 있는데, '우향 앞으로 가'하나! 둘!"
아버지께서는 앞으로 걸으시다가 '우향 앞으로 가'라고 하시면서 멈추지 않고 방향을 전환하면서 걷는 걸 보여주셨다.
"아빠, 그것도 알려주세요. 그건 또 어떻게 하는 건데요?"
이번에도 찾은 것 같다. 내가 왜 말을 타고 방향 전환할 때 말을 멈추게 하는지... 고삐를 당기고 상체 방향 전환 시 다리도 계속 걸어줘야 하는데, 고삐를 당기고 다리를 멈추니까 말이 서버리는 신호로 알고 멈추는 거 아닐까? 나는 말을 타고 방향 전환할 때 고삐를 당기면서 다리의 추진을 주지 못해서 말을 멈추게 한다는 덜커덩 선생님 말씀을 상기하며, 아버지께 '우향 앞으로 가'와 '좌향 앞으로 가'도 열심히 배웠다.
"용아, 근데 이거 승마에 도움 되는 것 맞아?"
제식훈련 때 배운 여러 가지 스킬을 알려주시던 아버지께서 문득 근원적인 질문이 떠오르신 듯 내게 물었다.
"아마도 도움이 될 거예요. 열심히 연습해서 다음 시간에 말을 타보면 알지 않을까요?"
아버지는 반신반의하시면서 내가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러 가지를 알려주셨고 나름대로 열심히 연습한 나는 과연 이 훈련이 도움이 될지가 궁금해서 다음 승마 강습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