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희 씨, 반동 맞출게요. 둘둘 하나에 일어나요."
다음 날 아침, 하희숙 선생님과의 강습이 시작되었다. 보통 육상경기에서 운동장을 뛸 때 반시계 방향, 즉 왼손이 트랙 안쪽을 향하게 하여 뛰는 데, 승마에서는 이 방향으로 말 타고 뛰는 것을 좌경속보, 그리고 오른손이 트랙 안쪽을 향하게 하여 뛰는 것을 우경속보라고 말한다.
'둘둘 하나가 뭐지?'
머릿속이 벌써 깜깜해졌다.
요즘 우리는 트랙을 도는 방향을 바꿔 오른손이 트랙 안쪽을 향하게 하여 뛰는 우경속보도 종종 하는 데, 여기에서 문제는 내가 우경속보를 할 때 말의 앞다리와 내 다리를 반대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승마에서는 말이 달리는 데에 저항을 주지 않고 말과 함께 인마일체가 되어 움직여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러니까 나는 말의 왼 다리가 나갈 때 나의 오른쪽 다리를 내밀면서 지금 말에게 줄 수 있는 최대 저항을 주면서 타고 있다.
"용희 씨, 좌경속보할 때는 잘 되는 데 우경속보만 하면 왜 안돼요?"
희숙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처음에는 말의 왼 다리가 나갈 때 일어서다가도 어느새 내 오른 다리가 간섭하면서 자기 리듬으로 끌고 가 버려서 금세 박자가 어긋나 버린다. 그리고 사실 우경속보가 성공하면 내 골반이 사선 방향으로 나가는 듯한 골반이 불편한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몸이 편해도 너무 편한 걸 보니 내가 틀리고 있는 게 확실하다.
'돌겠네. 오른 다리야. 제발 가만히 있어 주면 안 되겠니?'
나는 오른 다리에게 애원하면서 왼쪽 다리만 말에 걸치고 오른쪽 다리를 앞으로 내밀어서 오른쪽 골반을 공중에 띄운 채로 타거나, 왼쪽으로 고개를 갸우뚱해서 오른쪽을 최대한 말에 닿지 않게 타는 등 현대 승마에 없는 듯한 별 이상한 동작을 다 해보았지만 어떻게 해도 왼쪽 골반의 움직임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오른쪽 골반이 말 등에 닿아 있는 것만 크게 느껴져서 어떻게 해도 오른 다리에 맞춰서 타게 되었다. 왼쪽을 자꾸 느끼려다 보니, 나의 왼쪽 몸과 오른쪽 몸이 두 개의 다른 생명체로 이루어진 듯한 느낌마저 받게 되었다.
'오늘 또 망했구먼.'
선두 말을 중심으로 말이 종대로 뛰다 보니, 중간에 달리는 내가 갈피를 못 잡고 못 가주면 강습에 지장이 되는 데 그런 생각을 하면서 타니 더 안 되기만 했다.
우리가 트랙을 반시계 방향으로 돌게 되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오른발잡이이다 보니, 왼발이 버팀 작용을 하고 오른발이 운동 작용을 하여 달리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여기서 오는 힘의 불균형으로 인해 보통의 사람들은 반시계 방향으로 달리는 것이 더 편하게 느껴진다고 하며, 왼발이 체중을 지탱하고 오른발이 지면을 차고 나가는 게 익숙한 까닭에 우경속보가 오래 걸리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들었다. 바로 나도 그중 한 명이고...
강습을 마치고, 함께 타는 부인 분이 말씀하셨다.
"용희 씨, 원래 우경속보는 잘 안돼. 몸을 탁 내려놓고 말이 끌고 갈 때 일어나면 되는데... 아니면 왼발이 나갈 때 일어서려면 늦으니까, 말이 오른발을 땅을 디딜 때 일어서는 것도 방법이야."
자상한 부인분은 오늘도 내게 친절하시다. 하지만 문제는 말의 오른쪽 다리가 땅에 닿는 느낌이 내게는 왜 잘 전달되지 않을까?
"전 왜 하나 할 때 일어나 지지 않을까요?"
"땅에서 한 번 연습해 봐요. 하나. 이렇게."
부인분은 하나 하면서 무릎을 굽혔다가 몸을 하늘로 일으키는 자세를 취했고, 나도 부인분의 구령에 맞춰 함께 점프하는 걸 연습했다. 그때 미정 선생님이 다가오시며 말씀하셨다.
"용희 씨, 왜? 뭐가 잘 안 됐어?"
"좌경속보는 잘 되는데, 우경속보가 잘 안 돼요. 말 왼발 나갈 때 나가야 하는데, 안 나가져요."
내가 미정 선생님께 말했다.
"그건 몸에 힘이 빠져서 말에 몸을 턱 하니 잘 앉히게 되면 나중에 잘 될 거예요."
"집에 가서 지면에서 한 번 연습해 보고 올게요. 대체 왜 전 안 되는지 모르겠어요."
집에서 연습 좀 해볼 각오를 다지며 나는 미정 선생님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