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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희 Sep 23. 2024

13. 하차하기엔 2달 남은 주짓수

"베림보로를 여기서 왜 하는데...?"


관장님 목소리가 들렸다.


"죄송해요. 제가 팔 수술했다고 다른 사람 팔도 부러뜨릴 뻔했네요."


정신없는 중에도 귓가에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헙.'


대화를 듣다 보니 진짜 내 팔꿈치가 부러졌을까 봐 너무나 무서웠다. 일단 마음을 추스르고 사람들이 하라는 대로 팔꿈치에 얼음팩을 360도로 감쌌다. 얼음으로 감싸니 화끈거리는 통증이 좀 줄어드는 것 같았다.


"저... 혹시 딱 소리는 안 났죠?"


관장님이 내게 질문하셨다.


"네."


그렇잖아도 전에 계단에서 잘못 넘어져서 발목 인대가 반파 됐던 적이 있어서 어딘가 부러지면 소리가 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기에 쓰러지면서도 팔꿈치에서 소리가 나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는 있었다.


내 대답을 듣고 나서야 관장님은 조금 안심이 되는 표정 이셨고, 나 역시 관장님의 표정을 보고 내가 많이 다친 건 아닌 듯해서 조금은 안심이 됐다.


"손바닥을 바닥에 한 짚어 보세요."


3 그랄 고등학생 친구가 내게 말했지만, 당시 너무 아파서 바닥을 짚을 엄두는 나지 않았다.


"죄송해요."


블루벨트 친구는 내게 연신 사과했다.


"너 연락처 여쭤보고 병원비 물어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


아파하는 나를 보고 고등학생 친구들이 블루벨트 친구에게 물었다.


'아... 제발 많이 다친 게 아니길...'


괜히 학생들에게 상처 주는 일이 생길까 봐 제발 별일 아니길 바랐다. 깁스라도 하게 되면 몇 주간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텐데 그것은 그것대로 참 속상할 것 같았다.


통증이 좀 가시자 주짓수가 얼마나 무서운 운동인지 실감이 났다. 공격할 때 체급은 당연히 영향이 있겠지만 날쌔고 빠르게 회전하면 체중은 어느 정도 극복 가능하고 관절이 어떻게 꺾이는지 몸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는 공격하는 상대의 움직임을 읽을 수 없으니 공격을 받는 입장에서는 방어가 불가능했다.


'이래서 주짓수가 좋다는 거였나?'


위험하면 도망가는 게 제일 좋다고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근접전이 벌어지게 되면 힘이 밀리는 걸 빠른 회전력으로 극복할 수 있으니 주짓수가 호신술로 좋다는 얘긴가 보다.


"아직은 주짓수 동작을 잘 몰라서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으니 '어어어' 하다가 다친 것 같아요. "


얼음찜질을 하면서 나는 관장님께 말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죠."


관장님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얼음찜질을 계속하다 보니 천천히 손바닥을 바닥에 짚을 수 있는 것 같아서 몇 번 반복해서 짚어 보았다. 뼈가 부러지지 않은 걸 확인하니 안도감이 밀려왔고 관장님도 내가 많이 다치지 않은 걸 확인하시곤 안도하는 눈치셨다.

  

"아프면 탭을 좀 빨리 쳤어야 하는데, 얼마나 아파야 진짜 아픈 건지도 잘 모르니까 그냥 '어어어'소리만 내면서 버티다가 많이 아파졌어요."


내 말에 관장님은 이 부분에서 만큼은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느끼시면 참지 말고 언제든 탭을 치세요."


아... 주짓수는 계속 괜찮다며 계속 참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신체를 잘 느끼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운동 같다. 얼마나 아파야 진짜 아픈지도 모르겠는 내게도  불편하면 탭을 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남들은 잘 참는 것 같은 데 조금 아프면 바로바로 탭을 치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한 듯했다. 강한 자만 살아남는 도장에서 혼자서 엄살 부리는 겁쟁이가 된 느낌을 다 받아들여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세상엔 강한 자가 되는 것보다 재밌는 일이 더 많다고 느꼈기에 부상보단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을 찾고 싶었다. 괜히 아무것도 모르고 무서운 주짓수를 3개월을 등록해서 앞으로 2개월을 어떻게 관절 부상 없이 더 버틸 수 있을지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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