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용희 씨. 그래서 주짓수는 왜 간 건데?"
다음 날 승마장에 간 나는 미정 선생님께 팔이 다쳤으니 순한 말을 배정해 달라고 부탁했고, 놀란 미정선생님은 쥬디에게 얼른 고삐를 채우시며 물었다.
"안 다치려면 주짓수보다는 보호구 쓰고 하는 검도가 낫지 않아? 나도 예전에 검도했었는데..."
운동을 잘하는 미정 선생님은 검도 얘기에 문득 옛 생각이 나신 듯했다.
"검도도 재밌어. 용희 씨랑도 어울릴걸?"
"하긴 마상무예로 연마하려면 검도도 멋지죠."
난 잠시 말 위에서 칼을 휘두르는 상상에 잠겼다. 배우게 되면 검도는 검도 대로 또 멋있을 것 같다. 나는 미정 선생님께 말했다.
"검도는 안 해봐서 모르지만, 정해진 동작대로 하는 것보다는 창의적이고 액티브한 게 좋아서요... 주짓수가 평소 잘 안 쓰는 동작들을 배워서 새롭게 몸 움직이는 게 많거든요. 그런 게 좀 재미있어요. 관절 안 부러진다는 보장만 있으면, 주짓수가 운동도 많이 되고 참 좋은 운동인데요..."
쥬디를 내게 넘겨주시며, 미정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하긴, 용희 씨가 활동적이니까 말 타는 것도 좋아하겠지."
나는 미정 선생님께 고삐를 받아 쥬디를 데리고 마장으로 향했다.
"쥬디야, 언니가 주짓수에 갔는데, 어제 팔이 부러질 뻔했지, 뭐야? 너는 주짓수가 뭔지 알아? 회전하면서 하는 호신술인데... 너는 뒷발로 날아 차기하면 되니까 호신술 필요 없지?"
쥬디가 말을 알아듣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쥬디를 쓰다듬으며 아무 말이나 했다. 쥬디 털이 부드러워서 마음의 안정을 주는 듯했다.
걱정과 다르게 막상 수업이 시작되자 승마가 잘 되었다. 쥬디가 워낙 나랑 호흡이 가장 잘 맞는 말이기도 하고, 주짓수에서 하체 단련을 하다 보니 근력도 많이 좋아진 것 같다.
아침까지만 해도 팔꿈치가 뻐근하고 시큰 거리는 것 같았는데, 막상 말 위에 올라보니 팔이 아프지 않고 고삐 쓰는 것도 자유롭다는 게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팔이 잘 움직일지 걱정했던 시간들은 그냥 부질없는 생각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부상이 아니라 내 생각이 문제인 건가?"
내 생각에 따라 팔이 아픈 것도 같고 안 아픈 것도 같은 걸 보니 팔꿈치에는 통증이 새겨진 게 아니라 두려움이 새겨졌나 보다.
'이런 게 문제야. 감정. 무섭고 두렵고.'
승마도 주짓수도 막상 해보기 전에는 내가 겁 많은 사람인 줄 몰랐었는데, 두려움이 몸의 움직임을 방해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기왕 시작했고 2달이나 남았으니 앞으로 주짓수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두려움을 잘 받아들일 수 있을지를 알아보기로 했다.
수업이 끝나고 말에서 내리는데 살짝 바람이 불어오자, 갑자기 팔꿈치가 다시 시려오는 것 같았다.
'겨울에 더 시리면 어쩌지?'
걱정이 밀려오는 걸 알게 되니 문득 오기가 생겼다.
'에잇 그러니까 어떻게 하는 건데? 두려움을 받아들이는 거.'
나는 주짓수를 바로 그만 두기보다는 두려움에 익숙해지는 나름대로의 방법을 좀 찾아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