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종족을 만나고 싶으면 삼의악으로

#7 신비한 노루와의 만남

by 김용희

오늘도 삼의악에서 긴장하며 홀로 걷고 있는데 길 한가운데서 갑자기 노루와 마주쳤다. 이번 노루의 모습은 아기 노루 같지는 않고 청소년쯤 되어 보이는 앳된 얼굴이었다. 그 아이도 나처럼 예상치 못한 동물을 만나게 되어 어리둥절한 것처럼 보였다. 노루가 길 한가운데를 딱 막고 서 있는데 나도 이렇게 정면으로 노루를 만나 본 적이 없어 당최 어떻게 해야 할지는 몰랐다. 우리 둘 사이에는 잠시 묘한 정적이 흘렀다.

삼의악에서 노루 만나기.jpg


'여기 외길인데 노루야? 거기 사람 다니는 길이야.'


바닥에는 야자수 매트가 깔려 있었고 다른 길로 들어가면 또 길을 잃을 수 있어서 내가 다른 길을 택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마 노련한 성인 노루였다면 야자수 매트가 깔린 길은 사람이 다니는 길이란 걸 미리 알고 피했겠지만, 이 녀석은 청소년이라 거기가 인간이 다니는 길이란 사실을 모른 것 같다.


‘하긴 노루에게는 다 같은 숲이겠지. 인간이 다니는 길이 무슨 상관이람.’


일단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니 내가 특별히 다른 종족을 이렇게 만나게 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얘네 집에 내가 들어온 거니까 내가 비켜서 기다려야 하나? 인간이 다니는 길이니까 좀 비켜 달라고 해야 하나?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긴 하지만 결국 동물이고 지구상에 함께 사는 동물 중 한 종족으로서 인간이 아닌 다른 종족과 접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만남은 경계 모드가 발동된다. 혼자 숲에 있기 때문에 눈앞의 노루가 착한 종족임을 알고 있음에도 긴장감이 엄습한다. 이 아이는 인간에게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긴장하고 있는 홀로 있는 숲에서 다른 종족을 만나는 경험이 처음인 나는 온 신경이 노루에게로 쏠렸다.


‘대체 저 아이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나도 정말 모르겠다.’


또 다른 내 마음 한편에는 현대 문명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는 까닭에 처음 본 노루의 신비함에 넋이 나가는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돼. 노루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게. 이건 마치 동화 속에 내가 들어와 있는 것 같잖아.’


나보다 조금 겁이 많았던 노루가 먼저 숲 쪽으로 몸을 숨기자, 정신을 차리고 재빨리 인증사진을 찍었다. 노루가 도망가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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