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거문오름에 쉬고 있는 달팽이

by 김용희

가끔 제주의 숲을 걷다 보면 나뭇잎 뒤쪽으로 크고 동그란 껍질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는 달팽이를 마주하게 된다. 처음에 나는 달팽이는 비 오는 날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종종 맑은 날도 나뭇잎 뒤에 껍질을 주차하고 쉬고 있는 달팽이를 볼 수 있다. 내가 처음 달팽이를 접한 것은 거문오름에서 였는 데, 가장 놀란 점은 제주 달팽이는 왕 크다는 것이다. 아마 육지 고사리 보다 제주 고사리가 크듯이 제주 달팽이도 육지 달팽이보다 큰 것 같다. 달팽이가 이렇게 큰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그만큼 자연이 왕 깨끗하다는 증거 아닐까?' 싶다.


달팽이는 착한 일을 많이 하고 생태계의 순환을 돕는다던데 그만큼 성격도 착할 것 같다. 꿈에 달팽이를 보면 기다리던 일이 이루어진다는 데 혹시 제주에서 달팽이를 만나게 되면 많은 사람의 소원이 이루어질지도 모르겠다. 그럼, 제주의 달팽이는 어디서 볼 수 있을까? 바로 거문오름에 가면 볼 수 있다.


제주에 온 후로 나는 거문오름에 자주 간다. 그곳에 들어가면 나도 모르는 포근함이 느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나는 거문오름을 정말 좋아하는 데 분화구 안에 있는 공기가 다른 곳과는 다르게 압도적으로 좋기 때문인 것 같다. 전에 거문오름에서 만난 해설사님께서 분화구 코스에는 식나무가 많아 뇌를 맑게 해주는 작용을 한다고 하셨었는데 아마 그 때문에 거문오름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거문오름은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이 검은색을 띠고 있으며, '신령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오름의 높이는 해발 456m로 지금으로부터 약 30만 년 전에서 10만 년 전 사이에 형성되었고, 분화구로부터 유출된 용암이 경사를 따라 북동쪽으로 14km 흘러가면서 여러 동굴을 만들었다.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만장굴,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벵듸굴 등 제주의 대표적 용암동굴 시스템을 말하는 것으로 이곳의 시작이 바로 이 신령스러운 거문오름이다. 거문오름은 제주의 오름 가운데 유일하게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는데 하나의 화산으로부터 이렇게 긴 거리를 따라 동굴이 만들어지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이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는 지질학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가치 있는 동굴로 평가되고 있다.


용암이 분출되면서 이곳 거문오름에는 독특한 곶자왈 지형이 형성되었다. 제주 사투리로 '곶'은 숲을 말하고, '자왈'은 돌멩이를 말하는 데, 즉 곶자왈은 '돌이 많은 숲'이란 의미이다. 이 이름에 걸맞게 거문오름에 들어서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원시림들이 바위 위에 자리 잡고 앉아 바위틈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오름 내부에는 다양한 식물이 자생하여 생태적 가치도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다. 거문오름에서는 독특한 화산지형을 배우고 희귀 식물들을 볼 수 있어 방문객들은 단연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탐방은 예약한 사람만 볼 수 있고 당일 예약은 불가능하다. 거문오름으로 들어갈 때는 생수만 가져갈 수 있고 색깔이 있는 음료는 가져갈 수 없음에 주의해야 한다. 이곳은 곶자왈 지형으로 물이 아래로 쉽게 스며들기 때문에 ‘색깔 있는 음료는 절대 반입금지’이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제주에 놀러 갈 건데 어디 가면 좋아? 한 군데만 추천해 줘.”라고 물어보면 나는 거침없이 “거문오름으로 가야지.” 한다.


거문오름은 얼마 남지 않은 편하게 원시림 그대로의 느낌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많은 관광지가 개발되면 자연 그대로의 느낌이 다 없어져 버리고, 자연을 그대로 유지하면 걷기에 불편한데, 거문오름은 원시림 그대로의 느낌이 나면서도 편안하게 많은 걸 구경할 수 있어 좋다.


특히 연중 비슷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함이 느껴진다. 거문오름은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쾌적하며 숲 해설 통해 아무 데서나 쉽게 배울 수 없는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탐방코스는 총 3가지로 입구에서 정상까지 약 1.8km를 걷는 정상 코스와 정상에서 분화구로 들어가서 약 5.5km를 걷는 분화구 코스, 분화구에서 능선까지 약 10km를 걷는 전체 코스가 있다. 내가 추천하는 코스는 분화구 코스인데, 거문오름의 핵심은 이 분화구 코스에 다 있는 것 같다.


탐방은 해설사님의 안내에 따라 시작된다. 입구에서 정상까지 처음에는 계단이 많아 다소 놀랄 수 있다. 하지만 처음만 그렇고 조금만 참으면 곧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 코스가 끝나고 나면 해설사님이 “힘드시거나 먼저 내려가실 분들은 내려가세요.” 한다. 그럼, 그때 정말 특별한 일이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 절대 내려가면 안 된다. 거문오름 탐방은 분화구 코스부터가 시작이다. 멋지고 좋은 것은 분화구 코스에 다 있다. 식나무도 달팽이도 모두 거기에 있다.




거문오름은 예약하고 가야 해서 당일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도 쉽게 갈 수 없고 예약의 특성상 방문일의 날씨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다. 한 날은 비가 많이 내렸지만 그래도 나는 탐방을 취소하지 않고 거문오름으로 향했다.


‘그냥 가. 숲으로 가면 나무가 비를 막아주잖아.’


어차피 숲으로 들어가면 비는 많이 안 오니까 마음의 소리를 따라 나는 용감하게 거문오름 향했다.


제주에서 가장 처음 만난 달팽이는 잎사귀 뒤에 동그랗게 말려서 쉬고 있는 아이였다. 많은 사람이 거문오름에서 해설을 들으며 숲을 배우고 있었지만, 나는 귀여운 달팽이의 모습에 빠져 달팽이들만 집중적으로 관찰했다.


제주 달팽이는 육지의 달팽이보다 커다란 모습이라 일단 심쿵했고 크다 보니까 어디에 있어도 동그란 모습이 눈에 확 띄어 두 번째로 심쿵했다.


나는 원래 동그라미를 좋아하는 데 달팽이의 동글동글한 모양들이 유달리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비가 오는 날이라 비 맞으러 나와 있는 달팽이가 많았고 나뭇가지에 붙은 수분을 진지하게 빨아먹는 모습이 너무나 신기했다. 달팽이를 보고 있자니 문득 시가 한 편 떠올랐다. 시구를 흥얼거리며 달팽이를 관찰하다가 해설사님과 함께 거문오름을 내려왔다.




<살아 있다는 것>


당신이 살아 있다는 것은

호흡을 깊게 하고


숨을 들이마실 수

있다는 걸 아는 것.








연중 따뜻한 기온 유지 중

겨울엔 따뜻, 여름엔 시원!

언제나 거문오름











<찾아가기>

주소: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569-36

문의: 064-710-8981

비 안 오면 달팽이 쉼, 거문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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