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내용이 어느 정도 쌓여가고 책 모양을 제법 갖추기 시작할 때쯤 나는 고민에 빠졌다.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좀 넣어서 예쁘게 꾸미면 좋을 텐데 좀처럼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간 모은 원고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면 많은 사람이 "글은 좋은 데 사진이 좀 아쉽네요. 혹시 책 팔아서 돈 버시거든 카메라부터 한 대 사세요." 라거나 "다 좋은 데 사진의 앵글이 아쉬워요. 삼각대를 사서 들고 다니시는 게 낫겠어요."라는 말을 많이 했다.
어느 날 고민을 하던 내게 H 언니가 말했다.
"내 사진 갖다 써. 도움이 된다면 그냥 가져다 써도 돼."
나는 H 언니의 도움으로 사진의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지만, 날아가는 멋진 새를 본다거나 들판에서 꿩을 보거나 노루를 만날 때마다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자꾸 놓치는 점이 자못 아쉬웠다. 오늘도 소산오름에서 꿩을 보았지만, 허탕만 치고 돌아왔다.
'아무래도 핸드폰으로는 야생동물을 찍을 수 없을 것 같은데?'
누군가에게 지금 상황을 말하고 상담받으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불현듯 사진작가 C 님이 생각났다.
"안녕하셨어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요즘에 책 만든다고 사진 찍으러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는데요. 오늘 꿩을 봤는데 줌이 잘 안 돼서 못 찍었어요. 늘 산새도 많이 놓치고요."
나는 오늘 찍은 몇 장의 사진을 보냈고 이윽고 C 님으로 부터 답장이 왔다.
"렌즈가 몇 미리짜리인지 몰라도 동물 촬영은 300mm 정도 망원렌즈가 필요할 듯하네요. 책에 실을 사진이라면 스마트폰은 안 되고, DSLR을 사야 하는데, 본체, 렌즈, 삼각대 정도면 신품 기준 중저가로 해도 대략 3~400만 원 정도가 들 것 같은데요. 거기다 사용법도 배워야 하고... 책 콘셉트가 뭔가요?"
나는 그동안 써놨던 원고를 보내면서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했다.
"이런 건 적어도 300mm로 찍어야 할 것 같은데요! 덜컥 사지 말고 대여해서 써 보는 것도 추천해 드려요. 아마 찾아보면 대여해 주는 데가 있을 거예요. 렌즈도 카메라와 맞아야 하고. 카메라가 메이커에 따라 맞는 렌즈가 다르니 카메라 본체를 갖고 가서 새나 동물 찍을 거라고 하고 맞는 렌즈를 빌려야 해요. 아마 삼각대도 있어야 할 듯합니다."
이윽고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
"이게 기본 장비고요. 카메라에 장착된 렌즈는 24~85mm 줌렌즈, 옆에 긴 렌즈는 300mm 망원렌즈와 삼각대예요."
'뭔가 쉽지 않네. 왠지 이것 좀 오래 걸릴 것 같은데?'
"오늘 보내 준 사진을 보니까 우선 좀 기초를 배우고 해야 할 듯합니다."
이후 C 님께서는 나에게 ‘사진 촬영’에 관한 매뉴얼을 보내주셨다. 매뉴얼에는 1번부터 14번까지 C 님이 평소 사진을 찍으면서 정리한 노하우가 정리되어 있었다. 주의 깊게 글을 읽고 나는 14번부터 먼저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14. 본인의 카메라나 스마트폰의 기능을 숙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