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만의 책' 수업도 어느새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었다. 마지막 수업만 남겨놓은 시점에서 나는 책을 완성시키고 전체 파일을 PDF로 만들었다. S 선생님께서는 책을 인쇄할 수 있는 사이트에서 완성된 PDF파일을 이용해 인쇄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이번 주에 샘플 주문을 넣으면 마지막 수업에서 다 같이 만들어진 책을 볼 수 있을 거라 하셨다.
주문을 넣고 샘플책이 다음 수업 전까지 잘 도착하길 빌었다.
다음 주 월요일 수업에 가져가기 위해 급하게 신청한 책 샘플이 목요일 출고 되었다. 나는 설레는 마음으로 샘플 책을 기다렸다. 제주도의 택배 배송은 타 지역보다 하루가 더 걸리는 특성상 주말과 휴일에 따라 배송이 달라지고 택배사나 그날의 날씨에 따라 배송을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가 결정된다. 보통 태풍에 걸리면 물건이 선적되지 못하고 1~2주 그냥 지연되기도 한다. 당신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이 다음 월요일을 마지막으로 끝나버리기 때문에 샘플을 보고 S 선생님과 인쇄 부수를 상의해야 하는 나로서는 토요일에 택배사무실로 찾아가 택배를 수령했다.
'휴, 드디어 도착했네.'
택배 상자를 여는 순간 나는 울고 싶었다. 컴퓨터로 글을 쓸 때와 PDF로 만들었을 때는 그래도 좀 귀엽게 나온 책이라고 생각했는 데 인쇄해서 책으로 나온 샘플책은 퀄리티가 너무 낮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거 이제 어떻게 해야 돼?'
책을 만드는 동안 나는 아이디어가 흘러넘쳐 원래 콘셉트에서 벗어난 책을 만들게 되었다. 꼭지글 1장, 그곳에서 생각나는 시 여러 편과 일러스트, 풍경 사진으로 구성된 조합은 정신없기 그지없었다. 주말이었지만 S 선생님께 문의해 보니 '구성을 탄탄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하셨다. 덧붙여 알게 된 사실은 시는 수요가 많이 없다는 것.
'책을 만든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구나.'
집으로 돌아온 나는 생각을 정리했다.
사진작가 C 님의 문자가 왔다.
"용희 님 책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처음부터 다시 써야 할 것 같은데요. 사진은 퀄리티가 낮아서 다 빼야 하고, 시는 수요가 없어서 빼야 하고, 그러면 꼭지글 12장 남는데요. 지금 거의 다 다시 써야 하는 수준이에요."
"거참 난감한 상황이네요. 사진은 원래 그래요. 사진을 넣으려면 고화질 원고가 필요하고, 용지도 고급으로 써야 하고, 그러다 보면 책값이 많이 비싸지고 그러면 책이 안 팔리고... 그래서 책 한 권 쓰기가 어려운 거지요. 차라리 화질이 낮으면 빼는 게 낫겠네요."
"정말 그래요. 딱 맞는 말씀이네요."
C 님의 말씀은 현실과 맞는 말이었지만 여기서 주저앉으면 그동안 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만 같았다. 일단 나는 개인적인 생각은 좀 뒤로 하고 내 머릿속에 있는 새로운 콘셉트를 글로 표현해서 월요일에 S 선생님과 의논해 보기로 했다. 나는 책의 첫 시작인 삼의악 부분을 새로 작성했다.
월요일이 되었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책을 들고 '당신만의 책 만들기' 마지막 수업에 참여했다. 나는 어제 작성한 새로운 원고를 선생님께 보여드리며 말했다.
"이번에 최종으로 인쇄한 샘플이 좀 별로라서 다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글을 새로 썼는데요... 어떤 것 같으세요?"
S 선생님은 새 원고를 빠르게 읽어 내려가셨다.
"용희 님, 저는 이게 훨씬 나은 것 같습니다. 이 원고를 한번 완성해 보세요."
집에 돌아온 나는 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좀 무거워졌다.
'선생님께서 새로 쓰는 포맷이 좋다고 하셨으니까 뭐, 그냥 다 다시 쓰면 다시 쓰는 거지.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서둘러하다 보면 되지 않을까?'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슬슬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난 뭘 한 거지? 이번에 또다시 쓰는 데도 안 되면 어쩌지?'
잠시 부정적인 생각에 물들으려 할 때 별안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기서 이러고 있지 말고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머리나 식히고 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