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책을 전부 다시 써야 한다는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용머리 해안을 찾았다.
용머리 해안은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용의 머리를 닮은 해안으로 좁은 통로를 따라 바닷가로 내려가면 수천만 년 동안 쌓인 사암층 암벽이 나온다. 방문객은 입구를 통해 사암층 암벽을 걸어 출구로 나가는 데 걸어가면서 펼쳐지는 이로운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용머리 해안은 매표소 입구 탁 트인 곳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출구까지 나왔다가 출구에서 다시 내려다보는 게 정말 멋지다. 출구의 좁은 암벽 사이로 바다가 펼쳐지는 경관이 가장 멋져서 나가기 전에는 꼭 뒤를 한번 돌아봐야 한다.
처음 용머리 해안을 찾았을 때는 제주에 오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었는데, 당시에는 입구가 2군데였다. 지금의 입구로 들어가는 쪽과 지금의 출구로 들어가는 쪽. 하지만 지금은 입구가 하나로 통합되고 지금의 출구가 생겼다. 나는 당시 출구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용머리 해안을 들어가 보았었는 데 처음 발을 내딛자마자
"아. 말도 안 돼. 대한민국에 이런 곳이 있다고." 하며 진심 어린 탄성이 나왔다. 그 뒤 나는 용머리 해안의 경이로운 광경에 마음을 뺏겨 자주 방문하게 되었다. 두 번째 방문은 지금의 입구 쪽으로 들어갔는 데 걸으면 걸을수록 경관이 좀 아쉽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상한데? 지난번에 받았던 감동이 왜 안 느껴지지?'
이상했던 나는 출구까지 도착한 후에 뒤를 돌아 입구까지 걸어봤다.
'역시 이거지. 용머리 해안. 용머리 해안은 출구에서 입구로 걸어야 해.'
출구에서 다시 뒤를 돌아 들어가야 한다는 것은 나만 느낀 감정인 줄 알았는데 도민들은 이런 내용들을 거의 알고 있는 것 같다. 용머리 해안에 가기 전 들렸던 단골김밥집 사장님은 말씀하셨다.
"용머리 해안에 가실 거면 출구에서 꼭 뒤를 돌아 내려가 봐야 해요. 느낌이 아예 달라요."
H 언니의 절친 K 언니도 말했다.
"용머리 해안에서 좀 걷다가 뭐 별거 없네 하고 다시 돌아 나가려는 데 어떤 아저씨가 그러잖아요. 돌아가지 말고 출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 내려와 보라고. 그래서 한 번 그렇게 해봤더니 정말 다른 세상이 펼쳐지는 거 있죠?"
용머리 해안은 총길이 600m로 짧진 않지만 ‘이게 가능해? 아직도 우리나라에 이런 곳이 보존되어 있다니?’
하며 두리번거리다 보면 금방 다 본다. 이곳에는 다른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고유의 특별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다. 이곳의 풍경은 타 지역에서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웅장함을 자랑한다. 하지만 용머리 해안은 아무나 들어올 수 없고 바다가 허락해야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파도가 너무 높은 날은 관람이 어렵다. 방문하고 싶으면 당일 아침에 관람 가능 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나는 입구로 향했다. 얼마 전까지 있던 '하멜 상선'이 어디론가 치워진 후였다. 입구로 터덜터덜 걸어가는 데 웬 보기 드문 파랑새가 한 마리가 보였다. 나는 재빨리 사진을 찍었다. 오늘도 사진은 잘 안 나왔지만 나는 이곳에서 파랑새를 만난 게 흔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새 이름을 검색해 보니 모양이나 생김이 '푸른 바다직박구리'였다. 인터넷 사이트에는 사람들이 이 새를 보고 '푸른 바다직박구리'가 맞는지 재차 확인하는 글들이 많아 그리 쉽게 만날 수 있는 새는 아니라고 짐작했다.
샘플로 나온 첫 장에는 '파랑새' 일러스트를 그리고 가장 뒷 장에는 ' 봄에는 마음속 파랑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몸을 내 맡겨 보세요.'라고 적었던 나였기 때문에 이곳에서 '푸른 바다직박구리'를 만난 게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꿈을 잃지 말고 조금 더 용기를 내 보라는 응원 아닐까?'
나는 오늘 용머리 해안에 와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입구에 다다르니 탁 트인 바다와 부서지는 파도에 나의 숨통도 덩달아 트이는 것 같았다.
용머리 해안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은 단연 <산방산랜드바이킹>이다. 이 바이킹은 거의 직각으로 높게 올라가는 게 특징으로 바이킹을 타고 산방산 꼭대기까지 오르는 기이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사장님 말씀에 의하면 이 바이킹은 우울증, 암, 자살 예방에 아주 좋다고 한다.
「과연 진짜일지 궁금한 사람들은 확인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