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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우 Mar 12. 2016

미루는 습관

오늘은 늦었다. 걍 내일 하자.

걍 내일 하자


원래 '훌륭한 선생님 되기'라는 주제로 1일 1글을 하려고 했다. 학원 수업시간에 '좋은 선생님은 잘 가르치는 선생님이고, 훌륭한 선생님은 사랑을 하는 선생님이다.'라는 멋진 말을 들었다. 그리고 어제 내가 가르치는 영문법 스터디 Grammar Compass 2기가 개강을 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것들에 대해 쓸 작정이었다. 하지만 벌써 시간이 자정을 넘었다. 나는 글을 쓰는데 보통 2~3시간 걸린다. 특히나 위와 같은 주제는 나를 좀 더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더 오래 걸릴 것 같았다. 내일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린나이콜센터로 출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어 좋은 선생과 훌륭한 선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미루기로 했다. '킁... 걍 내일 하자.' 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던 것이다.


그때, 습관에 대해서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게 들었다.




습관은 처음에는 거미줄 같으나 나중에는 밧줄과 같아진다.
습관의 쇠사슬은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늘지만
깨달았을 때는 이미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하다.

                                                                - KBS 스페셜 습관 2부작 中


그렇다. 습관을 제2의 천성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습관이 만들어지면 우리의 천성만큼이나 자연스럽게 우리를 어떠한 행동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여러 자기계발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를 좀 해보자. 예를 들어서, 오늘 입고 나간 옷을 고르는 데 얼마나 깊이 고민했고 시간은 얼마나 걸렸는가? 한편, 샤워할 때 양치를 먼저 할지 머리를 먼저 감을지 몸을 먼저 씻을지 즉 뭐부터 할지 얼마나 고민하였는가? 전자의 경우에는 생각할 게 많다. 이 옷 입었다 저 옷 입었다... 조금 더울 것 같으면 어쩌지? 색깔이 안 어울리면 어쩌지? 와 같은 문제들을 생각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리고 가끔은 스트레스도 받는다. 후자의 경우는 어떠한가? 별 생각 없이한다. 말 그대로 '평소에 하던 대로' 한다. 워낙에 그렇게 하는 게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생각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 당연히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고 스트레스도 없다. 이게 습관의 힘이다. 나를 '평소에 하던 대로' 행동하게 만드는 힘. 습관은 불필요한 생각의 과정을 없애준다. 그래서 어떤 것을 할 때 시간을 단축시켜주고 스트레스도 줄여준다.


그렇다면 효율적인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간단하다. 비슷한 상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우리 뇌는 그걸 인식해서 '습관'으로 만들려고 한다.(보통 습관이 정착하는 데 66일 정도 걸린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 글쓰기에 있어 위기에 봉착해 있다.!!


요즘 들어 집에 밤늦게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저녁 일찍 오더라도 피곤해서 정신을 제대로 못 차린다. 발가락 염증 때문에 발이 아픈데도 불구하고 매일 상당히 많이 걷는다. 게다가 영어회화 수업을 듣고 문법도 가르친다. 하루 종일 말을 하다 보니 체력 소모 역시 무시할 수 없다. 매일 녹초가 된다. 그래서 3월 8일 화요일부터 하기로 한 1일 1글을 지키는 게 쉽지가 않더라.  

어제는 건너뛰어버렸고 오늘도 자정부터 쓰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했다. 그래서 처음에 말한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서 그냥 내일 쓸까 고민하였다. 제목은 1일 1글, 부제는 내일 하는 거로...라고 썼지만 번뜩 이 습관이라는 주제가 떠올라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피곤하면 내일로 미룬다.'라는 어마어마한 나쁜 습관이 나에게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피곤하니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뤄야겠다고 판단하는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할까 말까 갈등하느라 받는 스트레스도 없을 것이다. 우리 몸은 편한 것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한번 그 미루는 맛을 알면 계속 미루려고 할 것만 같다. (나는 의지가 약한 사람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사실 자꾸 이렇게 미뤄 버릇하니까 피곤하고 하기 싫을 때 글쓰기뿐만 아니라 수업 준비 같은 것도 미루게 다. 사적인 일뿐만 아니라 공적인 일까지 미루고 있는 것이다. 미친 게 분명하다..  곰곰이 그리고 심각하게 생각해 봤는데 아직은 생각과 행동의 연결고리가 거미줄 수준인 것 같다. 하지만 이게 밧줄처럼 어떻게 손 써볼 수 없는 수준으로 심해질까 봐 걱정이 된다. 그래도 다행인 건 그걸 내가 지금 알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그걸 끊어낼 수 있다는 것 아닐까.


결론은, 습관을 잘 들여야겠다. 그 잘 들인 습관은 우리의 시간을 절약시켜주고 스트레스도 줄여줄, 아주 중요하고 효율적인 인생의 동반자가 되어줄 것이므로.


습관을 잘 들이자. 습관을 잘 들이자. 습관을 잘 들이자.



2016.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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