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씨에다 바람도 선선한 날씨, 가벼운 점심 뒤, 통영 용남면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한 번씩 가서 인사드리는 열정의 노화가 한 분이 계신다.
옻칠과 나전으로 유명한 통영 출신의 대가 한 분이 평생을 바쳐 나아가다 이국에서의 평안한 삶을 접고
이곳, 통영에서 전통이라는 틀을 깨뜨리며 예술의 한 장르로 도약하고 있는 ‘옻칠 미술’ 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는 ‘통영옻칠미술관’을 만들었다. 우연히 인연이 되어 노 예술가와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작은 소품 하나 마련하였다. 회화와 다른 느낌에다 옻이란 게 방충효과도 있다고 하니 또 다른 이득이다.
차와 더불어 그분이 하시는 옛이야기 몇 꼭지, 이중섭과 통영의 같은 공방에서 있었던 얘기, 전혁림 화백의 일화에 두어 시간이 훌쩍 가버려 인사드리고 나서는 마음에 참 뿌듯하다.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약간 굽은 허리의 노대가의 모습에 짠한 마음으로 인사드리고
두 번째 목적지인 통영 용화사 입구로 발길을 돌렸다.
촛대 김성수 작
평일 스산한 오후라 올라가는 길이 적막하였으나 같이 올라가는 작은 바람 소리, 맑은 새소리에 심심치 않았다. 땀 흘리며 올라가는 길, 지난번 보이지 않던 돌탑들 언저리 너머 보이는 통영 앞바다의 작은 섬들과 어우러진 뿌연 하늘색도 파란 산수 못지않게 운치 있어, “아름답구나!” 소리 내 보았다.
정상에 올라 젊은 학생에게 부탁하여 오랜만에 내 사진을 찍어 보았더니 선글라스에다 초점이 맞지 않아
얼굴이 잘 안 보이니 젊어 보여 좋다.
혼자 타고 가는 통영 케이블카 창문 너머 보이는 아스라한 풍경들에 흠뻑 젖어 있다가,
주차장으로 가는 택시 기사님 한 말씀, 큰 웃음으로 퍼져 나가는 향긋한 통영 내음.
“통영사람은 일 년 사백일 술을 마십니다.”
“삼백육십오일 술 마시고, 또 일 년에 백일은 아침에도 마십니다!!.”
이십 대 후반 통영 공중보건의 삼 년 생활을 생각해 보고 또 웃어보았다.
돌탑너머 보이는 통영 앞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