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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懲毖錄*

옥연정사

by 대니보이

懲毖* 전에 있었던 잘못과 非理(비리)를 경계하여 삼간다


차 두어대 들어갈 만한 공간의 끝에 근엄한 갈색빛을 한 문이 서 있었다.

태극기가 꽂힌 문을 노크하려다 혹시나 문 부스러기라도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작은 근심에 찾아보았더니 초인종이 옆에 있어 조심스레 눌렀다.

친절한 주인이 나와서 아담하지만, 전망 좋은 고택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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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마루에 앉았다.

멋진 소나무 사이로 갈대밭이 보이고 그 갈대밭을 지나 야트막한 강이 서 있고

그 강줄기는 마을을 감싸 안으며 잔잔히 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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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애 유성룡이 앉았을 자리에서 보는 풍경


두 사람 누우면 딱 들어맞는 작은 방 경상에 앉아 지옥도 같은 일곱 해의 소회를

피 토하며 그는 써 내려갔을 것이다.

조선과 일본의 칠 년 전쟁 이후 조선은 내리막길을 걸었고

후원군으로 등장한 명나라 또한 쇠퇴하였다.


전쟁 이후 일본에 남게 된 조선 도공들의 힘으로 일본 도자기는 유럽으로 넘어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일본의 부를 축적하는 큰 축이 되었다.

그 부를 기반으로 하여 많은 역사적인 일들이 벌어졌다.


돌이킬 수 없는 것이 역사이지만 같은 일들을 피하고자

그는 저 흘러가는 강물을 보면서 수모를 기억해내고 아픔을 들춰서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어쩌랴, 그 일이 있고 나서 채 오십 년도 되지 않아

조선의 왕은 또다시 적국의 왕에게 머리를 조아려야만 했다.


유성룡이 앉았을 그 자리에서 나는 그를 만났다.




옥연정사에서 만난 일몰


한걸음에 선 하나 밀친다.

떨구지 못한 찰나 털어내고

잡으려던 순간 밟아 내려

시커먼 자국만 남겼다.


비웃으며 우쭐대던 경계는

가야할 곳 남기고

뇌이랑 빼곡한 기억너머

힘들은 한숨만 남겼다.


불귀不歸 불귀 산새 하나 앉았다.

오리나무 그림자 달아나고

잡혀 있던 산그늘 뛰어와

서늘한 흙바닥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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