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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니보이 Jun 01. 2023

휴게소에서 만난 고로케 맛집

고로케 맛있어?

   

   평생 갈 일이 있을까 했던 그곳을 한 달에 두어 번은 가고 있다. 자동차로 두 시간 삼십 분. 짧은 거리는 아니지만, 둥지 떠난 자식 만나러 가는 길은 늘 소풍 전날 밤처럼 꿈길 같았다.

   아침을 먹고 나서기는 했지만, 휴게소를 그냥 지나칠 순 없지 않겠는가? 진열대 안 바삭바삭해 보이는 빵에서 고소한 내음이 퍼져 나왔다. 그렇게 고로케를 만났다. 아내는 불고기와 잡채, 나는 고전적인 팥 맛을 선택했다. 아내가 건네준 불고기 고로케를 한입 베어 문 순간, 머릿속에서 종이 댕댕 울리기 시작했다.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 빵 속엔 적당한 크기로 다져진 불고기와 채소가 맛의 정답지를 내밀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맛의 고수를 만난 것이다.

   휴게소 고로케가 이렇게 맛있어도 되는 거야? 아침 먹은 것도 잊은 채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고로케를 먹어버렸다. 아내와 나는 입가의 빵가루를 닦아내고는 마주 보며 웃었다. 어엿한 대학생 티가 나는 아들을 만나 점심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무리 둘러봐도 아침에 들렀던 휴게소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 보니 상행선 도로에만 있던 휴게소였다.

   다음에 다시 만나자, 고로케여! 맞은편에 보이는 휴게소 간판에 손 흔들었지만, 입안 가득 고인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며칠 뒤, 그 아쉬움을 채울 날이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아침 일곱 시에 집을 나서 원래 목적지가 그곳이었던 것처럼 열심히 달렸다. 여덟 시쯤 도착한 고로케 맛집. 

   “불고기, 잡채, 팥 하나씩 주세요.”

   “여덟 시 사십 분에 나옵니다.”

   무미건조하게 돌아온 대답에 손에 쥐고 있던 신용카드를 떨어뜨릴 뻔했다. 즐겁게 달려온 기대감은 이미 발바닥 아래에 쓰러져 있었다. 허무한 한숨 몇 번 내쉬고 오늘 가야 할 그곳으로 다시 달렸다. 

   계획된 일정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건너편 휴게소를 지날 무렵 고소한 고로케 냄새가 어느새 휴게소 담장을 넘어 차창을 뚫고 들어와 있었다. 아침나절 내내 아쉬워하던 아내의 말 없는 눈빛이 떠올랐다. 내비게이션 목적지를 건너편 휴게소로 다시 설정했다. 톨게이트까지 10분 남짓 달려 상행 고속도로로 유턴, 고로케 맛집으로 들어섰다. 집까지 오십 분은 더 걸렸지만 나와 아내는 고로케 한입씩 베어 물고 큰 소리로 웃었다. 강렬하고도 거부할 수 없는 고로케의 맛. 그것으로 충분했다.

   프랑스의 크로켓(croquette)이 일본으로 전해져 Japanese croquette 또는 일본식 발음대로 Korokke가 되었다. 하지만 나에게 고로케는 멀리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에게 가는 길’, 그리고 몇 번의 톨게이트 진입 끝에 맛보았던 ‘달콤한 추억’이란 이름으로 내 마음속에 저장될 것이다.


   아! 그런데 언제 또 고로케를, 아니 아들을 만나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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