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감염을 막는다고 엘리베이터 버튼엔 두꺼운 질감의 보호필름이 붙었고 입주민들은 세균으로부터 안전해졌다. 닫힘 버튼 필름은 두 겹 아니 세 겹 두께도 매일의 쪼임에 못 견뎌 너덜너덜해져 있었고 전기를 아끼자, 닫힘 버튼을 누르지 말고 삼 초만 기다리자던 캠페인은 필름이 붙기 전에 먼저 뜯겨 나갔다.
일 층을 몇 번이나 누르고 닫힘도 제 것처럼 거칠게 눌러서 한 번만 누르라는 말 한마디가 가시처럼 삐져나오는데 옅은 빛은 칼날처럼 문을 나누고 아이는 쏜살같이 내달려 그림자 하나를 보태며 겹겹의 세상 사이로 사라져 버렸다.
햇살 한 움큼 베어 먹다 손가락 하나 열림 버튼에 가면 움찔하여 달아나는 그림자 한 귀퉁이밟고 돌아보니 닫힘 곁, 열림은 아무 일 없이 필름 하나 단단히 부여잡고서 돌아가는 햇볕에 속삭이고 있었다.
상처 받지 않은 버튼 하나, 혼자 남았다.
상처받지 않은 버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