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행복이 온 순간
지금 일하는 카페는 힙하고 영한 느낌의 카페가 아니다. 50대 이탈리안 부부 사장님들이 운영하는 호주 로컬 카페다. 음악에 크게 신경 쓰시지 않는 두 분 덕에 카페에 흘러나오는 노래는 아무나 틀 수 있다. 보통 짬밥이 가득 찬 태국 올라운더 친구 또는 바리스타인 내가 선곡한다.
쟤 노래는 슬퍼.
카페, 커피 그렇다면 재즈.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에이미 와인 하우스 노래가 흘러나온다. '역시, 카페에선 재즈지.'라며 색소폰 소리가 섞인 Old Jazz부터 힙합이 섞인 Young한 Jazz를 실컷 틀었더니 좀 더 신나는 노래로 바꿔줄 수 없겠냐는 요구가 들어왔다. 내 노래는 슬프다며 말이다. 하하.
보통 7시, 8시 오픈과 함께 가장 먼저 출근하기에 자연스럽게 선곡도 내 몫이 되어갔다. '그래, 적당히 밝으면서 분위기 있는 노래로 골라보자!'라며 오래된 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다시 열어 하나씩 꺼내보고 유튜브를 찾으며 원하는 무드에 맞는 곡들을 저장했다.
I love coffee, I love tea.
야심 차게 선곡한 목록 중 첫 곡은 바로 이 곡. 알럽 커피 알럽 티~.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그 멜로디를 골랐다. 대놓고 커피를 말하니 괜히 귀엽다. '손님들이여 와라! 준비 됐다!'를 속으로 외치며 일을 시작했고 노래들이 하나둘씩 흘러나오며 시간도 흘렀다.
직접 골랐으니 아는 곡들도 많고 일하면서도 흥얼거렸다. 그러다, 최고로 애정하는 가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문이 서너 개 쌓였고 하나의 주문 안에도 여러 개의 우유 종류가 섞여있고 또 테이크 아웃을 위한 주문까지 다양한 가운데. 귀에서 들리는 그 목소리에 갑작스러운 행복감이 몰려왔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내가 바라던 장면인 거 같아!
이곳에 한국어를 아는 사람은 나 혼자. 그 가운데 나오는 한국인의 노래. 그 한국인은 가장 좋아하는 가수. 바리스타가 될 수나 있을까 고민하던 날들, 바리스타가 되어서도 못하는 것 같아 침울하던 날들 끝에 주문들을 하나둘씩 나름 척척 해결해 나가는 내 모습.
그 순간의 분위기를 따스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가 들리는 지금. 가장 사랑하는 "잔잔한 행복"으로 둘러싸인 찰나였다. 누군가는 커피를 마시고 또 누군가는 브런치를 즐기고, 누군가는 일을 하는 그 공간에서 보내는 각자의 시간 속에 나 혼자 누리는 낭만적인 몇 초였다.
- 글의 마무리와 함께 Valerie가 들리는 지금, 카페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