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축구 이야기
이 이야기만큼은 멋들어지게 적고 싶었다. 있어 보이는 시작과 운명적인 에피소드들도 첨부해서. 그러나 결심했다. 꾸밈없이 마구, 일단 시작해 보기로.
언젠가 이 세월을 담은 책을 한 권 내고 싶었다.
줄거리는 이런 느낌.
· 운명적으로 빠져버리다.
· 꿈을 위한 발걸음
· 결국, 꿈을 이루다.
말 그대로 "성공한 한 팬의 일대기."
그러곤 이런 장면도 상상해 봤다. 깔끔하게 잘 빠진 책을 들고 강연하는 모습, 기자와 인터뷰하는 모습, 유명한 서점에 책이 차곡차곡 놓여있는 장면까지.
이런 공상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었다. 일하는 사람으로 몇 년을 살았지만 "결국, 꿈을 이루다."라고 말할 만한 직업과 성과는 없었다. 또 "꿈을 위한 발걸음"은 시동이 잘 안 걸리는 자동차처럼 부릉부릉 했다 말다를 반복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자신할 수 없었다.
그래서, 할 말이 없나? 할 이야기가 없나? 음, 아닌데!
17년을 좋아했다. 그것도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을, 이 하나를 좋아했다. 17년, 이것마저 엄청난 스펙 아닌가. 이상적이고 멋진 내일을 상상하며 두근거리다가도 그곳에 닿지 못해 실망하는 나에서만 그칠 수 없지. 성공이라 말할 만한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없어도 그 시간이 만든 작고 작은 이야기들을 남겨보자고.
2:2로 끝났다. 이기다가 경기 종료 10분 전에 2골을 먹혔다. 말 그대로 비겼는데 기분은 진 날이다. 기뻤는데 화가 난 날이다. 뭐 하려고 이런 걸 좋아해서 내 돈 내고 스트레스까지 받니?라고 말하다 다짐했다.
그래, 뭐 별 건 없어도
<나의 축구 이야기>를 적어보자고.